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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한옥마을 만든다더니” … 전주 덕진공원 안내판 ‘엉망’

중앙일보 2017.03.17 02:49 종합 21면 지면보기
14일 덕진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연화교 앞 안내판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과 다리 반대편에 적힌 ‘공원의 유래’는 내용이 서로 다르다. [프리랜서 장정필]

14일 덕진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연화교 앞 안내판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과 다리 반대편에 적힌 ‘공원의 유래’는 내용이 서로 다르다. [프리랜서 장정필]

“안내판마다 설명이 달라서예. 뭐가 맞는지 혼란스럽네예.”
 

80억 들여 대표관광지 추진 중이나
시는 안내판 관리실태도 파악 못해
문헌에 없는 ‘견훤 축조설’ 안내에
‘정자=별장’ 등 엉터리 영문표기도
전문가 “개인 관광 확대 추세 따라
역사·문화적 의미 쉽게 전달해야”

14일 오후 연꽃 군락지로 유명한 전북 전주시 덕진동 ‘덕진공원’. 9만9174㎡ 크기의 호수를 가로지르는 연화교 앞에서 김란영(58·경남 거제시)씨 등 여성 관광객 3명이 안내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리 반대편에서 봤던 덕진연못에 대한 안내판과 내용이 달라서다. 그곳에는 “이 연못은 풍수지리설에 연유하여 축조됐다”고 적혀 있었다. “지맥이 흐르지 않도록 가련산과 건지산 사이를 제방으로 막은 것”이라고 기록한 『동국여지승람』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다리 입구 쪽에는 “견훤이 도서방위를 위해 늪을 만들었다”는 설(說)이 적혀 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언급된 ‘도서’를 ‘도성(都城)’의 오기(誤記)로 보고 있다. 향토사학자 이인철(90) 체육발전연구원장은 “견훤의 축조설은 어느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덕진연못에 대한 설명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2009년 국역한 『전주부사(全州府史)』에 따르면 2000여 년 전 건지산 구곡리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모여 웅덩이가 생긴 게 덕진지(池)의 유래다.
 
전주시가 ‘제2의 전주한옥마을’ 조성을 추진 중인 덕진공원 내 안내판들이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시설물을 놓고 안내판마다 서로 다른 내용을 적는가 하면 표기법이 잘못되거나 아예 영문이나 중국어 설명이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덕진공원 내 취향정(醉香亭)을 가리키는 이정표에는 ‘chwihyang-jeong(Summer House)’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취향정은 정자(亭子)이기 때문에 ‘Chwihyangjeong Pavilion’이라고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희섭 전주대 영미언어문화과 교수는 “별장(別莊)을 뜻하는 ‘summerhouse’는 잘못된 표기”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영어나 중국어 안내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법조 삼성(三聖) 동상 등 모두 13개의 공원 주요 시설물 대부분에 외국어 표기가 없다. 전주시는 지난달 취향정과 풍월정(風月亭)의 안내판을 새로 설치하면서도 취향정에만 영문 설명을 달았다.
 
80년대에 만들어진 ‘덕진연못’ 비석도 공원 정문 인근 화장실 옆에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2m 높이의 비석에는 연못의 유래 등이 적혀 있지만 인근 인도에 들어선 해설사의 집과 관광통역안내소 건물에 가려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덕진공원은 여러 시대에 만들어진 안내판과 문화유산들이 한 공간에 섞여 있어 표기법과 디자인 등에 통일성이 없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2019년까지 80억원을 들여 덕진공원 일대를 전북의 대표 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착수한 사업은 수변무대와 둑길을 정비하고 인근 문화·생태자원과 연계한 관광벨트를 만드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작 전주시는 덕진공원 내 안내판이나 비석 등에 대한 관리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덕진공원을 한옥마을 같은 명소로 만들려면 공원 내 시설물의 안내판 등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도연 원광대(문화콘텐트) 교수는 “관광 패턴이 패키지 관광에서 소소한 가치를 추구하는 개별 관광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안내판부터 역사적·문화적 내용을 알기쉽게 전달하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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