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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2조9000억원 더 투입해 살린다

중앙일보 2017.03.23 11:00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23일 발표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우조선의 부도를 막고 2021년까지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단 채권은행과 사채권자가 50% 이상의 채무재조정에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우조선해양 등과 거래하는 협력업체가 들어선 경남 거제 오비산업단지. 정부는 23일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등과 거래하는 협력업체가 들어선 경남 거제 오비산업단지. 정부는 23일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23일 지원안 확정 발표
사채권자의 50% 출자전환 전제
"합의 안 되면 P플랜" 엄포

23일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이러한 내용의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절반씩 분담한다. 이로써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를 거쳐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투입했던 국책은행이 1년 5개월 만에 다시 추가자금 지원에 나섰다.  
 
금융위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지금까지의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채권단이 장기 조선불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회사의 위험요인에 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삼정회계법인의 자료를 인용해 대우조선이 도산한다면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가 최대 59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 114척이 모두 고철 처리되고 금융권 여신(18조5000억원), 회사채와 CP(1조5500억원), 주식(1조2000억원) 대부분이 손상 처리된다는 가정이다. 또 대우조선이 문을 닫게 되면 직영·사내협력업체 인력 등 5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을 지금 죽게 내버려 두기엔 비용이 너무 크다는 ‘대마불사’의 논리다. 
23월 산업은행이 발표한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재조정 방안.

23월 산업은행이 발표한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재조정 방안.

 
2조9000억원이라는 추가자금 투입 규모는 삼정회계법인과 태평양 법무법인이 내놓은 실사보고서에 근거해 결정됐다. 실사보고서에선 2021년 올해 신규수주액이 20억 달러에 그치고 협상 중인 드릴쉽 인도나 자산 매각이 순탄치 않다는 보수적인 가정 아래 최대 부족자금이 5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 부족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위는 강도 높은 채무재조정과 신규자금 투입을 병행하는 안을 채택했다. 총 1조5500억원 규모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50% 출자전환과 잔여분의 만기연장(3년 유예 뒤 3년 분할상환, 금리 3% 이내)을 요구할 계획이다. 7000억원 규모인 시중은행 보유 채권은 80%,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국책은행 보유 채권은 100% 출자전환 예정이다. 이 경우 약 3조원의 자본이 확충됨으로써 지난해 말 2732%인 대우조선 부채비율이 2021년 말엔 257%로 떨어질 거라는 게 금융위 전망이다. 
 
대우조선의 사업재편은 가속화하기로 했다. 상선·특수선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해양플랜트는 기존 수주잔량 인도에만 집중해서 사실상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만명 수준인 직영인력은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더 줄여나가게 된다. 
 
금융위는 만약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무산되면 법원의 사전회생계획제도, 즉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추진한다는 방안도 발표에 포함시켰다. P플랜은 법정관리와 비슷하지만 좀더 신속하게 진행되고 채권은행의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진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법정관리와 마찬가지로 P플랜 역시 선주들이 짓고 있는 배를 인수하지 않겠다며 계약을 취소하게 될 우려가 남아있다. 무더기 계약 취소가 현실화되면 대우조선은 도산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6조원 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내준 수출입은행마저 휘청거리게 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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