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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디밝은 별빛, 붉디붉은 용암 … 눈부신 하와이의 밤

중앙일보 2017.03.24 09:41
하와이아일랜드 야간 투어
하와이아일랜드의 진가는 밤에 드러난다. 세계 각국이 운영 관리하는 천문대가 집결해 있는 별 관측 명소 마우나케아의 밤하늘에 수천 수만 개의 별이 떴다.

하와이아일랜드의 진가는 밤에 드러난다. 세계 각국이 운영 관리하는 천문대가 집결해 있는 별 관측 명소 마우나케아의 밤하늘에 수천 수만 개의 별이 떴다.

·여행정보=한국에서 하와이일랜드까지 가는직항은 없다. 호놀룰루국제공항이 있는 오아후에서 국내선을 갈아타야 한다. 하와이아일랜드에는 힐로, 코나 등 2개 주요 도시에 공항이 있다. 마우나케아·화산국립공원 등을 여행하려면 힐로를 거점으로 삼는 게 좋다. 힐로에서 묵을 숙소로는 힐로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힐로 하와이안 호텔(castleresorts.com/bigisland/hilo-hawaiian-hotel/)을 추천한다. 텔 코앞에 현지인의 휴식처인 코코넛아일랜드가 있다. 하와이아일랜드를 여행할 때는 렌터카가 필수다.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hertz.co.kr)가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허츠 골드 플러스 리워드 회원으로 가입(무료)하면 회원 전용 카운터에서 면허증만 제시한 후 예약 차량을 받을 수 있다. 
갓 볶은 코나 커피 원두.

갓 볶은 코나 커피 원두.

마우나케아 여행은 렌터카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할레포하쿠 산장에서 마우나케아 정상까지는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반드시 4륜구동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현지 업체를 통해 일일 투어를 하면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1990년부터 마우나케아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 여행사 ‘아노츠 로지 앤 하이킹 어드밴처(arnottslodge.com)’를 이용했다. 마우나케아 일몰 및 별 관측 투어 1인 180달러.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투어를 제공하는 업체도 많다. 카포호카인 어드밴처(kapohokine.com)가 와이너리 탐방·저녁 식사까지 포함된 국립공원 야간 탐방 패키지 상품을 판다. 1인119달러. 하와이아일랜드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즐길 거리가 ‘커피 농장 투어’다. 세계 3대 커피로 꼽히는 코나 커피 생산지가 바로 하와이아일랜드다. 일본 커피브랜드 UCC가 운영하는 UCC하와이(ucc-hawaii.com)를 방문하면 커피 시음과 로스팅을 체험할 수 있다. 입장료 무료. 로스팅체험 1인 35달러. 자세한 여행정보는 하와이관광청 한국사무소 홈페이지(int.gohawaii.com/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활화산 킬라우에아에 있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활화산 킬라우에아에 있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용암이 흐른 흔적을 볼 수 있는 칼라파나 지역.

용암이 흐른 흔적을 볼 수 있는 칼라파나 지역.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의 용암 동굴.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의 용암 동굴.

하와이의 ‘낮’을 편애했다. 한적한 해변에 누워 열대의 태양을 즐기는 것이 하와이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 유희라고 생각했다. 하와이 제도(諸島) 가운데 최대 섬,‘하와이아일랜드’를 여행하고서야, 하와이를 ‘낮의 여행지’로 여기는 것이 섣부른 판단임을 알았다. 하와이아일랜드에는 인공조명 하나 없는 청정한 밤이 깃들었다. 
새카만 밤하늘 아래 쏟아지는 별빛을 받고, 붉디붉은 용암을 봤다. 하와이아일랜드에서 비로소 낮보다 아름다운 하와이의 밤을 만났다.
별세계 별천지 마우나케아
137개의 섬을 거느린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이름난 섬은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후일 것이다. 오아후는 ‘하와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섬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고, 해변을 거니는 구릿빛 피부의 선남선녀를 숱하게 마주칠 수 있다. 하와이의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이웃 섬 하와이아일랜드를 행선지로 정했다. 하와이아일랜드는 흔히 ‘빅아일랜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으로 면적이 1만223㎢에 달한다. 제주도 5.5개를 이어 붙인 것만큼 거대한 섬에서 하와이의 이면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와이아일랜드 동부 도시 힐로에 도착하자마자 하와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맑은 날만 이어질 줄 알았던 하와이에 비가 내렸다. 현지 주민은 “힐로의 전형적인 날씨”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와이아일랜드 최고봉 마우나케아(4205m) 야간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했던 터라, 이런 날씨에 여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늦은 오후, 호텔 앞에서 투어 차량을 타고 마우나케아로 출발했다. 힐로에서 마우나케아로 향하는 중에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태평양을 지나며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마우나케아에 부딪히면서 산 아랫마을 힐로에 물기를 토해냅니다. 반면 마우나케아 정상 부근은 공기가 건조하고 날이 맑죠.” 투어 가이드 션 케니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두고 “마우나케아가 부리는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달리면서 차창 밖 풍경이 변했다. 한 해 300일 정도 비가 온다는 힐로는 아파트 3층 높이의 활엽수가 즐비한 초록의 세계였는데, 고도가 높아지면서 나무의 키가 낮아졌다. 곧이어 목초지가 펼쳐지더니, 고도 3000m에 다다르자 메마른 땅이 드러났다. 축지법을 쓰는 도인처럼 열대우림에서 사막으로 껑충 뛰어넘은 기분이었다. 


