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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히든 피겨스' 잘 정리된 수학공식처럼 명쾌하다

중앙일보 2017.03.24 00:01
히든 피겨스
히든 피겨스 / 사진=영화사제공

히든 피겨스 / 사진=영화사제공

 

[리뷰] '히든 피겨스'

원제 Hidden Figures 감독 데오도르 멜피 출연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케빈 코스트너, 커스틴 던스트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3월 23일
 
줄거리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NASA(미국 항공우주국) 흑인 여성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흑인 여성 최초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 경쟁을 하던 1960년대, 세 여성이 NASA의 극비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히든 피겨스 / 사진=영화사제공

히든 피겨스 / 사진=영화사제공


별점 ★★★★  여기 출근길의 세 여성이 있다. 자동차 고장으로 국도 위에서 발이 묶인 참. 때마침 나타난 경찰은 왜 흑인 여성이 도로를 점거해서 난리냐는 투로 비아냥거린다. 드디어 수리된 차에 오른 세 여성은 치받기라도 할 듯 경찰차의 뒤를 바짝 쫓아간다. 흑인 여성 앞에 놓인 온갖 차별과 멸시, 권위와 제도에 맞서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출. ‘히든 피겨스’의 시작이다.
 
실화 소재의 ‘히든 피겨스’는 미국이 소련과 우주 개발 전쟁을 치르던 1960년대, NASA 한편에서 활약한 세 흑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첫 장면처럼 그들의 길은 절대 순탄치 않다. 화장실·도서관·법원·버스까지 모든 게 ‘백인(White)’과 ‘흑인(Colored)’으로 분리된 시대였으니까. 여성이자 흑인이란 이유로 회의에도 못 들어가고, 보고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지만, 세 주인공은 씩씩하게 NASA를 누빈다.
 
인종 문제를 다룬 영화나 여성영화로서 만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무비로서도 ‘히든 피겨스’는 흠을 찾기 어려운 영화다. 뚜렷한 메시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스토리, 꼼꼼한 시대 재현,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화, 적절히 장단을 맞추는 음악 등등 모든 게 잘 정리된 수학공식처럼 명쾌하다. 
 
인종과 성(性) 문제를 다뤄 무거운 분위기일 것 같다면, 그건 오해다. 영화 내내 흐르는 퍼렐 윌리엄스의 노래처럼 이 영화는 몸을 들썩이며 따라 부르고 싶은 흥겨움으로 충만하다. 흑인이 고통받는 시대극의 관습을 최소화하는 대신, 각 인물이 각자의 영역에서 기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억지 감동이 아니라 웃음과 용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 덕분인지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럽고, 앙상블도 훌륭하다.
 
 
 
“(NASA가) 로켓은 빨라도, 승진은 느려” “남자만 지구를 돌라는 법은 없어요” 같은 촌철살인 대사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흑인·여성이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영화. 우리 사회라면 더욱 그러하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 당대 흑인 여성들 최고의 지성을 갖췄지만, 피부색과 성별 때문에 차별받는 ‘2등 시민’의 이야기를 재치 넘치게 그린 점이 신선하다. 장성란 기자
 
 
★★★★ 흑인이자, 여성이고, 천재인 이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좌절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당찬 걸음을 따뜻하면서 경쾌하게 따라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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