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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한국은 공무원, 중국은 IT 기업인이 한다

중앙일보 2017.03.17 11:23
세계 각국 정부 부처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 기업들의 스마트 팩토리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2017 양회 스타 IT 기업인 총 출동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모바일 산업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다양한 국가 주도 프로젝트를 내놓는 동시에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최대 정치 축제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잘 드러난다. 양회는 우리의 국회에 정치자문기구가 합해진 형태다.
중국 당국이 4차 산업 혁명 시대 주도권 선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출처: 이매진차이나]

중국 당국이 4차 산업 혁명 시대 주도권 선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출처: 이매진차이나]

 
중국 IT업계 스타 기업인들이 2017년 양회에 총출동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모바일, 인공지능, 핀테크 등 IT 관련 국가 발전 방향을 논했다. 동시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국 공산당이 풀어가야 할 숙제들을 안건으로 던졌다. 한국의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전략은 공무원이 짜는데 중국은 현장의 프로 중 프로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경영인들이, 정치인들과 협의해 짠다는 얘기다.
 
인터넷 플러스. 2015년 양회에서 발표된 IT 융합 전략이다. 지난 몇년 중국의 창업 열풍과 모바일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게 바로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이다. 양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입에서 중국 IT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양회에도 마화텅(馬化騰) 회장을 비롯해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보 회장 등이 안건을 발의했다. 중국 부자연구소 후룬(胡潤)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양회에 참석하는 전인대 대표 자산 상위권 100인과 정협 100인의 총자산이 3조5000억 위안(약 58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대표 자격으로 양회에 참석해 총 일곱 가지 안건을 내놨다. ▲디지털 경제 ▲디지털 문화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개인 정보 보안 ▲미성년자들의 건강한 인터넷 사용 습관 ▲ 광둥, 홍콩, 마카오 지역 테크노벨리 구축 ▲선전 글로벌 테크노 벨리 및 창업센터 건설 ▲스펀지 도시 건설 순이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 [출처: 바이두]

마화텅 텐센트 회장 [출처: 바이두]

 
마 회장은 이날 "디지털 경제란 현재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라며 "인터넷 플러스가 주목한 부분이 '연결'이라면, 디지털경제는 연결 그 이후의 산출, 효과를 다루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로 가기 위한 조건으로 ▲디지털 경제를 통한 전통 제조업의 업그레이드 ▲콘텐츠 산업과 디지털의 융합 ▲일상생활에서의 디지털 경제 공간 발굴 등을 꼽았다. 동시에 디지털 경제에 맞춰 감독기관도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물경제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제조 산업에서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고, 디지털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 위원으로 참가한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3차례에 걸쳐 인공지능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은 바이두가 미래먹거리로 낙점, 전사차원의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분야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 [출처: 바이두]

리옌훙 바이두 회장 [출처: 바이두]

 
리 회장은 이날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동 실종 문제 해결, 교통 신호 체계 개선에 대한 내용을 건의했다. 동시에 인공지능을 각 산업 분야에 융합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양회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부분이 많다"며 "현재 바이두에서는 직원들의 출입을 안면 인식 기술에 맡기고 있는데, 이를 양회의 출입 시스템에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또한 이례적으로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도입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리 회장은 "해외 과학 기술 분야 인재를 유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트럼프 정권의 반 이민 정책이 중국이 해외 인재를 대거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올해 양회 대표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하며 관심을 모았다.
 
앞서 양회 기간 중국 도자기 브랜드 마르코폴로의 왕젠칭 회장이 "중국의 실물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데 마윈 회장의 공로(?)가 있다"며 "타오바오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짝퉁 제품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출처: 바이두]

마윈 알리바바 회장 [출처: 바이두]

 
이에 대해 마윈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짝퉁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위법에 따른 리스크가 작고, 폭리는 큰 탓에 짝퉁이 근절되지 않는다"라며 당국으로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어 "만약 음주운전 단속처럼, 짝퉁 물건 하나를 팔면 일주일 구류를 살아야 하고 짝퉁 하나를 제조하면 징역을 살아야 한다면 오늘날 중국의 지식 재산권 문제나 식품 안전 문제, 미래 중국의 창신 능력에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이번 양회기간 3개의 안건을 내놨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한 다는 것. 또하나는 '신(新)소매' 전략을 통해 실물 경제 성장을 촉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중국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방안도 내놨다.
레이쥔 회장 [출처: 바이두]

레이쥔 회장 [출처: 바이두]

 
그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국가 주도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플랜을 마련하고 ▲인공지능 기초 이론 연구소를 강화하고 ▲인공지능 연구 인재, 관련 기술 인재를 적극 육성해야하며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산학 협력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소매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 유통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농촌을 중심으로 '소비'를 통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감세정책도 지속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기존의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전략)를 최대한 활용, 역내 국가들과의 인터넷 인프라 방면의 협력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각국에 일대일로 특파원을 파견하고, 중요 도시에는 일대일로 인큐베이팅 센터를 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양위안칭 레노보 회장은 양회기간 정보통신 기술을 통한 교육 불평등 문제 해소와 아동 결식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양위안칭 레노보 회장 [출처: 바이두]

양위안칭 레노보 회장 [출처: 바이두]

 
 
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교육 전반에 대한 정보가 선행되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우수한 교육 자원을 개발하고, 동시에 과학 기술을 통해 아이들이 좋은차(높은 질의 교육)를 타고 고속도로(교육 정보화 인프라 추국)를 달릴 수 있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양회장은 또한 경제 성장을 위해 감세, 기업의 사회적 부담 감소, 기업들의 융자난 해결, 정부 간섭 최소화 등 '빼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대 교육 업체 신둥팡(新東方)의 위민훙(?敏洪) 회장역시 교육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역간 학군 구획 과정에 나타나는 심각한 교육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민훙 신둥팡 회장 [출처: 바이두]

위민훙 신둥팡 회장 [출처: 바이두]

 
그는 "학군 구획이 취지는 좋지만, 중점 학교와 일반 학교의 교육 질량의 격차를 낳는 배경이 되고 있다"며 "국가가 나서 다시한번 대대적인 교육 자원 분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위 회장의 직설적인 발언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학교(초등학교) 교사를 모두 국가에서 뽑고, 숙소도 모두 국가에서 짓는다면, 한 지역에 사는 국민들은 평등한 교육 자원을 누릴 수 있다. 이는 국민들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다. 적어도 국가가 좋은 학교만 더 좋게 하고, 안 좋은 학교는 포기하는 식으로 더 안 좋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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