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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메밀 100% 꿩냉면, 톱톱한 육개장…미식문화 아지트 ’고메구락부’

중앙일보 2017.03.24 00:02
100% 메밀로 반죽해 뽑아서 만 ‘고메구락부’ 꿩냉면. 결결이 찢은 꿩고기와 한우양지 수육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육수는 꿩 60%, 한우양지 40%를 섞고 김인숙 명인의 간장으로 간을 했다. 볼이 좁은 놋그릇 속 맑은 육수를 들여다보면 개나리 꽃이 아른거리는 듯하다.

100% 메밀로 반죽해 뽑아서 만 ‘고메구락부’ 꿩냉면. 결결이 찢은 꿩고기와 한우양지 수육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육수는 꿩 60%, 한우양지 40%를 섞고 김인숙 명인의 간장으로 간을 했다. 볼이 좁은 놋그릇 속 맑은 육수를 들여다보면 개나리 꽃이 아른거리는 듯하다.

'한국의 로산진'을 기다리며...돌아온 외식업 맹장
 좀 별난 소망을 가지고 문을 연 음식점이다. 옥호부터 그렇다. 홍익대 앞에 지난 13일 개업한 ‘고메구락부(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7길 19-5/전화 02-324-0956)’. 프랑스어 Gourmet(미식가)에 구락부를 합친 말이다. 구락부(俱樂部)는 원래 일본에서 영어 Club을 한자로 음역(音譯)한 조어다. ‘함께 즐기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원 단어 뜻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 음식점은 그걸 조금 바꿨다. ‘입이 즐거운 집단’이라는 뜻의 ‘口樂部’다. 1921년 일본에서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 魯山人·1883~1959)이 주도해 발족한 미식가들의 회원제 식당 ‘미식구락부’를 염두에 둔 작명이다.


주인은 이곳에서 ‘한국의 로산진’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음식을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는 로산진은 ‘미식구락부’에서 요리와 그릇을 직접 만들면서 복합예술 작품으로서 요리를 추구했다. 그 덕에 일본 음식문화는 혁명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미식으로 꼽힌다. 그의 이름 앞에는 미식가·요리가·음식철학자·기인·천재·패륜아·전각가·서예가·화가·도예가·칠기공예가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 음식문화도 그런 사람이 나타나 개벽의 아침을 맞기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고메구락부’는 기다림의 제단(祭壇)을 자임하면서 출범했다.
‘고메구락부’ 간판은 여느 식당과 다르다. 음식점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선언문처럼 새겼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식문화원’이다. 낙관 모양의 조형물에 보이는 글자들은 이 일에 참여하고 있는 ‘동인’들 이름이다.

‘고메구락부’ 간판은 여느 식당과 다르다. 음식점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선언문처럼 새겼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식문화원’이다. 낙관 모양의 조형물에 보이는 글자들은 이 일에 참여하고 있는 ‘동인’들 이름이다.

주인 김인복(47)씨는 외식업계 경력이 25년이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치른 백전 맹장이다. 직접 요리를 하면서 여러 음식점을 창업했고,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메뉴·브랜드 개발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인보기는 지금 어디?’라는 깃발 아래 전국을 돌며 음식점 컨설팅을 했다. 그가 음식점을 다시 연다고 했을 때 든 첫 생각은, 맛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였다. 개업 첫 주인 지난주 일행을 바꿔가며 세 차례 가보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모두가 맛있다고 했다.
냉면 상에 울외장아찌·백김치·고추냉이잎장아찌(왼쪽부터)가 반찬으로 오른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차림이다.

냉면 상에 울외장아찌·백김치·고추냉이잎장아찌(왼쪽부터)가 반찬으로 오른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차림이다.

꿩고기가 냉면 고명으로 상당히 많이 올라간다. 송추·와수리에서 꿩냉면을 하는 집들이나 예전 꿩냉면을 하던 서울 ‘평래옥’은 완자로 빚어서 올렸는데, 결 따라 찢은 꿩고기를 이렇게 올리는 경우는 처음 봤다.

