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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재영 "흥배구로 챔프전도 정복할래요"

중앙일보 2017.03.24 05:00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에이스 이재영(21·흥국생명)은 득점을 하고 나면 격하게 좋아한다. 단발머리를 찰랑찰랑 흔들며 방방 뛰는 모습에 보는 사람도 즐거워질 정도다. 

흥국생명-IBK기업은행 챔프 1차전 24일 오후 7시



팀 동료들도 이재영의 다채로운 표정과 발랄한 몸짓에 물들었다. 그래서 흥국생명 배구 스타일에 '흥배구'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재영은 "나도 모르게 코트에서는 즐거운 기분을 표출하게 된다. 우리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분위기를 굉장히 잘 탄다. 신나는 세리머니로 함께 좋아하고 나면 경기가 더 잘 풀린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흥국생명은 2007~08시즌 이후 9년 만에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4일부터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IBK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을 치른다. 
 
한 때 여자프로배구를 호령했던 흥국생명은 2009년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이 일본으로 떠난데 이어 2010년 황연주가 현대건설로 이적하는 등 주축 선수들이 차례로 팀을 떠난 이후 한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박미희 감독이 2014년 부임한 이후 '엄마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들을 이끌면서 상승세를 탔다. 2014~15 시즌 4위, 지난 시즌 3위로 올라선데 이어 올시즌엔 마침내 1위에 올랐다. 


특히 토종 에이스 이재영이 공격과 수비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줬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479점), 리시브 1위(세트당 성공률 45.91%)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올스타전 팬투표 1위에 뽑힐 정도로 인기도 치솟았다. 바야흐로 이재영의 전성시대다. 


이재영은 2014년 프로에 데뷔할 때부터 화제의 선수였다. 육상 국가대표 출신 이주형씨와 1988 서울올림픽 여자배구 대표 김경희씨 사이에서 태어난 이재영은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과 일란성 쌍둥이로 더 유명해졌다. 


이재영은 2014~15 시즌에 국내 선수 득점 3위(374점)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에 뽑혀 막내 공격수 임에도 끈질긴 플레이로 박수를 받았다. 


이재영, 흥국생명 여자프로배구 차세대 공격수.

이재영, 흥국생명 여자프로배구 차세대 공격수.

하지만 이재영은 남 모르게 속앓이를 했다. 그는 "프로 첫 시즌을 마치고 계속 정체돼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잘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으면서 배구에 대한 흥미도 잃었다. 특히 리우올림픽에 다녀와서는 작은 키(1m78㎝)로 인한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이재영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시켜 준 건 박미희 감독과 김태종 수석코치였다. 이재영은 "박 감독님은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기분을 잘 이해해 주신다. 나에게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많은 선수'라며 칭찬해주시고 다독여주셨다. 김태종 코치님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가르쳐주셨다. 예전에는 타점을 잡아 길게 때리기만 했는데, 힘을 빼고 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점점 새로운 공격 기술을 연마하면서 이재영은 해외진출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그는 "솔직히 어렸을 때는 해외진출 꿈이 아주 컸다. 프로에 와서 한계를 느끼면서 해외진출 꿈을 지웠는데, 다양한 공격 기술로 작은 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재영이 가고 싶은 곳은 일본이다. 평소에도 일본 배구 영상을 자주 보고 연구한다. 그는 "세터 출신인 엄마가 '기술을 더 많이 알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 일본에서 공격기술을 더 배워서 국제대회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난해 이재영을 만나 인터뷰를 했을 때는 "배구 그만두면 결혼이나 할래요" 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우승 후에는 이렇게 달라졌다. "이제 결혼 생각은 없어요. 배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 줄 미처 몰랐어요. 많이 배우고 성장해서 훗날 박미희 감독님처럼 후배들에게 배구를 알려주고 싶어요."
 
이재영의 흥배구는 챔프전에서도 계속 된다. 그는 "IBK기업은행 공격력이 워낙 좋다. 하지만 우리의 흥배구는 정말 무섭다. 우리 분위기만 잘 타면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챔프 1차전은 24일 오후 7시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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