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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보통사람 vs 히든 피겨스

중앙일보 2017.03.23 00:01
보통사람
보통사람 / 사진=영화사 제공

보통사람 / 사진=영화사 제공

감독 김봉한 출연 손현주, 장혁, 김상호, 라미란, 정만식, 조달환, 지승현, 오연아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23일 
 
줄거리 1987년, 강력계 형사 강성진(손현주)은 수상한 용의자 김태성(조달환)을 검거한다.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최규남(장혁) 실장으로부터 태성이 연쇄 살인범이라는 증거를 건네받은 그는 태성을 취조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성진과 막역한 사이인 신문 기자 추재진(김상호) 역시 그에게 이 사건에서 손 떼라고 조언한다.
 
별점 ★★★
이 영화의 제목인 ‘보통사람’의 뜻은 극 중 재진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아들의 수술과 사건의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성진이, 자신에게 자꾸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재진에게 “형이 뭔데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자 재진이 이렇게 답한다. “보통 사람. 상식이 통하는 시대에 살고 싶은 사람.”
 
그 의미를, 주인공 성진의 여정을 통해 읽자면 이러하다. 극 초반, 성진은 형사로서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그만한 능력도 있고, 그에 자부심을 느끼는 소시민이다. 나름대로 인간적이지만,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정의와 불의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부독재에 맞서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을 당연하게 잡아들인다. 그래서 그는 규남의 부름을 받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일’을 지시받았을 때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같은 이유에서 그는 아들의 다리를 멀쩡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진실과 정의를 눈감으려 한다.
 
이 영화는 성진이 ‘외면’의 대가가 무엇인지 느끼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완전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보통사람’ 안에서 피어나는 정의감과 시대정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이 주는 울컥함의 정체는 바로 그것일 테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지나온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 영화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맞닿아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연출이 다소 밋밋하지만, 시의적절한 이야기와 그것을 힘 있게 보여 주는 김상호의 연기가 그 단점을 덮는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 민주화의 열망으로 뜨거웠던 1987년 이야기가 2017년 탄핵 정국과 묘하게 교차된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는 뭉클함을 선사한다. 이지영 기자 


 
프리즌 
프리즌 / 사진=영화사 제공

프리즌 / 사진=영화사 제공

감독 나현 출연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장르 범죄, 액션 상영 시간 125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3월 23일



줄거리 
이상한 교도소가 있다. 죄수들은 밤이면 밖으로 나가 범죄를 저지르고, 낮에는 평범한 수감 생활을 한다. 그 뒤엔 ‘교도소의 왕’ 정익호(한석규)가 있다. 과거 경찰이었지만, 뺑소니 등의 죄목으로 이곳에 들어온 송유건(김래원)은 당돌한 태도로 익호의 눈에 든다.
 
별점 ★★☆ 
'교도소’라는 공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빈틈없는 이야기에 한석규와 김래원의 호연이 얹혀졌다. 그런 점에서 ‘프리즌’은 제법 장점이 있는 영화다. 교도소가 강력 범죄의 온상이라는 설정은 “이보다 더 좋은 (범죄의) 알리바이가 어디겠냐”는 익호의 말처럼 흥미를 돋우는 장치다. 깡패 같기도 하고 넉살도 좋아 보이는 전직 형사 유건은 왜 범죄자 익호에게 호의적일까. 극은 이러한 궁금증과 흥미를 동력 삼아 내달린다. 그럼에도 끝까지 보고 난 후 아쉬움이 앞서는 건, 결국 이 영화가 한국 범죄영화의 클리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베테랑’(2015, 류승완 감독) ‘내부자들’(2015, 우민호 감독)의 뒤를 잇는 ‘남성 투톱 복수 서사’라는 큰 틀이 특히 그렇다. 교도소라는 공간 역시 ‘검사외전’(2016, 이일형 감독)과 지난 3월 21일 종영한 TV 드라마 ‘피고인’(SBS)에도 등장했던 터라 참신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어쩌면 ‘프리즌’은 2010년대 한국영화에서 유행 하고 있는 장르 요소인 범죄 스릴러, 권력지향적 남성 주인공, 부패한 조직, 여기에 맞서는 선한 경찰 등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텍스트로 보인다. 심지어 교도소라는 배경 때문인지, 극 중 여성 캐릭터는 딱 한 명 나온다. 그것도 영화의 첫 장면에 범죄의 타깃이 된 남성과 함께 있던 이로, 등장한 지 3초 만에 죽는다. ‘프리즌’은 장르를 경유해 인간의 악한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다 잔혹한 폭력 묘사, 거대한 불구덩이가 된 교도소 모습 등에 승부를 건다. 
 
