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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이들' 봄꽃으로 피어나다...인양 후 첫 추모행사

중앙일보 2017.03.24 11:37
 ‘다윤이가 사랑했던 건 민트/옷도 민트 신발도 민트/아빠, 아이스크림 사주세요/물론 아이스크림도 민트/엄마는 다윤이가 좋아하던 민트 색 니트를 입고 다닌다는구나/깜비는 화랑유원지 분향소 다윤이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구나/.../다윤아 이제 그만 나오너라/네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물속에서 어찌 이리 오래 있단 말이냐/.../다윤아, 다윤아/아무리 소리쳐 불러도/풀리지 않는 문제처럼 답이 없는/저 거대한 침묵의 바다 앞에 가만히 무릎을 꿇는다.’

오늘 안산 416기억저장소 전시관에서 열려
지난해 9월부터 매주 금요일 추모행사
세월호 인양 맞물린 '의미 있는 우연'

박일환 시인(56ㆍ교육문예창작회 회장)이 허다윤(당시 17세ㆍ단원고 2학년2반) 양을 위해 지은 시 ‘이제 그만 나오너라-2학년2반 허다윤’ 중 일부다.
 
박 시인은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416기억저장소 전시관에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시를 낭송했다. 시가 낭송되는 동안 참석자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박 회장은 시 낭송에 앞서 “몇 개월 전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 ‘이제 그만 나오라’는 소망의 마음을 담아 썼던 시”라며 “당시 언제 인양될지 몰랐는데 세월호가 올라왔다. 시를 쓰는 내 마음을 그 누군가가 들어준 거 같아 마음이 격해진다”고 말했다.

시가 낭송된 3월 27일은 ‘다윤이의 날’이다. 416가족협의회 산하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 미수습자를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시를 읽어주고 있다.
 
416기억저장소 전시관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금요일엔 함께하렴' 시낭송회 행사. 안산=임명수기자

416기억저장소 전시관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금요일엔 함께하렴' 시낭송회 행사. 안산=임명수기자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 416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가 함께 만들었다. 희생 학생들의 유품과 흔적 등을 기록해 영원히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만든 공간이다.

‘다윤이의 날’은 세월호가 인양(23일)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미수습 학생에 대한 추모행사가 됐다. 단원고 미수습 학생들을 위한 추모행사가 세월호 인양 작업 시기와 겹치면서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낭송회는 지난 9월23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열렸다. 이번이 27번째다. 246명의 희생 학생과 교사들에 대한 추모 행사는 지난 10일 끝났다.
 
지난 17일 고(故) 조은화(당시 17세ㆍ1반)양을 시작으로 미수습 학생을 위한 시낭송회가 열리고 있다. 희생 학생과 교사들은 10여 명씩 묶어서 시를 낭송했지만 미수습 학생들은 특별히 한 명씩 지정했다.
 
오는 31일에는 미수습 학생인 고(故) 남현철(당시 17세ㆍ6반)군, 내달 7일엔 고(故) 박영인(당시 17세ㆍ6반)군을 위한 시낭송회가 열린다.

이날 시낭송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강연이 이어졌다. 도 의원은 “모든 아이는 우리의 아이”라며 “미수습자들이 모두 수습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눈물과 슬픔ㆍ분노가 주는 힘을 모아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16기억저장소는 다음달 7일 ‘영인이의 날’에 250개의 시를 모아 ‘금요일엔 함께하렴’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낼 예정이다. 또 같은 달 10일부터 17일까지 국회의원 회관 로비에서 ‘기억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시낭송회를 진행해 온 김태철(50) 교육문예창작회 사무총장은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다 시낭송회를 열게 됐다”며 “교육문예창작회 회원 33명이 250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손으로 직접 쓴 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수습자들의 시낭송이 시작되자 세월호가 올라왔듯 4월 7일 영인의 날 때는 미수습자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일환 시인이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허다윤양을 위해 쓴 시, '이제그만 나오너라'.

박일환 시인이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허다윤양을 위해 쓴 시, '이제그만 나오너라'.


안산=임명수ㆍ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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