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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러범, 영국 태생 ‘외로운 늑대’인 듯 … IS, 배후 자처

중앙일보 2017.03.24 01:39 종합 14면 지면보기
비아스 엘우드 영국 외무차관(가운데)이 22일 런던 테러 현장에서 쓰러진 시민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비아스 엘우드 영국 외무차관(가운데)이 22일 런던 테러 현장에서 쓰러진 시민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 정치의 심장부인 의사당 인근에서 테러가 발생해 22일(현지시간) 3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을 포함하면 사망자는 총 4명이다.
 

폭탄 아닌 일상 도구로 테러 공포
SUV로 행인 치고 흉기로 경찰 찔러
철통 보안 영국 의사당도 속수무책
이슬람 영향 받은 범인 한때 조사받아
범인 포함 4명 사망, 40명 부상
효도관광 왔던 한국인 5명 다쳐
67세 여성, 머리 수술 뒤 상태 호전

이날 영국 경찰은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테러범이 SUV 차량을 몰고 행인들을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최소 40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또 “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던 테러범은 제지하는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다른 경찰관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테러는 불특정 다수의 관광객과 의사당 등 타깃이 2개였던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의 공포심을 증폭시키고 정치적 타격도 입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3일 범인의 신원과 관련 “이슬람주의의 영향 하에 폭력적 극단주의 성향 때문에 보안정보국(MI5)의 수사를 받은 적 있는 영국 태생 남성”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당시 사건에선 부수적 인물이어서 그간 MI5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 발표 직후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가 사건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이날 선전매체를 통해 “칼리프국가의 전사가 영국 의사당 테러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당국은 이와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영국 경찰은 22일 밤 버밍엄의 한 주택을 덮쳐 이번 테러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3명을 연행하는 등 최소 8명을 검거했다.
 
여행사를 통해 효도관광을 온 한국인 5명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주영대사관 관계자는 “효도 관광으로 유럽 패키지 여행을 온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피해자들의 연령대가 50~60대로 높다”고 말했다. 웨스트민스터 다리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남편과 함께 여행을 온 박모(67)씨는 차량을 피하려던 사람들에 밀려 넘어지면서 머리와 얼굴을 다치는 중상을 입고 세인트 메리스 병원으로 옮겨져 머리 수술을 받았다. 주영대사관 관계자는 “수술 후 생명에 지장이 없고 상태가 괜찮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모(69)씨 등 50~60대 4명은 팔이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어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여행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여행사 측은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테러 직후 이번 사건이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IS 에 합류하지 않고 전문 훈련도 받지 않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이 때문에 이번 테러를 미리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가 대테러 경계수준을 최고 단계로 유지해왔지만 일반 차량을 이용한 테러에 대한 대비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테러는 프랑스 니스와 독일 베를린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와 유사하다. IS는 테러지침서를 통해 차량 테러의 효율성을 강조한 적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IS는 “차량은 칼처럼 손에 넣기 쉽지만 의심을 받지 않는다”며 차량 테러를 설명했다.
 
테러 후 시민들이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는 “우리는 두렵지 않다” 게시글. [트위터 캡처]

테러 후 시민들이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는 “우리는 두렵지 않다” 게시글. [트위터 캡처]

현재까진 자생적 테러로 분석되고 있지만 중동에서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유럽 출신 IS 조직원들이 귀국해 테러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활동했던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는 5000여 명이나 된다.
 
런던에선 지난 2005년 연쇄테러가 발생해 52명이 숨졌다. 이번 테러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3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 자살 폭탄테러로 32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은 메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테러에 공동 대응할 것을 다짐했다. 오는 25일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 기념식을 겸해 EU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에서도 런던 테러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는 23일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테러로 반(反) 이민정책을 요구하는 역내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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