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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유일함, 존재의 의미

중앙일보 2017.03.24 02:38 종합 32면 지면보기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다시 찾아온 봄,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날엔 날씨와 공기를 느끼고 싶어 어디라도 가고 싶습니다. 무엇인가 특색 있는 체험을 원해서 신문에서 보았던 레일바이크를 포털에 검색하면 14곳이 나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국토에 똑같은 체험장이 잔뜩 나타나니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오래된 가옥의 벽을 멋지게 탈바꿈해 사진 찍기에 좋다는 벽화마을만 해도 지도상에 66곳이 바로 나타납니다. 예전의 교복이나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는 체험 역시 여러 지방에서 볼 수 있지요.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를 만드는 사업들 역시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지금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합니다. 왜 우리는 벤치마크라는 이름 아래 똑같은 것들을 자꾸 만들고 있을까요?
 
확신이 없기에 누군가의 성공을 추종하려 하는 것은 인간이 지금까지 생존하기 위한 지혜 중 하나였습니다. 앞선 이의 시행착오를 통해 남겨진 확률 높은 선택지가 나의 안전을 도모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빛의 속도로 흐르고 이동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사회에서, 같은 것을 따라 하는 일은 다시 다른 이들의 추격을 약속받은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지요.
 
 
혹자는 어차피 오래 못할 것이니 빨리 시작해서 치고 빠지겠다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가 첫차를 타고 누가 막차를 타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뿐 아니라, 결국 피해는 같이 보게 마련인 것입니다. 누가 원조이고 누가 따라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비슷한 관광지들은 의미가 퇴색돼 그 어느 것도 식상해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앞으로는 무엇인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셨다면 구글에 넣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같은 아이템이 있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연히 기울어진 탑은 전 세계에 하나만 있기에 피사에 가는 것이고, 처음에 모두 반기진 않았다는 철로 된 거대한 구조물이 그곳에 있기에 파리에 가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비슷한 것이 있다면 새롭지 않기에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곳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를 우리는 느끼지 못합니다.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된 요즘 세상 속, 이제 유일함은 각 존재의 의미와 같습니다. 모두가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고 이뤄 나가는 세상,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존재와 그 의미를 존중하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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