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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WBC 정상 올린 마커스 스트로먼 "엄마 미안"

중앙일보 2017.03.23 14:16
[WBC 홈페이지 캡처]

[WBC 홈페이지 캡처]

야구 종주국 미국이 마침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에 올랐다. 작지만 강한 사나이 마커스 스트로먼(26·토론토)이 빛났다. 최고의 호투로 어머니의 나라 푸에르토리코를 울렸다.


미국은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WBC 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0으로 이겼다. 미국은 2006년 대회 창설 이후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2009년 4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WBC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야구 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흥행도 성공했다. 결승전에 5만1565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등 이번 대회에선 역대 최다인 108만 672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미국은 3회 선두타자 조나단 루크로이(텍사스)가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이안 킨슬러(디트로이트)가 가운데 담장을 넘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5회엔 킨슬러의 안타와 애덤 존스(볼티모어)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크리스티안 옐리치(마이애미)가 우전 안타를 날렸다. 2사 이후엔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4-0으로 달아났다. 7회 2사 만루에서는 브랜던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의 2타점 적시타를 쳐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수훈갑은 선발 스트로먼이었다. 스트로먼은 정규시즌 못잖게 힘있는 공을 뿌려댔다. 직구 최고 구속은 95.2마일(약 153㎞). 싱커와 컷패스트볼도 낮은 코스에서 예리하게 꺾였다.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푸에르토리코 타자들은 등번호 6번을 단 스트로먼을 상대로 6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스트로먼은 선두타자 앙헬 파간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6이닝 1피안타·1볼넷·3탈삼진·무실점 승리. 2라운드 푸에르토리코전(4와3분의2이닝 8피안타·4실점) 패전도 깨끗이 설욕했다. 경기 내내 'USA'를 소리높여 외친 미국 팬들은 그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사진 스트로먼 트위터]

[사진 스트로먼 트위터]

 
스트로먼은 사실 푸에르토리코 대표로 나설 뻔 했다. 그의 어머니가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이다. WBC는 국적이 없더라도 부모 중 한 명인 출신국가 대표로 나설 수 있다. 푸에르토리코와 미국으로부터 모두 러브콜을 받는 스트로먼은 고심 끝에 미국 대표를 선택했다. 그는 지난 2월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엄마 미안해'라는 글과 함께 대학 시절 미국 대표로 활약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결승 홈런의 주인공 킨슬러 역시 이스라엘 예비엔트리에 들었지만 미국 대표로 출전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다문화·다인종 국가' 미국의 힘이었다.
 
스트로먼은 '단신 투수'로도 유명하다. 프로필 신장은 1m73㎝이지만 신발을 신고 잰 수치라 더 작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신체적 불리함을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했다. '키로는 심장의 크기를 잴 수 없다(Height doesn't measure heart)'는 좌우명을 모자에 새긴 그는 스트라이드(다리를 벌리는 폭)가 큰 투구폼을 통해 공의 위력을 키웠다. 구종 개발에도 힘써 포심패스트볼, 싱커, 커터 등 3가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2012년 드래프트에서 토론토에 지명된 그는 2년 만에 빅리그에 올라갔다. 2014년부터 3년간 24승16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하며 토론토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푸에르토리코는 2013년에 이어 2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속령으로 인구 360만 정도에 불과하지만 빅리거를 200여 명이나 배출한 야구 강국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카를로스 코레아·카를로스 벨트란(이상 휴스턴) 등 MLB 스타들을 앞세워 선전을 펼쳤다. 2라운드에선 미국을 6-5로 꺾는 등 준결승까지 7연승을 질주했다. 머리를 똑같이 금색으로 염색하며 팀웍을 다지는 등 인상적인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2회 연속 고배를 마셨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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