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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지도선 탄 세월호 유가족, 2㎞ 밖에서 작업 현장 지켜봐

중앙일보 2017.03.23 03:18 종합 2면 지면보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깃발을 단 배가 시험 인양 작업이 진행 중인 동거차도 앞바다로 들어서자 경비함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깃발을 단 배가 시험 인양 작업이 진행 중인 동거차도 앞바다로 들어서자 경비함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선체 시험 인양이 진행된 22일 오전. 취재진을 태운 중국의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의 작업 지원선 선첸하오(深潛號)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 도착했다. 물결은 잔잔했다. 1.2㎞ 떨어진 시험 인양 작업 현장의 바지선 2척이 손바닥만 하게 보였다. 어떤 작업이 진행 중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현장에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짐작하게 했다. 오후가 되자 바지선 주변 선박이 10여 척에서 20여 척으로 늘어났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작업 지원선과 세월호 선체의 기름 유출을 막는 방재선이 대다수”이라며 “아직도 시험 인양 중”이라고 했다.
 

선박 내 TV 통해 본인양 소식 들어
“동생·조카와 빨리 집으로 가고싶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0여 명도 이날 멀리서 작업 상황을 지켜봤다. 1600t급 어업지도선 무궁화 23호를 타고서다. 해수부의 공식 브리핑 전까지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어 답답해했다.
 
시신 미수습자 가족들도 이날 오전 배를 타고 사고 지점에서 2㎞가량 떨어진 해역으로 나갔다. 단원고에 다니던 딸 조은화(당시 17세)양을 아직 찾지 못한 어머니 이금희(48·여)씨, 동생 재근(당시 53세)씨와 조카 혁규(당시 7세)군을 아직 찾지 못한 권오복(61)씨 등 7명이다. 무궁화 2호에 탄 이들 가족은 선박 내 회의실에 설치된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세월호가 1m가량 해저 면에서 인양됐다는 소식에 이어 본인양 작업에 돌입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인양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던 가족들은 본인양 소식에 “이제는 정말 인양되나 보다”며 안도했다. 권씨는 “3년을 기다려 왔다. 오늘은 세월호가 꼭 인양돼 빨리 동생과 조카를 찾아 집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뜬눈으로 밤을 새운 가족들은 이날 오전 바다로 향하기 전 팽목항 방파제 위 빨간 등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심경을 나타냈다. 이들은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진실을 밝히는 증거물이자 생존자가 아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며 “인양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미수습자 9명 가운데 일부 가족은 세월호 사고 직후 진도에 내려와 진도를 떠나지 않고 팽목항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며 인양을 기다려왔다.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추모객들은 “3주기를 앞두고 세월호가 꼭 인양돼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팽목항의 미수습자 가족 임시숙소 컨테이너 옆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인양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길 기원하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팽목항에서는 이날 오후 예술단체 주도로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기원제도 열렸다. 예술인들은 팽목항 방파제 위에 미수습자 9명을 위한 밥과 국, 반찬 등을 차리고 제를 지냈다. 
 
진도=김호 기자·공동취재단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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