30분을 더 달려 드디어 마우나케아 정상에 닿았다. 붉은 흙으로 뒤덮인 봉우리에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하와이어로 ‘하얀 산’을 뜻하는 마우나케아라는 이름이 괜한 게 아니었다. 하와이에서 유일하게 눈이 내리는 동토지만, 마우나케아는 천문학자의 열정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땅이기도 하다. 마우나케아는 천체 관측 명소로, 지름 10m의 세계 최대 천체망원경을 보유한 미국 켁천문대를 비롯해 일본 스바루천문대 등 세계 각국의 천문대가 집결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별을 볼 수 있는 날이 100일 정도지만 마우나케아는 200일 이상 가능하다. 대기가 건조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옅어 빛의 산란이 덜한 덕분이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발아래 펼쳐진 구름바다에 잠겼다. 붉은 하늘과 마우나케아의 설경, 그리고 천문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지구 밖 세계처럼 펼쳐졌다. 마우나케아에 어둠이 찾아들면서 가로등대신 별빛이 하나둘 켜졌다. 여행객의 별 관측은 마우나케아 정상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할레포하쿠 산장에서 이뤄졌다. 고도 2800m 부근의 산장에는 편의시설과 매점이 딸려있다.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완전한 밤을 기다렸다. 산장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만이 사람의 기척을 느끼게 할 만큼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이윽고 수천 개의 별이 드러났다. 별빛에 열기가 있었다면 정수리가 타들어갔을 지도 모른다. 하와이의 밤은 별빛으로 환했다.
 
영문 가이드북에선 마우나케아를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tallest) 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해발’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8848m)다. 바닷물이 없다고 가정하면, 마우나케아의 높이는 1만203m나 된다. 이 거대한 산봉우리는 화산이 폭발한 힘으로 만들어졌다.


하와이가 화산의 섬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행지가 하와이아일랜드에 있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은 마우나로아(4169m), 킬라우에아(1250m) 등 두 개의 활화산을 품고 있다. 마우나로아는 1984년 폭발한 후 잠잠하지만, 킬라우에아는 크고 작은 폭발이 계속되고 있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국립공원에 들어서기 전, 힐로에서 차를 타고 1시간을 달려 칼라파나 지역에 닿았다. 칼라파나에는 1959·1960·1984년 세 차례 킬라우에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들었다.


한국 같았으면 국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엄금했을 법한데, 칼라파나는 평화롭기 짝이 없었다. 외려 여행객의 명소로 변모한 모양새였다. 하와이아일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이드 제시 키에프는 “어릴 적 칼라파나의 따끈따끈한 용암에 발자국을 찍고 놀았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지진이나 쓰나미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자연 재해가 있는 반면, 용암은 충분히 대피할 수 있어요. 하와이아일랜드에서 살아가는 이상 화산과 친구가 돼야 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멋진 풍경을 빚어주니 화산을 미워할 이유가 없죠.” 용암이 흘러든 칼라파나에는 면적 25㎢의 현무암 지대가 만들어졌다. 태어난 지 고작 반세기 정도 밖에 안 되는 땅 위를 거니는 기분이 자못 신비로웠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여정이 고될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어린이나 노인도 쉽게 접근할 만한 여행지였다. 국립공원 안에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 도로가 조성돼 있고,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화산을 구경하면 그만이었다. 


국립공원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킬라우에아 화산. 그중에서도 용암이 부글거리고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구 할레마우마우였다.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를 따라가면 할레마우마우 전망대에 다다르는데, 5㎞ 떨어진 거리에서 분화구를 바라볼 수 있다. 지름 4㎞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는 희뿌연 연기를 내뿜었다.


하와이아일랜드에 오기 전, 가장 고대했던 여행지가 바로 이곳 할레마우마우였다. 하와이 사람들이 여신 ‘펠레’가 산다고 믿는 곳. 이곳에서 펄떡거리는 지구의 속살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백건대, 낮 시간에 본 할레마우마우는 기대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일본 여행 중에 봤던 분화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고 사위가 어둑어둑해지자 할레마우마우의 진가가 드러났다. 분화구는 펠레 여신의 장과도 같았다. 분화구가 암의 붉은 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명을 훤히 밝힌 무대에서 여신이 춤을 추듯 시뻘건 수증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눈앞에 지구의 생명력을 보여준 하와이아일랜드의 밤이 고마웠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취재협조=하와이관광청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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