꿩고기가 냉면 고명으로 상당히 많이 올라간다. 송추·와수리에서 꿩냉면을 하는 집들이나 예전 꿩냉면을 하던 서울 ‘평래옥’은 완자로 빚어서 올렸는데, 결 따라 찢은 꿩고기를 이렇게 올리는 경우는 처음 봤다.

대표 메뉴는 100% 메밀로 직접 반죽해 뽑는 꿩냉면(1만1000원)이다. 볼이 조금 좁은 놋그릇에 담긴 육수는 노란빛이 감돈다. 꿩 국물은 닭에 비해 약하지만 붉은빛이 있다. 거기다가 김인숙 명인의 간장으로 간을 해 그런 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모금 마셔보니 쩡하게 육향이 진하면서 깊은 감칠맛이 있다. 꿩 60%에 한우양지 40%가 들어간 육수다.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결결이 찢은 꿩고기와 한우 편육이 고명으로 면 사리 위에 높이 올라앉아 있다. 탁한 상아색으로 중면 같이 굵은 면은 씹는 느낌이 뚝뚝하고 뻣뻣했다. 입에 물고 오래 우물거리니 맛이 피어 올랐다. 다른 냉면 집에서 경험하지 못한 식감이다. 비슷한 스타일을 생각해보니 봉피양 냉면이 떠올랐다. 냉면 백가쟁명의 시대 한복판에 뛰어든 은둔 고수라고나 할까.
주방 직원이 냉면 반죽을 하는 동안 그릇을 잡아주고 있는 김인복 대표. 양이 많을 때는 기계반죽을 하지만 1~2인분을 할 때는 손반죽한다. 메밀은 찰기가 적어 힘들여 치대야 하기 때문에 그릇을 잡아준다.

주방 직원이 냉면 반죽을 하는 동안 그릇을 잡아주고 있는 김인복 대표. 양이 많을 때는 기계반죽을 하지만 1~2인분을 할 때는 손반죽한다. 메밀은 찰기가 적어 힘들여 치대야 하기 때문에 그릇을 잡아준다.

제면기로 들어갈 준비를 마친 메밀 반죽. 많이 치대서 제법 찰기가 생겼다.

제면기로 들어갈 준비를 마친 메밀 반죽. 많이 치대서 제법 찰기가 생겼다.

면을 굵게 뽑은 이유를 묻자 “여러 번 테스트해보니 육수가 진해서 그 정도 굵기가 잘 어울렸다. 꿩과 한우 고기로 육수를 내니까 육향이 진하다”라며 “우리 냉면은 서울식이라고 봐야 한다. 원래 이북 꿩냉면은 꿩육수에 동치미로 국물을 만든다. 내 고향 강원도에서도 그렇게 해 먹었다. 동치미로 하면 좋지만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동치미 대신 양지육수를 썼다. 그러면 서울식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꿩은 경기도 화성의 농장에서 겨울에 도축해 급랭해 둔 것을 공급 받는다. 1년을 한살이로 하는 꿩 사육은 봄에 꺼병이(꿩의 어린 새끼)를 사들여 가을까지 키우고 초겨울에 일괄 도축한다.
제면기를 빠져나간 메밀면은 물이 끓는 솥으로 바로 떨어진다.

제면기를 빠져나간 메밀면은 물이 끓는 솥으로 바로 떨어진다.

놋대접은 다른 냉면집 그릇보다 굽이 높고 볼은 좁다. 그릇이 많다. 업주가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뜻이겠다.

놋대접은 다른 냉면집 그릇보다 굽이 높고 볼은 좁다. 그릇이 많다. 업주가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뜻이겠다.

