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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당일 호텔 예약, 실시간 맛집 검색 ‘즉행족’도 생겨나

중앙일보 2017.03.24 00:05 Week& 2면 지면보기
AR 기술을 활용한 가이드 앱 ‘내 손안의 덕수궁’. 앱을 켜고 카메라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그곳에 대한 설명이 화면에 나온다. ?

AR 기술을 활용한 가이드 앱 ‘내 손안의 덕수궁’. 앱을 켜고 카메라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그곳에 대한 설명이 화면에 나온다. ?

관광 관련 앱 8만개, 스마트해진 여행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됐다. 웹 분석 업체 스탯카운터(Stat Counter)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한 인터넷 이용률(51.3%)이 데스크탑을 통한 인터넷 이용률(48.7%)을

사상 처음 추월했다. 손바닥만한 이 기계가 우리네 삶을 바꿨다. 스마트폰으로 스케줄을 관리하고 남들과 일정을 공유해 업무를 처리한다. 일터에서뿐만이 아니다. 여행도 더 똑똑해졌다. 전 세계 항공권과 호텔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가장 효율적인 가격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건 기본이다. 때론 가이드북과 똑똑한 가이드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SNS를 위한 SNS에 의한 여행

“SNS에서 검색하니까 여기서 찍은 사진이 유독 많더라고요. 1시간 기다렸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우와 벌써 ‘좋아요’가 15개야.”

충남 아산에 사는 최소연양과 강소진양은 지난 1월 부산 감천문화마을로 여행을 갔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 속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기다린 이유는 바로 사진 한 장 때문. 감천문화마을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형물은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있는 사진 포인트로 꼽힌다. 일명 ‘인스타그래머블 플레이스(Instagrammable Place·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곳)’다. 감천문화마을뿐 아니다. 전주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돌담길, 순천만 드라마 촬영장의 목조 다리 등도 SNS에서 인기다. 한옥마을에선 고운 한복을 입고, 순천만 촬영지에선 1970~80년대 교복을 입고 인증샷을 촬영해 SNS에 올린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은 스마트폰 시대에도 여전히 통한다. 아니, 더 강력한 진리가 됐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가 조사한 2015~2016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온라인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여행 관련 키워드는 ‘사진’이다. 재밌는 건 기존 필름카메라는 물론 디지털카메라의 기능을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다는 것. 다음소프트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여행 관련 키워드에서 ‘카메라’가 100등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폰카(스마트폰 카메라)’가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실시간으로 SNS에 올린다. 해시태그(#)를 붙여 SNS에 게재하면 나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도 검색을 통해 내가 올린 사진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엔 현재 #여행스타그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약 800만 개, 영어 #travel 해시태그는 1억6000만 개에 달한다.

인증샷 열풍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글에 ‘Instagrammable place’를 검색하면 50만개 이상의 기사와 설문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비슷한 의미의 ‘포토제닉 플레이스(Photogenic place)’ 검색 결과는 59만4000개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15년 12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미국 명소 50선’, 2016년 4월엔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등장한 미국 여름휴가지 25선’을 게재했고 온라인 업체 버즈피드 2016년 11월 ‘인스타그램에서 올릴 가치가 있는 전 세계 여행지 29곳’을 발표했다. SNS 인증샷 열풍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곳도 있다. 미국 웨스틴 호텔은 호텔 주변 인스타그래머블 플레이스로 구성한 조깅 코스를 트레이너와 함께 달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 말미엔 인증샷 촬영을 한다.

예약 앱의 나비효과

스스로 ‘즉행족(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30대 홍서윤씨는 3월 초 혼자 일본 여행을 했다. 그녀의 여행법은 독특하다. 먼저 휴가를 내고 앱으로 최저가 항공권을 검색해 여행지를 정한다. 숙소도 미리 예약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가격 비교 앱을 검색해 적당한 곳을 찾아간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홍씨같은 즉행족이 출현했다. 예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예약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길을 걷다가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단히 예약을 할 수 있다. 손끝으로 화면을 몇 번만 두드리면 전 세계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 예약할 수 있는 세상이다.

호텔 가격 비교 앱이 생겨나면서 호텔업계에선 최저가 경쟁이 과열됐다. 실시간으로 빈방 현황을 체크해 가격을 조정하는 ‘당일 예약’ 시스템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투어 국내 숙박 전문 예약 앱 ‘체크인나우’에는 당일 특가상품만 모아놓은 메뉴가 있다. 할인호텔과 가격이 매일 변하는데 특 1급 호텔도 여행 전에 예약하는 것보다 당일 예약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2017년 1월 1일~3월 15일 체크인나우에서는 제주신라호텔이 정상가 60만5500원에서 63% 할인된 22만1220원에 판매됐다.

웹페이지와 비교해 앱으로 예약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앱엔 자동로그인 기능이 있다. 한번 로그인 하면 그 이후부턴 로그인 절차 없어도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자주 사용하는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할 수 있어 간편하다. 앱의 장점은 역시 실시간 서비스다. 코레일은 KTX 예약 앱 ‘코레일톡+’에 2017년 2월부터 ‘타임 세이빙 서비스’ 기능을 추가했다. 앱으로 열차를 예매한 승객이 탑승 시간보다 일찍 역에 도착했을 경우 예약한 승차권보다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알려주고 수수료 없이 승차권을 변경해준다. 스마트폰 예약 앱이 시간과 돈을 절약해 주는 셈이다.
 
루이비통 시티 가이드 앱.

루이비통 시티 가이드 앱.

