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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지명한 대법관 후보, 권력 아닌 법의 편에 섰다

중앙일보 2017.03.23 03:16 종합 2면 지면보기
“우리에겐 헌법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청문회서 엄격한 법치 강조
반이민·고문 부활에 반대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을 위한 상원 청문회. 닐 고서치(49) 대법관 후보자의 대답은 명료했다.
 
청문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발언과 ‘대통령의 절대 반지’라 할 수 있는 행정명령 남발로 법치주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렸다.
 
미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하긴 하지만 입법부·사법부·행정부가 힘의 균형을 맞춘다. 그러기에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연방대법원의 종신직 대법관이 누가 되느냐는 미국민에게 뜨거운 관심사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대법관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각각 4명이다. 고서치가 임명되면 대법원이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된다. 보수적 가치를 지키려는 공화당과 진보적 가치를 높이려는 민주당 모두 고서치 인준 청문회에서 전의를 불태운 이유다.
 
하지만 청문회는 양당의 공방을 뛰어넘어 ‘미국의 힘과 품격’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고서치는 자신을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엄격한 법치주의’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강조했다. 의원들이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마다 고서치가 내놓은 메시지는 일관됐다.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 닐 고서치는 21일 진행된 청문회 내내 트럼프와 관련한 질문을 집요하게 받았지만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워싱턴 AP=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 닐 고서치는 21일 진행된 청문회 내내 트럼프와 관련한 질문을 집요하게 받았지만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워싱턴 AP=뉴시스]

“의회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법을 적용한다. 나는 모든 사건을 ‘팩트’와 ‘법’에 의거해 판결하려 최선을 다해 왔다.”
 
고서치는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선 “헌법은 자유로운 종교와 법의 평등한 지배를 보장한다”는 답변으로 우회 비판했다. 불법 체류자와 관련한 질문에선 “대법원이 과거 적법하다고 인정한 권리들은 그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트럼프

특히 트럼프가 ‘필요하다’고 말한 고문 부활에 대한 물음엔 “우리에겐 수정헌법 8조(잔혹한 형벌부과 금지)가 있다. 수감자 대우법을 통해서도 잔인한 대우를 금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고서치의 ‘법치’에 대한 소신은 트럼프가 판결에 관여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의에 답하면서 빛이 났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법원) 문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치적으로)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며 “법이 요구한다면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60명 이상 찬성해야 임명
 
고서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하버드대 로스쿨 동기다.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지난 1월 대법관 후보로 지명됐을 때 진보 진영에선 “반환경, 친기업적인 인물”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공화당에선 당내 반트럼프 진영조차 “ 트럼프가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고서치가 대법관에 임명되기 위해선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 의원은 52명이어서 민주당의 지지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고서치는 트럼프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민주당의 공격을 잘 막아내 대법관에 한층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청문회는 23일까지 이어지며 인준 표결은 다음달 3일 열린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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