단품 식사로 안동 소고기 육개장과 양지·사태를 넣고 끓인 나주식 맑은 곰탕, 꿩떡국(각 1만원)이 있다. 김인복씨는 육개장 전문가다. 육개장을 주 종목으로 하는 한식당(숙대 앞 ‘더함’)을 창업해 몇 년을 운영하면서 성공시켰고, 기술을 전수해 창업을 돕기도 했다. 현재 직원들은 모두 ‘더함’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이다.
밥상이나 고기 안주에 따라 나오는 백김치는 보기도 곱지만 간은 심심하고 적당히 익어 맛이 시원하다.

밥상이나 고기 안주에 따라 나오는 백김치는 보기도 곱지만 간은 심심하고 적당히 익어 맛이 시원하다.

고추냉이잎장아찌. 최근 이걸로 고기를 싸서 먹도록 내는 고깃집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고추냉이잎장아찌. 최근 이걸로 고기를 싸서 먹도록 내는 고깃집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고기 바비큐 종류는 타닥삼겹·뼈등심·소시지·치킨(각 1만3000원), 소 안심·떡갈비(각 2만3000원)가 있다. 이밖에 안주류는 샐러드, 씨푸드 감바스, 딱새우 간장새우(각 1만5000원)와 딱새우 그릴구이, 왕새우 야채 모듬튀김, 명란구이 왕새우튀김(각 2만원)이 있다.
뼈등심 바비큐는 주방 그릴에서 숯불로 초벌구이를 해서 나온다. 식탁 불판에서 다시 한번 구워 제주도 식으로 멜젓 소스를 찍어 먹는다.

뼈등심 바비큐는 주방 그릴에서 숯불로 초벌구이를 해서 나온다. 식탁 불판에서 다시 한번 구워 제주도 식으로 멜젓 소스를 찍어 먹는다.

뼈등심 살을 가위로 잘라가며 테이블에서 구워주는 김인복 대표. ‘고메구락부’의 홀 근무자들은 모두 페도라 모자를 쓰고 일한다.

뼈등심 살을 가위로 잘라가며 테이블에서 구워주는 김인복 대표. ‘고메구락부’의 홀 근무자들은 모두 페도라 모자를 쓰고 일한다.

주인이 추천하는 뼈등심 바비큐와 딱새우 간장새우을 먹어봤다. 뼈등심은 돼지갈비에 붙어있는 살에서 삼겹살을 떼내고 등뼈 쪽으로 남은 고기다. 제주도 돼지고기를 통으로 구입해 정형해서 쓴다. 그릴에서 초벌구이를 한 다음 먹기 좋게 잘라서 내오는데 소고기 T본스테이크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두터운 살에 쫄깃한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있어 불판에 다시 구워 멜젓을 찍어 먹으면 강한 맛들이 잘 어우러진다. 제주도 딱새우로 담근 간장새우는 처음 보는 음식이다. 먹기 좋게 껍데기를 벗겨서 내왔다. 새우보다 단단한 살을 잘라 밥에 넣고 참기름 치고 비벼서 먹어보라고 했다. ‘밥도둑’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딱새우 그릴구이는 보기에는 먹음직했지만 단단한 껍데기에 들어앉은 살을 꺼내 먹는 데 공이 많이 들었다.
 
문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30분~오후 11시(여름엔 오후 12시/주방 마감 오후 9시). 당분간은 휴일 없이 운영할 계획이다.
제주산 딱새우 간장새우. 새우보다 단단한 살을 잘라 넣고 밥을 비벼서 싸 먹도록 감태가 함께 나왔다. 맛이 없을 수 없는 것들이라 식사로도, 안주로도 그만이다.

제주산 딱새우 간장새우. 새우보다 단단한 살을 잘라 넣고 밥을 비벼서 싸 먹도록 감태가 함께 나왔다. 맛이 없을 수 없는 것들이라 식사로도, 안주로도 그만이다.

곱게 간 참깨가루를 뿌린 쌀밥에 딱새우 간장새우 살을 잘라 넣고 비비면 별미다.

곱게 간 참깨가루를 뿌린 쌀밥에 딱새우 간장새우 살을 잘라 넣고 비비면 별미다.

