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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홍준표 지사 ‘보궐선거 꼼수’ 부른 선거법 허점 보완해야

중앙일보 2017.03.24 02:54 종합 23면 지면보기
위성욱내셔널부 기자

위성욱내셔널부 기자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여부가 논란이다. 발단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3일부터 기자간담회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대선 출마로 도지사직을 사퇴하더라도)보궐선거는 없다”고 밝히면서다.
 
이유는 간단하다. 홍 지사가 사퇴하면 (국회의원·기초단체장 등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줄사퇴를 하고 그렇게 되면 잇따른 보궐선거로 선거비용이 200여억원이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현재로선 홍 지사 공언대로 마음만 먹는다면 도지사 보궐선거는 못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고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꼼수’가 있어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대통령 선거 30일 전까지 당선무효나 사직·퇴직·사망 등 재·보선 사유가 확정되면 대선과 동시에 선거해야 한다. 홍 지사가 대선 출마로 사직하면 사퇴일이 4월 9일 자정까지라는 의미다.
 
하지만 4월 9일이 일요일이어서 이날 홍 지사가 자정쯤 사퇴하고 하루 뒤인 10일 권한대행인 행정부지사가 선관위에 통지하면 보궐선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선거법에 권한대행인 행정부지사가 사퇴 사실을 선관위에 통지해야 한다고만 돼 있고, 시기와 방법에 대한 규정은 없어서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도 “중앙선관위에서 홍준표 지사가 4월 9일에 사퇴하고 권한대행이 다음날인 10일에 사퇴 사실을 통지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확인했다. 이번에 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보궐선거는 할 수 없어 경남도는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1년 3개월간 도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지사 사퇴 시 권한대행이 즉시 선관위에 통보하도록 하는 등’ 현행 선거법이 하루빨리 보완돼야 한다. 정의당 등에서 이른바 ‘홍준표 방지법’을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의 허점을 악용한 범죄가 예고됐는데 막으려 하지 않는 것은 헌법기관(선관위)의 자세가 아니다”며 “중앙선관위와 정치권이 합심해 홍준표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평소 법을 수호한 ‘정의로운 검사’ 출신이라고 자부해왔다. 더군다나 헌법 수호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다. 그런 사람이 보궐선거에 대한 입법 취지나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 ‘꼼수’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검사출신이고 더군다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법이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한 ‘흠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용하는 것은 보궐선거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고 참정권을 제한해 헌법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위성욱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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