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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서 수업 듣고 졸업 길 열려 … 다시 책 편 원생들 “꿈이 생겼어요”

중앙일보 2017.03.24 02:44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 춘천소년원 특활실에서 중학교 졸업을 위해 수업 등록을 한 학생들이 강원도교육청에서 파견을 나온 교사로부터 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박진호 기자]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 춘천소년원 특활실에서 중학교 졸업을 위해 수업 등록을 한 학생들이 강원도교육청에서 파견을 나온 교사로부터 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박진호 기자]

신촌정보통신학교(춘천소년원)에서 생활하는 16살 민준(가명)이는 얼마 전까지 꿈이 없었다. 또래 친구들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 ‘할 거 없으면 커서 깡패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밖 청소년 학력 인정 시스템’
강원교육청, 춘천소년원과 첫 운영
파견 교사 통해 일정 시간 이수 땐
입소 전 학력과 연계 졸업장 취득
교육부, 내년 다른 지역 확대 방침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행인을 폭행하고 금품을 뺏었다. 또 친구를 때린 뒤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에 붙잡힌 민준이는 지난해 9월부터 춘천소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 민준이에게 얼마 전 꿈이 생겼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예배에서 찬송가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됐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민준이는 80명가량이 모인 예배 시간에 찬송가를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백석예술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그러던 중 강원도교육청에서 2학년까지 수업을 이수한 것을 인정해주고 소년원에서 3학년 과정을 이수하면 중학교 졸업장을 주는 제도가 생긴 것을 알게 됐다. 민준이는 “꿈이 생기고 나니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졌다. 첫 번째 목표는 열심히 공부해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소년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이달부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학력 인정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소년원에 들어온 청소년이 일정 시간의 수업을 받으면 일반 중학교에서 이수한 수업 시간과 연계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16일 오전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 춘천소년원 특활실에선 민준이를 비롯한 8명의 아이가 국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제빵사가 꿈인 성규(17·가명)도 이 중 한명이다. 성규는 중학교 3학년 때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아 소년원에 들어왔다. 퇴원 후 제빵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선 중학교 졸업장이 필요하다. 성규는 “학교에서 제빵 기술을 차근차근 배워 25세 이전에 빵집을 차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민준이와 성규는 중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3시간씩 국어와 사회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학업이 중단된 학생들이 중학교를 졸업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했다. 하지만 이 제도에 맞춰 일정 시간 수업을 들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2학년 과정을 일반 중학교에서 마친 원생의 경우 1년간 국어 102시간, 사회 102시간 등 총 204시간과 인성교육 18시간, 직업훈련과정, 학습지원 프로그램 700시간 등 총 922시간을 이수하면 중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1학년만 마친 경우 들어야 하는 수업은 더 늘어난다.
 
소년원 측이 교육청에 학력 인정 신청을 하면 학력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력인증서가 발급된다. 학력인증서가 있으면 서울과 부산, 대구, 강원, 전남, 제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교육청에서 파견 나온 강진(38·여)교사는 “수업을 듣던 학생이 소년원을 나가게 되더라도 전학의 개념으로 다른 학교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성과에 따라 이 제도를 내년에 타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최오수(54) 법무부 춘천소년원 교무과장은 “학업이 중단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듣고 사회로 나가 온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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