이밖에 궁금한 몇 가지는 문답으로 정리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외식업계에서 일한 이력을 정리한다면.
1992년 홍익대 정문 앞 골목에서 친구랑 카페형 즉석 김밥집 ‘김밥촌’을 창업한 게 처음이다. 아르바이트 해 모은 돈으로 스물세 살에 생애 첫 외식사업을 벌였다. 김밥 1줄에 500~1000원이던 상권에서 스팸을 구워 넣은 2500~3000원짜리 김밥을 팔았다. 그때만해도 스팸은 도시락 반찬의 로망이었다. 소문이 나서 여의도·마포 직장인들도 많이 찾아왔다. 홍대 앞 상권은 1991년 무렵부터 카페가 하나 둘 생겨났다. 동업 관계도 어렵고 주변에 비슷한 집이 많이 생겨 6개월만에 접었다. 6개월 지나니까 주변에 모방 업소가 6곳이나 생겼다. 특별한 기술 없어도 할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7년간 직장을 다니다가 2000년 무렵부터 광주(光州)에서 레스토랑 ‘루비콘’을 3~4년, 응암동에서 갈비집 ‘칠갑산’을 5~6년 했다.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내 구상을 담은 한식당 ‘더함’을 숙대 앞에 열었다. 4년 동안 잘 됐다. 기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친구에게 넘겼다. 2013년 ‘제너시스 BBQ’에 외식경영연구소 소장으로 들어갔다. ‘닭익는마을’의 브랜드 대표로 ‘도리마루’ ‘소신275’ 같은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다. 2014년에는 인천에 대형 한식집 ‘우리가본집’을 창업했다. 2015년 다시 기업에 들어갔다. ‘강강술래’가 대표 브랜드인 숯불구이 한식 기업 (주)전한의 개발본부장(상무)으로 일했다. 2016년에는 음식점 컨설팅을 하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숯불에서 구워지고 있는 딱새우 그릴구이. 즉석에서 생 레몬즙을 뿌리고 통후추를 갈아 뿌린다.

숯불에서 구워지고 있는 딱새우 그릴구이. 즉석에서 생 레몬즙을 뿌리고 통후추를 갈아 뿌린다.

명란구이와 딱새우튀김. 메뉴에는 ‘명란구이 왕새우튀김(2만원)’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날은 왕새우 대신 딱새우를 튀겼다.

명란구이와 딱새우튀김. 메뉴에는 ‘명란구이 왕새우튀김(2만원)’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날은 왕새우 대신 딱새우를 튀겼다.

컨설팅이나 창업 지원을 하면서 음식에서 강조하는 건 무엇인가.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집밥, 탕반(湯飯)음식이다. 외식은 주로 고기다. 서양음식도 먹지만 그건 별식이다. 별식은 가끔은 먹어도 계속 먹기는 어렵다. 무엇을 팔 것인지, 전선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음식 가지고 ‘뒤돌려차기’ 하지 말라는 거다. 비법 찾지 말고, 이상한 재료 섞지 말고, 재료의 본질 묻히게 하는 것보다 본질을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 음식에 장난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렇게 가르쳐주면 “그게 다예요? 비법 없어요?” 하면서 색다른 거를 자꾸 묻는다. 그런 건 없다. 있다 해도 좋은 것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외식업 개화기를 맞았다. 2010년 전후에는 외국음식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퓨전시대가 열렸다. 음식의 본질 위에 겹겹이, 덕지덕지 뭔가를 올리고 덮었다. 그거 다 벗겨내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먹어보면 한정식은 지방 특색이 다 사라졌다. 동업자들이 교류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정보를 나눠 음식도 기물도 다 닮게 됐다. 유명한 식당들도 교육 받은 2세가 대물림 하면서 개성이 사라졌다. 도시 공부가 음식을 똑같이 만들게 했다. 사람들은 전라도에 가면 전라도 밥상을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곳 음식점 주인들은 집에서도 먹는 걸 왜, 어떻게 팔라고 가르치냐면서 향토색을 경원 또는 무시한다. 향토음식문화가 그렇게 사라져 안타깝다.
셰프 공부를 정식으로 한 것도 아닌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나.
어려서부터 음식을 자주 해먹었다. 그냥 좋았다. 강원도 춘천 효자동이 고향이다. 도청공무원이던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벽돌공장을 했다. 초등학교 3~4학년이던 열 살 무렵 이미 벽돌공장 인부들 새참을 챙겨줄 정도였다.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와서 안암동 개운사 뒤에서 자취를 했다. 그때부터 계속 음식을 했다. 주말마다 춘천에 가면 어머니는 반찬을 이것 저것 싸줬다. 그걸 들고 차로 안암동로터리까지 오면, 그때는 마을버스가 없어서 개운사 뒤까지 걸어가야 했다. 반찬 보따리를 들고 거길 올라가려면 힘들었다. 짐 들고 다니기 싫어서 반찬을 만들었다. 중·고생 시절 체구는 작아도 밥 양이 많았다. 도시락을 3개씩 싸가지고 다녔다. 책이 아닌 도시락 때문에 가방이 컸다. 자취하면서 고들빼기김치도 담가 먹었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넌 어떻게 이런 걸 다 담그냐며, 맛있다고 퍼가곤 했다. 책 보고 음식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손님 상에 나가기 직전의 타닥삼겹살 바비큐. 고추냉이·통후추를 비롯해 5가지 소스가 차려진 게 눈에 띈다.

