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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측에 섭섭? … 가고이케 “나만 나쁜 사람 몬다” 작심 폭로

중앙일보 2017.03.24 02:10 종합 6면 지면보기
23일 일본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 [AP=뉴시스]

23일 일본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 [AP=뉴시스]

“아키에(昭惠) 부인은 (기부금 전달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지만, 우리들은 매우 명예로운 것이어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리토모학원 이사장 국회 증언 파문
“기부금 명예로워 선명하게 기억
아키에,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전화
국유지 너무 싸 놀라, 정치 관여 추정”
아베 내각은 관련 의혹 전면 부인

23일 오전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 오사카(大阪)의 초등학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을 받고 있는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이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부인의 2015년 9월 100만 엔(약 1000만원) 기부 상황을 6하 원칙식으로 진술했다. 오후에 열린 중의원 증인 심문에서는 “틀림없다. 아키에 부인이 전화로 입밖에 내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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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증인 심문은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정권이나 정치인의 관여가 있었는지가 초점이었지만 관심은 온통 ‘아키에 기부금’의 진위에 쏠렸다. 가고이케가 지난 16일 관련 사실을 공개하면서 아베 내각이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증언이 거짓이면 가고이케는 처벌받고, 아베 내각의 반박이 허위면 정권이 치명상을 받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부인 아키에 여사. [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부인 아키에 여사. [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거듭 기부 사실을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관방장관이 설명한 대로”라고 말했다. 가고이케가 유치원 원장실에서 단 둘이 있을 때 기부금을 받았다고 한 만큼 진실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고이케는 이날 아베 총리 측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기부금 문제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나 혼자 나쁜 사람인 양 하는 정부와 오사카부의 태도를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초 아키에 여사와 가고이케 부부는 가까운 사이였다. 가고이케는 아베의 최대 장외 지원세력인 우익단체 일본회의 회원이다. 모리토모 운영 유치원은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를 제창하고 운동회 때 원생들에게 “아베 총리 힘내라”는 구호를 시키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이 유치원에서 세 번이나 강연할 정도였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아내로부터 가고이케 선생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훌륭하다고 듣고 있다”고 했다가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이 커지면서 가고이케를 “매우 끈질기다”고 비난했다.
 
아직까지는 아키에 여사가 국유지 매입에 직접 관여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가고이케는 이날 증언에서 초등학교 설립 과정에서 “아베 총리에게 직접 부탁을 한 적은 없다. 아키에 부인을 통해 커리큘럼 등 여러 가지를 상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유지 임대계약이 유리하게 되도록 아키에 여사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남겼지만 지난해 11월 아키에의 비서역인 정부 직원으로부터 “희망사항을 따를 수 없다”는 내용의 팩스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나와 아내가 (국유지 매각과 학교 인가에) 관계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앞으로 사건의 초점은 아베 내각 차원의 관여 여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가고이케는 “(국유지 매입 당시) 예상밖의 대폭적인 가격 인하에 대해 놀랐다. 정치적 관여가 있었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24일엔 국유지 매각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인 사코다 히데노리(迫田英典) 국세청장관 등 2명이 국회에 소환된다.
 
모리토모 학원 문제로 아베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이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일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공세는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아키에 여사의 국회 소환을 밀어붙일 분위기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여전히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10% 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내년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빨간 불이 켜질 수도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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