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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커피 두 잔값 기부, 부안군 ‘반값 등록금의 기적’

중앙일보 2017.03.24 01:51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해 6월 나누미근농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부안군]

지난해 6월 나누미근농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부안군]

“400만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눈앞이 깜깜했는데 부담을 절반이나 줄이게 됐네요.”
 

김종규 군수, 사람 만날 때마다 설득
전국 각계각층 5700명이 기부
송대관·김미화 연예인들도 동참
부안군 고교졸업생들에게 지원

지난 15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사무소. 김상일(47)씨가 ‘장학생 신청서’에 장남 주영(19)군의 인적 사항을 적으며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인 김씨는 지난해 12월 부안고에 다니던 아들이 아주대 행정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하지만 금세 시름에 잠겼다. 빤한 공무원 수입만으로는 한 학기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급한 대로 은행에서 학자금을 빌린 그는 이달 초 읍사무소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 만세를 불렀다. 부안군이 운영하는 나누미근농장학재단에서 올해부터 대학 신입생의 1학기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한다고 알려서다.
 
부안군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 주민에게 대학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김씨 아들처럼 부안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뿐 아니라 부모 모두 3년 이상 부안에 주소지가 있으면 타 지역 고교 졸업생도 한 명당 최대 300만원까지 대학 등록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해마다 인구가 주는 현실 속에서 부안군이 주민들의 학비 부담을 줄이고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했다.
 
부안군은 올해 ‘반값 등록금’ 수혜자를 430여 명으로 예상한다. 부안 지역 7개 고교(인문계 4개, 실업계 3개) 졸업생 610여 명의 70%가 혜택을 보는 셈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취업·창업 학원비의 반값을 지원한다. 부안군은 이 장학 사업에 모두 8억원을 책정했다.
 
장학금 재원은 매달 ‘커피 두 잔 값’ 정도인 1만원 이상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장학재단 회원 5700여 명의 후원금과 장학기금에서 나오는 이자 수입으로 충당했다. 김종규(66) 부안군수가 2015년 5월 범국민을 대상으로 장학재단 후원회를 꾸린 게 바탕이 됐다. 독지가나 향우회의 도움에 기대는 방식을 버리고 소액이라도 다수의 기부자가 꾸준히 후원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장학기금은 김 군수 취임 전 40억원에서 124억원으로 세 배 늘었다.
 
김 군수는 만나는 사람마다 “호적에 없는 지역의 늦둥이를 한 명씩 키워달라”고 호소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지난해 8월 민생 탐방차 부안 위도에 들렀다가 김 군수로부터 장학 사업의 취지를 듣고 그 자리에서 후원회에 가입했다.
 
이렇게 국회의원 10여 명과 송대관·김미화 등 연예인, 기업인 등 각계각층에서 동참했다. 후원 회원의 30%인 1700여 명이 타 지역 출신일 정도다. 김 군수는 “반값 등록금은 ‘커피 두 잔 값’이 일군 기적”이라며 “장학기금 300억원, 후원 회원 1만 명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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