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의 계산된 '사드' 속도 조절, 힘없으면 끝까지 보복당한다

중앙일보 2017.03.17 11:22
극렬하다. 영상 속 한 젊은 여성은 군복을 입고 나와 한국을 비난하고, 한국 제품을 쓰지 말라는 가사를 읊조리며 랩을 부른다. 또 다른 젊은 여성은 롯데마트에 들어가 물품을 고의로 훼손하고, 씹고 있던 껌을 붙이기도 한다. 텅 빈 롯데 매장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게임이 벌어지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집단 광기에 소름이 돋는다.
 

중국 사드 팩트체크

원쉐청 사이트의 사드 관련 기사 [출처: 원쉐청 캡처]

원쉐청 사이트의 사드 관련 기사 [출처: 원쉐청 캡처]

사드를 계기로 그동안 그들 내면에 감춰져있던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리가 폭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글도 있다.
 
중국은 ‘사드’배치를 결연히 반대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공격 방어는 한국의 합리적인 관심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자국 영토에 ‘사드’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그 나라의 주권이다. 지역의 전략적 평형을 파괴한다고 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무슨 전략적 평형이 있겠는가. 중국의 군사력은 한국의 몇 배나 되는지 모른다. 중국이 동풍 미사일, 항공모함, 선진 전투기 등 장비를 갖추고 동북지역에 첨단 대형 전략 레이더를 구축할 때 아무도 전략적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원쉐청(文學城)이라는 사이트에 '사드 위기의 5대 의혹, 대체 중국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필자는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페이스북에 돌며 많은 한국인들이 보기도 했다.
 
국내 일각에서 '중국 당국이 의도하고 있는 여론전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국민 정서를 컨트롤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사드 보복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중국 외교라인. 왼쪽부터 왕이 외교부장, 시진핑 주석,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출처: 바이두]

중국 외교라인. 왼쪽부터 왕이 외교부장, 시진핑 주석,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출처: 바이두]

과연 그럴까?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중국의 '속도 조절'은 분명해 보인다.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환구시보(環求時報)는 군복 여성의 반한 랩송 영상을 거론하며 "오히려 애국을 손상시키며 '누워서 침 뱉기'식의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회가 이런 행위들에 대해 냉담하게 대하고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다면 좀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극적인 혐한 동영상들을 무시하라는 조언도 했다.
 
환구시보뿐만 아니라 인민일보도 과격한 반한 정서를 경계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도를 넘은 반한 활동에 'No'라고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기존의 밀어붙이기식 방법에서 후퇴한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그 의도다.
 
중국 당국의 대응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다. 중국 각 언론은 "사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철회를 포함한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한 외교 관계자는 "중국의 극렬한 사드 보복이 선거에서 보수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이라고 해석한다. 전략적 후퇴라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의 논조 변화는 의도적인 것으로, 근본적인 입장에 큰 변화는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롯데는 여전히 중국 인터넷 사이트의 공격 대상이다. [출처: 웨이보 캡처]

롯데는 여전히 중국 인터넷 사이트의 공격 대상이다. [출처: 웨이보 캡처]

 
둘째,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가 약화됐다는 점을 보자. 인터넷 세대 젊은이들이 자기주장을 펴면서 정부의 여론전이 먹혀들어가지 않느냐 하는 문제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 "중국 인터넷에 '이성'을 되찾자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고 보도하고 있다. 무리한 반한 활동을 경계하는 '이성파'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일부 그런 측면이 있다. "롯데 불매운동이 결국 중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갈 뿐"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의미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중국 인터넷에는 여전히 한국을 비난하고, 롯데를 성토하는 글로 도배질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가뭄에 콩 나듯 발견되는 '이성파'의 문장을 드러내 소개했을 뿐이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확대해서 봤다는 얘기다. 아래 캡처 사진을 보자.
 
[출처: 바이두 캡처]

[출처: 바이두 캡처]


롯데마트의 텅 빈 매장을 보여주는 한 인터넷 사이트 사진에 붙은 댓글이다. 필자가 검색했을 때 695개의 댓글이 달렸다. 쭉 읽어봤지만, 롯데에 호의적인 글은 찾을 수 없었다. 관영 언론은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반한 감정은 더 퍼져나간다...그런 면에서는 당국의 인터넷 통제가 잘 안된다고 볼 수 있겠다.
 
중국인들이 많이 보는 뉴스 사이트인 '今日頭條'에는 심지어 '한 장으로 보는 한국 브랜드, 하오리요우(好麗友)도 한국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오르기도 했다. 중국에서 팔리는 한국 제품 브랜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이 브랜드는 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명한 한국 공격이다.
 
학계에서도 양심적인 발언이 나오고 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이 정협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동의한 것에 대해서 말하면, 중국은 현 단계에서 군사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사드’ 레이더 통제 시스템에 대응하여 중국의 실시간 감시 등으로 맞서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대응이 경제, 문화 그리고 민간교류로 확대되어서는 안된다.
자 교수는 이 발언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성균중국연구소를 통해 한국 언론에 번역 소개됐다. '중국 내부에서 뭔가 사드 관련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자유주의 성향의 한 정치학자의 견해일 뿐, 중국 지도부의 정책 변화와 연결 짓기는 무리라는 게 중국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정책은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는 얘기다. 다음 달 초 열릴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경제 보복이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차이나랩 한우덕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