손님 상에 나가기 직전의 타닥삼겹살 바비큐. 고추냉이·통후추를 비롯해 5가지 소스가 차려진 게 눈에 띈다.

삼겹살 바비큐를 테이블 불판에서 다시 굽고 있다.

삼겹살 바비큐를 테이블 불판에서 다시 굽고 있다.

타닥삼겹살 바비큐를 그릴에서 초벌구이 하는 모습. 다리미 같은 쇠로 눌러 고기 형태를 잡아가며 굽는다.

타닥삼겹살 바비큐를 그릴에서 초벌구이 하는 모습. 다리미 같은 쇠로 눌러 고기 형태를 잡아가며 굽는다.

‘한국미식문화원’이라는 간판을 단 뜻은 무언가.
프랑스는 19세기, 일본은 1921년에 미식회가 생겼다. 음식문화에 대해 안목이 높은 사람들의 미식 사교클럽이다. 한국도 미식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주제를 토론하고 대화할 상설 공간이 있어야 한다. 요리사·컬럼니스트·저널리스트와 음식 관련 유력인사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할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 여기 넓은 공간을 식당으로 다 쓰기는 벅차다. 일단 식당으로 운영하지만 2층은 음식문화 관련 세미나·포럼을 열고, 향토음식 명인 시연 행사, 식음료·전통주 회사의 프로모션 행사 등을 여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외식사업주와 전문가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될 것이다. 명사들을 초청해 함께 어울릴 수 있게 정기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교육 기능보다 주제를 정해 토론하고 포럼 형식으로 운영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고메구락부’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고 한식을 재해석하고 가치를 확장하는 공론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모임의 중심이 되고 싶다. 로산진의 정신이 좋은 것 같다. 한국에도 그런 분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 공간을 이끌고 가겠다.
이름의 한자가 독특하다. 어질 인(仁) 배 복(腹)자를 쓴다. 이름에 잘 쓰지 않는 한자다.
어머니가 월정사 스님에게 작명을 부탁했는데 남의 배 부르게, 보시 많이 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백양사 천진암 정관 스님에게 “제 이름 바꿔야 하니 좀 지어주세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나랑 같은 팔자다. 호를 하나 지어줄 테니 이름 앞에 붙여 쓰고 이름은 그대로 써라”고 했다. (※천진암 주지 정관 스님은 조계종에서 손꼽는 사찰음식 전문가다. 구미의 유명한 셰프들도 배우러 많이 온다. 지난 가을 나는 김인복씨와 천진암 사찰음식 체험캠프에 함께 간 인연이 있다.)
주방에서 숯불로 초벌구이 해서 손님 상으로 나가는 소 안심 바비큐.

