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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50만원 벌던 만화광, 이젠 연 300억 ‘만화왕’

중앙일보 2017.03.24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유정석 대표를 최근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있는 탑코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탑툰의 대표 웹툰 ‘청소부K’의 캐릭터 입간판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유정석 대표를 최근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있는 탑코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탑툰의 대표 웹툰 ‘청소부K’의 캐릭터 입간판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지방의 한 공업고교를 다니던 그는 새벽까지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월수입 50여만원을 생활비로 보태야 할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그러다 온라인 사이트를 홍보하는 일에 뛰어들어 월 200~300만원을 벌었다.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시간은 만화책을 볼 때. 만화 대여점을 수시로 드나들며 빌려 본 만화책이 1000권쯤 됐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그는 사업가가 됐다.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스무 살 때 홍보 회사를 차렸다. 수년 간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해 모은 전재산을 종잣돈 삼아 2014년 웹툰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유료 웹툰 플랫폼 ‘탑툰’을 운영하는 탑코의 유정석(32) 대표 얘기다.
 

웹툰 플랫폼 ‘탑툰’ 유정석 대표
고깃집서 부업했던 고졸 사업가
‘이거다’ 싶어 성인 유료 웹툰 창업
“AI 시대 되면 웹툰 시장 더 커질 것”

최근 1~2년 사이 유료 웹툰 시장은 급격히 성장해 플랫폼이 40여 곳에 이른다. 일본·대만 등에도 웹툰을 서비스하는 탑툰의 국내외 회원수는 약 1600만 명. 보유한 웹툰 수는 650개, 누적 조회수는 최근 37억 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00억원, 수출액은 300만 달러(약 33억원)에 달했다.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있는 탑코의 사무실. 만화책 1000여 권이 진열된 카페테리아를 지나 사장실에 들어섰다.
 
유 대표는 “4년 전 ‘유료 웹툰 플랫폼 회사를 차리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누가 돈 내고 웹툰을 보겠느냐’면서 말렸다”고 회상했다. 네이버·야후 등 포털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무료 웹툰이 시장을 이끌 때였다. “5년 전부터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기 시작했는데, 성인을 위한 작품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운영 중이던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성인 웹툰을 올렸는데 단기간에 조회수가 수십 만 건이 됐죠. ‘이거다’ 싶어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이 회사를 차렸어요.”
 
탑툰은 19금 성인 콘텐트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청소부K’ ‘편의점 샛별이’ ‘은하’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청소부K’는 내년에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다. 해외 독자들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공략했다. 국내 작품을 번역하는 대신, 현지 작가를 발굴했다.
 
유 대표는 역량 있는 신진 작가 발굴에 공을 들인다.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올라온 웹툰에 달린 댓글까지 꼼꼼히 읽는다. “웹툰 ‘힙찔이 빙진호’가 그렇게 발굴한 대표적인 작품이에요. 댓글 반응도 좋길래 김듕백 작가를 만나려고 일본까지 건너가 설득했죠.”
 
그는 “대중적이면서도 차별성을 갖춘 웹툰을 발굴하려고 한다”면서 “과거 ‘만화광’이었던 덕분에 작품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사무실 책장엔 만화가 아닌, 동서양의 고전들이 가득했다. 이른 나이에 사업가가 된 그는 헛헛한 마음을 고전으로 채웠다고 했다. “돈은 어떻게 벌어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관한 답도 고전에 있었어요.” 탑코는 독거노인들에게 기부해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주관한 ‘2017 행복더함 사회공헌 대상’에서 지역사회공헌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고, 자동차 자율주행기술이 도입되면 여가 시간이 늘어나 웹툰을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아요. 그 시대에 ‘만화왕’이 되고 싶어요.”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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