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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한 두번 연설 하려고 1억원 낸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들 왜?

중앙일보 2017.03.17 16:26
“1분에 700만원이 더 됩니다. 제 말씀 들어야 됩니다. 여러분”
 

자유한국당 예비 경선...후보 등록 다음날 여론조사 거쳐 3명 탈락
김진태 의원 "1분 연설에 700만원 넘는다"
신용한 "책임지지 않는 보수 문화에 울림있는 메시지"... 김진 "도전 포기하기엔 사태가 너무 위중"

18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1차 예비 경선. 김진태 의원이 정견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올랐다. 김 의원이 인사를 한 뒤 처음 한 얘기는 “이 연설 1분에 7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제7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제7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당은 전날 9명의 대선 후보 등록자에게 기탁금 1억 원을 받았다. 김진태ㆍ안상수ㆍ원유철ㆍ조경태 의원ㆍ이인제 전 최고위원ㆍ김관용 경북지사ㆍ홍준표 경남지사ㆍ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ㆍ신용한 전 대통령 청년직속위원장이다. 
 
그리고 이날 한 차례, 15분 간의 공약 발표 직후 여론조사를 실시해 3명을 탈락시킨다. 1차 컷오프에서 떨어지면 15분 연설에 1억 원이 드는 셈인 것이다. 
 
정견 발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자유한국당 계정을 통해 전달됐지만 실시간 시청 인원은 1000여 명에 그쳤다. 그런데도 경선에 나선 이유는 뭘까.
 
신용한 전 위원장은 17일 본지와 만나 “이런 상황에서 1억 원을 내라는 건 정말 과하다. 그러나 책임지지 않는 보수 문화,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뭔지 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울림있는 메시지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해서 깃발을 들었다”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직속청년위원장을 맡았고 현재는 서원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청년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약자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룰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경기장에 뛰어들어 그 룰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젊은 보수가 무슨 죄가 있냐. 여러 시대 정신 갖고 도전하는데 당이 이렇게 됐을 때는 역발상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양심의 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말 괴로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진 전 논설위원은 “나에게 엄청난 부담이지만 이 도전을 포기하기에는 국가적 사태가 너무 위중하다”며 “보수 입장에서 정권을 뺏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의 후보 등록 당시 재산 신고액은 소유 아파트와 일부 예금을 합해 6억1000만원이다. 본선에 합류할 경우 어떻게 기탁금을 마련할 지 고심중이다.
 
한국당의 예비 경선 기탁금은 다른 당에 비해 높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예비 경선에 5000만원, 본 경선에 나설 경우 3억 5천만을 추가로 낸다. 바른정당은 예비 후보 2000만원ㆍ본 경선 2억, 정의당은 예비 경선과 본 경선 구분 없이 500만원을 내면 된다. 한국당의 본경선 기탁금은 2억 원으로 총 3억원이다.
 
조경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등록 하고 하루나 이틀 만에 여론조사를 하지 않냐”며 “경선 기간에 비해 (기탁금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 컷오프 제도를 하는 것은 많은 분들이 도전해서 참여의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기회균등의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선 기탁금 문제로 경선 참여를 포기한 경우다. 김 전 지사는 “첫째 돈이 없다. 3억이란 돈 어떻게 볼 지 모르겠지만 나는 60년 모은 재산이 4억이 안 된다. 전 재산이 다 들어가야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지난번 2012년 대선 때는 도지사 현직이었기 때문에 후원이 됐고, 기간이 두 달 정도로 길어 펀딩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몇 일만에 다 해야 되니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탁금이 장벽이 된 셈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 진 전 위원은 “중앙선관위에 대통령 예비 후보로 내는 기탁금도 6000만원”이라며 “국가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더 높은 돈을 당에서 대선 후보에게 받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 사무처에선 실제 들어가는 경비가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차례 실시되는 예비 경선에서 1인당 여론조사비는 1만~1만5000원 수준으로 총 경비가 3~4억 선이 될 것으로 사무처는 예상하고 있다. 정견 발표회와 TV 토론 등에 1억 원 내외의 비용 지출을 감안하면 예비 경선 기탁금의 절반 이상이 사용된다. 
 
당 관계자는 “예비 경선 탈락자들이 낸 비용 일부가 본 경선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조금 억울해할 수도 있다”면서도 “후보자 모두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경선에 참여했다. 결국 본인을 알리는 홍보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입 장벽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당 대선 관리위에 소속된 한 의원은 “대원칙은 당 운영비를 추가 투입하지 않고 기탁금으로만 이번 경선을 치러내는 것”이라며 “다른 당의 경우 본 경선까지 4억 원으로 한국당보다 높고, 본 경선에서 5차례 합동연설회와 최종 현장 투표 실시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훈ㆍ백민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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