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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개표 참관인만 1000명 … ‘민주당 유출’ 예고된 참사

중앙일보 2017.03.23 02:51 종합 6면 지면보기
22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경선 현장투표와 관련해 일부 지역의 개표 결과로 추정되는 ‘괴문서’가 유포되면서 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일단 당내엔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민주당 투표는 250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개표 현장에는 각 후보 캠프에서 참관인을 보냈다. 후보가 4명인 만큼 전체 투표소에 1000명 정도의 참관인이 개표 결과를 지켜본 것이다.
 

경선 투표결과 SNS 유포 파문
참관인, 캠프에 결과 보고했을 수도
당 선거 관리능력 부족 드러내
안희정 측 “특정 캠프서 유출 의심”
문재인 측 “2~3위 측 흘렸을 가능성”

민주당은 이날 현장투표를 마치자마자 현장에서 개표를 실시한 뒤 투표함을 밀봉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냈다. 하지만 참관인들이 투표소마다 개표 결과를 기록해 캠프로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서울 대영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만났다. [사진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서울 대영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만났다. [사진 오종택 기자]

문재인 후보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은 “개표를 하지 않은 채로 보관하는 게 더 위험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투표 당일에 개표하기로 합의했던 사안”이라며 “참관인이 현장에서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예고됐던 참사”라고 말했다.
 
안희정 후보의 기동민 비서실장도 “당의 선거 관리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노출됐다”며 “만약 실제 대통령선거에서 사전투표 결과가 새어 나갔다면 어떻게 될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앙당 안규백 사무총장은 “사전에 어느 캠프에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결과 유출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 등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당 선관위에서 각 캠프에 참관인이 결과를 누설하지 않도록 협조를 촉구했다지만 마땅한 처벌규정도 없는데 그것이 곧이곧대로 지켜지겠느냐”며 “개표 전부터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일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출돼 돌아다닌 투표 결과에선 문 후보가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안희정 후보 측은 긴급공지를 돌리고 이날 오후 9시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 모여 박영선 의원 멘토단장의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안 후보 캠프의 한 의원은 “사실이면 판을 깰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25일 시작되는 ARS(모바일)투표를 앞두고 특정 후보 측에서 의도를 갖고 만들어 유출시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2~3위 후보 측에서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출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우리는 캠프 관계자들이 참관인들에게 사전교육을 철저하게 시켰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측도 ‘심각한 사고’로 규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 후보 측 김병욱 대변인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조사와 재발 방지 약속 및 사과, 당 선관위원장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 후보 측 제윤경 대변인은 “구체적인 유출 경위가 파악되지 않은 만큼 신뢰할 수는 없는 수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중앙당은 이날 오후 9시쯤 안규백 사무총장 명의로 각 지역위원장에게 ‘당무 협조 요청’을 발송했다.
 
안 사무총장은 요청문에서 “무분별한 투표 결과 유포는 자칫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감안해 절대 유통되지 않도록 안내해 주시기 바란다”며 “허위사실임이 확인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유성운·채윤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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