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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위안부 합의 파기한다는 홍준표, 가능할까?

중앙일보 2017.03.23 15:36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지난 22일 “대통령이 되면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한 뒤 “반인륜적 범죄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고 그걸 돈으로 거래한다는 건 외교가 아닌 뒷거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다.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등 주요 대선후보, 일본 대사 복귀 관련 정부 입장은 지지


 한국당 홍 후보 외에도 주요 대선후보는 한 목소리로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1절 기념사에서 “합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실천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당시 야당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그렇다면 과연 위안부 합의는 파기 또는 재협상이 가능할까?
 
 2015년 12ㆍ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양국간 합의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일방이 합의내용을 문제삼아 언제든지 파기한 뒤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측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의사를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파기를 선언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한국이 일방적 파기를 선언하는 건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한일관계 급랭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법 절차를 거쳐 합의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유다. 대선정국에선 후보들이 국민여론을 의식해 파기 또는 재협상 등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대통령에 취임하면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1월 9일 오전 인천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산총영사관 앞에 소녀상 설치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주한 일본총영사와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켰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1월 9일 오전 인천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산총영사관 앞에 소녀상 설치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주한 일본총영사와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켰다.

 일본측도 차기 한국 정권의 위안부 합의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23일 현재 두달 넘게 일본에 머물고 있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지난 15일 “(한국에서) 어떤 정권이 되더라도 약속(12ㆍ28 위안부 합의)을 지키도록 호소해 가겠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은 일본 대사의 복귀 이슈에 대해서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목소리로 12.28 위안부 합의를 체결한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일본 대사 귀임 문제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일본은 식민 지배를 사과하고 한국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한다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정신에 입각해 현안 문제에 접근하자고 밝힌 뒤 대사 소환조치를 길게 끌고 갈 경우 일본 책임이라는 점을 일본 정부가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후보는 좀더 강경했다. “이번 사안은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며 “일본 정부의 잘못된 행태에 우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고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일관계에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질 수 있고, 타국에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일본은 부당하게 소녀상 이전을 요구할 게 아니라 과거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일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우리가 먼저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새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면 그때 일본 대사는 자연스럽게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겠다”면서 “위안부 합의, 부산 소녀상 문제와 다른 일본과의 현안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후보는 “소녀상 문제를 한일관계 전반에까지 확대 적용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후보들의 의견을 정부도 중시하고 있다“며 ”대선후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일본과의 협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세현ㆍ유지혜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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