주방에서 숯불로 초벌구이 해서 손님 상으로 나가는 소 안심 바비큐.

주방 그릴에서 숯불로 초벌구이 중인 소 안심 바비큐.

주방 그릴에서 숯불로 초벌구이 중인 소 안심 바비큐.

본업이 무엇인가.
밥집 주인이다. 그게 가장 편하다. 20대에 직장생활 한 후 내 사업을 하다가 40대 중반에 다시 회사엘 다녔다. 시스템과 산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 갔다. 실제로 많이 배웠다. 나이가 드니까 조직생활 적응이 쉽지 않았다. 조직문화의 타성과 정치에 물들고 싶지 않은데 휘말리게 되더라. 사주의 뜻도 받들어야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려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론은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개벼’였다. 많은 경험을 했으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처음부터 정통 셰프 출신도 아니니까 손님들에게 편안한 식당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면서 돌아왔다. 음식점 컨설팅도 은퇴했다. 음식과 맛은 아주 주관적 영역이라 컨설팅이 쉽지 않다. 시장 경쟁구도가 심화돼 맛만 가지고 승부가 나지도 않는다. 메뉴는 외식사업의 일부일 뿐이다. 기획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브랜드가 탄생하는데 메뉴 컨설팅을 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메뉴만 가지고는 어렵다. 업주들이 음식문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도, 사업도 지속하기 어렵다. ‘고메구락부’를 오래 이끌어가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홍익대 앞 상권 한복판에 자리잡은 ‘고메구락부’는1, 2층 합치면 400㎡(120평)에 가까운 넓은 음식점이다. 2층에서는 미식문화를 모색하고 소통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익대 앞 상권 한복판에 자리잡은 ‘고메구락부’는1, 2층 합치면 400㎡(120평)에 가까운 넓은 음식점이다. 2층에서는 미식문화를 모색하고 소통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메구락부’의 1층 내부. 벽이 많아 사진에는 절반도 보이지 않는다.

‘고메구락부’의 1층 내부. 벽이 많아 사진에는 절반도 보이지 않는다.

메뉴는 어떻게 선택했나.
탕반·냉면·고기 세 가지다. 사람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음식이다. 우리는 탕반문화 뿌리가 깊어 국과 밥이 식사의 기본이다. 차가운 국물을 끝까지 마시는 냉면문화는 세계에서 드물다. 중국·일본에도 차가운 면은 있지만 국물까지 다 마시지는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국수도 좋아한다. 1인당 국수 소비량이 세계적으로 많은 편이다. 외식을 하면 대개 고기 먹는다. 내가 다룰 수 있는 메뉴라는 조건도 충족한다. 주방에 있을 때가 편하다. 음식은 뜻하는 대로 만들 수 있으니 좋다. 주방 관리를 직접 한다. 업주로서 주방 관여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꿩냉면 육수 직접 뽑고 육개장도 끓인다. 식당 창업을 많이 해주다 보니 업주가 하고 싶다고 그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주인 능력과 스킬이 뒷받침되지 않고 직원에게 맡기면 뜻하는 음식을 할 수 없다. 우리 메뉴는 스탭 의존도가 높으면 끌고 가기 어려운 음식이다. 냉면집 창업 많이 돕다 보니까 냉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안다. 대중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기준치가 있다. 손님 90%가 만족하는 음식을 내보내는 식당이 옳은 방향이다.
‘고메구락부’의 방향은 어떤가.
회사는 사람이 바뀌어도 매뉴얼로 하면 되지만 개별 식당은 운영자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많이 변한다. 손님과 감성적 교감이 중요하다. 손님이 만족하게 하는 게 최선의 홍보다. 손님들과 교감하는 스토리텔링형 식당, 상품력과 서비스로 손님들과 정서적으로 끊임없이 교감하는 음식점을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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