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4차산업혁명에 ‘줴이 쇼크’

중앙일보 2017.03.23 00:01 종합 1면 지면보기
“알파고의 라이벌이 중국에 나타났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컴퓨터바둑대회 결승전.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만든 바둑 인공지능(AI) 줴이(絶藝)가 일본의 AI 딥젠고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자 외신들은 중국 AI의 부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16개의 AI 프로그램이 바둑 실력을 겨루는 이 대회에 줴이는 처음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구글의 자회사가 개발한 알파고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줴이는 지난해 우승한 딥젠고를 결승에서, 2015년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돌바람’을 8강에서 물리쳤다. 딥젠고는 일본의 정보기술(IT) 기업 드왕고와 도쿄대가, 돌바람은 한국의 벤처기업 돌바람네트웍스가 만들었다.
 

중국 바둑AI, 일본 딥젠고 꺾어
드론·전기차도 기술 급성장
한국, 반도체 빼곤 역전될 위기
산업기술격차도 4.7 → 0.9년

자료: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자료: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관련기사
줴이의 등장은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AI 기술력의 단면이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거대 IT 기업의 막대한 투자를 등에 업고 중국 AI 산업은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 2위로 올라왔다. ‘인공지능의 도시’로 불리는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시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 AI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AI 관련 기업은 709곳으로 미국(2905곳) 다음으로 많다. 투자 유치(146건)나 관련 특허(1만5745건)도 미국에 이은 2위다.
 
지난해 말 미국 백악관 보고서는 “중국의 딥러닝(AI의 자기 학습법) 관련 논문 건수가 미국보다 35%나 많다”며 경계했다.
 
한국은 이 부문에서 세계적 존재감이 크지 않다. 우전시의 AI 보고서는 한국의 기술 수준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5년 기준 한국의 AI 관련 논문은 중국의 14분의 1,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에서도 미국의 AI 회사 ‘비브랩스’를 지난해 사들인 삼성전자,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 설립을 검토 중인 네이버 등이 이제 막 관련 투자를 시작한 정도다.
 
반면 중국 기업의 투자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의 구글’로 통하는 바이두는 AI 분야에 지난 2년간 3조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바이두를 떠난다”고 밝힌 세계적 AI 석학 앤드루 응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바이두의 AI 그룹은 직원이 130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2년간 자율주행기술과 대화형 컴퓨터 플랫폼, 얼굴 인식 등의 신사업을 개척했다”고 자랑했다.
 
중국은 드론·전기차·태양광 분야에서도 수준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미래 산업에서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건 제조업 등 전통 산업에서 선진국을 거의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비교할 때 기술력은 턱밑까지 쫓아왔고, 가격·품질까지 감안한 종합적 산업경쟁력은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우리를 넘어섰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2015 산업기술 수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 산업에 걸친 한·중 기술력 격차는 0.9년이었다. 10년 전 같은 조사에선 이 격차가 4.7년이었다. “일본의 기술력은 못 쫓아가는데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는 ‘샌드위치론’이 제기된 지 10년 만에 ‘어떻게 중국을 쫓아가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격차가 있는 반도체 등의 산업에선 격차를 더 벌리되 전통 산업보다는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등장한 영역에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미래에 어떤 기술이 각광받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과 기술자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연구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며 “심하다 싶을 정도로 미래 기술과 관련된 규제를 없애는 게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임미진·김도년 기자 mij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