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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난 대구 희망원 감사

중앙일보 2017.03.17 02:42 종합 21면 지면보기
최우석내셔널부 기자

최우석내셔널부 기자

“제 식구 감싸기라고 욕해도 할 말이 없네요.” 지난 13일 오후 기자와 대구시청 인근에서 만난 대구시 한 간부 공무원의 푸념이다. 그는 “(나도) 공무원이지만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우리도(대구시) 특검이 필요한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구시의 대구시립희망원 감사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날 오전 대구시는 ‘대구시립희망원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침해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한 감사다. 5개월여 만에 내놓은 감사결과, 최소한의 구색은 맞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자체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어서다. 검찰 수사와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이 곳에서 6년 7개월 동안(2010년 1월~2016년 8월) 의문사 29명을 포함해 309명의 생활인이 사망했다. 폭행과 감금 등 인권유린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대구시가 관리·감독하고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대구시의 감사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대구시는 11명(대구시 5명·달성군 6명)의 공무원을 징계했다. 경징계 4명, 훈계 7명이다. 검찰에 입건된 달성군 공무원 2명 조차도 각각 경징계와 훈계만 받았다. 공무원의 징계규정 상 훈계는 말 그대로 ‘훈계’일 뿐 그 어떤 실질적 처벌이 없다.
 
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의 감사결과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별감사 기자회견이 예정된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아 “하나 마나 한 부실 감사”라고 항의했다.
 
그렇지만 대구시는 태연했다. 부실 감사라는 비판에 감사를 진행한 대구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감사하면 항상 제 식구 감싸기라고 말들을 한다”고 했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사실 여부를 떠나 습관적으로 비판만 한다는 것이다. 과연그럴까.
 
대구시는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2014년 ‘대구희망원 공무원 친인척 특혜 채용’ 감사에서도 대구시는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만 하고 넘어갔다. 당시 부정채용 된 공무원의 친인척은 이번 인권 침해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일벌백계는 누군가를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년 후 일어날 또 다른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최우석 내셔널부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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