가이드북도 앱으로

해외여행 필수 준비물은 가이드북이었다. 명소·호텔·식당을 정리한 가이드북을 꼭 한 두 권씩 들고 떠났다. 스마트폰 시대엔 가이드북도 앱이 대신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이드북 론리플래닛·미쉐린 가이드·루이비통 시티가이드가 책과 함께 앱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가이드북 중 책을 전부 앱으로 제공하는 것은 루이비통 시티가이드뿐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책으로 발간한 여행지 중 사람들이 주로 찾는 도시를 골라 앱으로 출시했다. 론리플래닛 아시아 태평양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애덤 베넷은 “종이 책에는 해당 도시나 나라에 관한 전반적인 역사와 지형 등 기초 정보도 다루지만 앱에서는 명소·식당·호텔 등 꼭 필요한 정보만 보여준다. 지도 기능이 들어가 있어 편리하다”고 설명한다.
2016년 9월 나온 구글트립스 앱.

2016년 9월 나온 구글트립스 앱.


인스타그램 등 SNS로 여행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스마트폰 시대의 여행 트렌드다.

인스타그램 등 SNS로 여행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스마트폰 시대의 여행 트렌드다.

가격도 종이책보다 앱이 저렴하다. 론리플래닛은 무료다. 미쉐린 가이드 앱 가격은 제각각이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그린 가이드는 무료.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기는 레드 가이드는 현재 2017년 유럽편(16.49달러)과 2016년 브라질 편(무료)만 앱으로 제작됐다. 루이비통 시티가이드 앱은 각 도시마다 10.99달러, 책은 37달러다. 루이비통 시티가이드 앱의 경우 맨 처음 한 번만 결제하면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은 무료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후반엔 위치기반 서비스를 토대로 한 가이드 앱이 주를 이뤘다. 지도 서비스를 연동시켜 내 주변에 있는 명소와 호텔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2010년대 초반부턴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기술을 도입한 가이드 앱이 출시됐다. 앱을 가동한 다음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명소와 식당·호텔 등의 위치와 가격 정보를 알려준다. ‘지오트래블(Geo Travel)’‘로컬스코프(Localscope)’‘옐프(Yelp)’ 등이 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앱이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박물관·갤러리 등도 AR기술을 활용한 가이드 앱을 만든다. 문화재청이 만든 ‘내 손안의 덕수궁’과 국립중앙박물관의 ‘AR 큐레이터’, 서울시가 출시한 ‘아이 서울 투어’ 앱 등이 있다.

 
AR 가이드 앱 ‘지오트래블’ 유튜브 영상 캡처.

AR 가이드 앱 ‘지오트래블’ 유튜브 영상 캡처.

AR 가이드 앱은 아직 오류가 많다. AR 콘텐트 제작 업체 엔큐브의 조은식 대표는 “현재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스마트폰으로 AR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카메라에 주변 정보를 캐치해내는 센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배터리 소모가 크다는 게 단점이지만 이런 기술적인 부분들은 앞으로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 중에도 여행 후에도 스마트폰

온라인 전문 통계 분석 회사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16년 12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모두 200만개. 이 중 여행 카테고리에 속한 앱은 약 8만개로 전체 20개 카테고리 중 7번째로 많은 숫자다. 앞서 이야기했던 항공권·호텔 예약 앱은 물론, 가이드·번역기·환율변환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행 관련 앱을 잘 활용하면 좀 더 스마트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 스케줄러 앱으로는 트립잇(Tripit)과 위시빈(Wishbeen)이 유명하다. 트립잇은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 바우처를 관리 계정 메일(Plans@tripit.com)로 보내면 앱에 내가 예약한 항공 스케줄과 호텔 정보가 저장된다. 단점은 영어로만 서비스한다는 점. 때문에 영문으로 작성된 바우처만 유효하다. ‘팀 지정’ 기능도 있다. 여행 동행인을 팀으로 지정하면 동행인이 내가 작성한 여정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정도 할 수 있다.

구글트립스(Google Trips) 앱은 예약관리부터 일정 짜기 등 여행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한다. 지메일 계정과 연동하면 메일을 통해 주고 받은 항공권·호텔·레스토랑 예약 정보를 자동으로 앱에 업로드한다. 트립잇과 달리 한글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구글트립스의 백미는 ‘데이 플랜’ 기능. 여행지를 설정하고 데이 플랜 메뉴를 누르면 이용자가 여태까지 구글에서 검색한 기록을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명소를 골라 여정을 짜준다.

위시빈은 한국 업체가 만들었다. 스케줄러 기능 외에도 지도 서비스·가이드북 기능을 합쳐놔 편리하다. 앱에 일정을 추가하고 방문할 곳을 적으면 자동으로 지도에 동선이 그려진다. 명소 찾기 메뉴를 통해 명소와 맛집을 추천받을 수 있다. 또 스카이스캐너, 호텔스컴바인과 제휴해 각각 항공권과 최저가 호텔을 찾아준다. 위시빈 역시 동행인 초대 기능이 있지만 동행인은 초대한 사람이 작성해 놓은 여정을 열람하는 것밖에 못한다.

아이쉐어링은 본래 미아방지 위치추적 앱인데, 해외여행에서도 많이 쓰인다. 앱에 일행을 등록하면 일행의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개인 일정을 소화하다가 다시 모일 때 유용하다. 여행 후 추억도 스마트폰으로 정리한다. 볼로 앱은 동행인과 여행기를 함께 작성할 수 있어 추억을 공유하기에 좋다. 스냅스 앱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달력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한다. 앱에 제공된 달력 제작 툴에 맞춰 사진을 넣고 전송하면 오프라인 업체가 실제 달력을 만들어준다.

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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