특히 한석규는 더할 나위 없는 악의 화신으로 변모해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그래서 이런 의구심도 든다. ‘익호는 대체 어떤 전사(前史)를 가졌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까지 왕으로 군림하려는 걸까.’ 익호의 욕망 자체는 이해되지만 그 너머의 입체적인 면이 보이지 않는다. ‘프리즌’은 조밀하게 잘 짜인 범죄영화 같지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메시지나 성찰은 잘 보이지 않는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 이야기의 출발은 꽤 흥미롭다. 하지만 기존 ‘브로맨스’ 구도의 남성 누아르영화들과 비교해 특별한 재미를 주진 못한다. 그럼에도 두 배우의 연기력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 고석희 기자 
 
 
히든 피겨스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원제 Hidden Figures 감독 데오도르 멜피 출연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케빈 코스트너, 커스틴 던스트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3월 23일


줄거리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NASA(미국 항공우주국) 흑인 여성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흑인 여성 최초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 경쟁을 하던 1960년대, 세 여성이 NASA의 극비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별점 ★★★★  
여기 출근길의 세 여성이 있다. 자동차 고장으로 국도 위에서 발이 묶인 참. 때마침 나타난 경찰은 왜 흑인 여성이 도로를 점거해서 난리냐는 투로 비아냥거린다. 드디어 수리된 차에 오른 세 여성은 치받기라도 할 듯 경찰차의 뒤를 바짝 쫓아간다. 흑인 여성 앞에 놓인 온갖 차별과 멸시, 권위와 제도에 맞서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출. ‘히든 피겨스’의 시작이다.

실화 소재의 ‘히든 피겨스’는 미국이 소련과 우주 개발 전쟁을 치르던 1960년대, NASA 한편에서 활약한 세 흑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첫 장면처럼 그들의 길은 절대 순탄치 않다. 화장실·도서관·법원·버스까지 모든 게 ‘백인(White)’과 ‘흑인(Colored)’으로 분리된 시대였으니까. 여성이자 흑인이란 이유로 회의에도 못 들어가고, 보고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지만, 세 주인공은 씩씩하게 NASA를 누빈다.

인종 문제를 다룬 영화나 여성영화로서 만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무비로서도 ‘히든 피겨스’는 흠을 찾기 어려운 영화다. 뚜렷한 메시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스토리, 꼼꼼한 시대 재현,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화, 적절히 장단을 맞추는 음악 등등 모든 게 잘 정리된 수학공식처럼 명쾌하다. 

인종과 성(性) 문제를 다뤄 무거운 분위기일 것 같다면, 오해다. 영화 내내 흐르는 퍼렐 윌리엄스의 노래처럼 이 영화는 몸을 들썩이며 따라 부르고 싶은 흥겨움으로 충만하다. 흑인이 고통받는 시대극의 관습을 최소화하는 대신, 각 인물이 각자의 영역에서 기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억지 감동이 아니라 웃음과 용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 덕분인지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럽고, 앙상블도 훌륭하다.
 
“(NASA가) 로켓은 빨라도, 승진은 느려” “남자만 지구를 돌라는 법은 없어요” 같은 촌철살인 대사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흑인·여성이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영화. 우리 사회라면 더욱 그러하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 당대 흑인 여성들 최고의 지성을 갖췄지만, 피부색과 성별 때문에 차별받는 ‘2등 시민’의 이야기를 재치 넘치게 그린 점이 신선하다. 장성란 기자
 
★★★★ 흑인이자, 여성이고, 천재인 이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좌절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당찬 걸음을 따뜻하면서 경쾌하게 따라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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