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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2017년 주식의 귀환, 그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2017.03.17 02:29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광기신문제작담당·경제연구소장

김광기신문제작담당·경제연구소장

참 알다가도 모를 게 주식이다.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 전 세계 주식시장이 무너져 내릴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씽씽 달리는 가운데 선진국·신흥국 가릴 것 없이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15일도 그랬다. 앞으로 3%대를 향해 연간 세 차례씩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주요국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글로벌 증시에 봄기운 완연, 한국도 뒤늦게 가세
기업 실적 나아지지만 일자리 축소의 고통은 확대

올 들어 글로벌 유동자금이 세계 주식시장으로 속속 몰리고 있다. 그 규모는 70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덕분에 주요국 증시는 5~10%씩 상승했다. 한국 증시도 뒤늦게 외국인 자금이 물꼬를 트면서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3월 중 유입된 자금만 벌써 3조원이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것일까. 지난해엔 글로벌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1000억 달러나 되지 않았던가. 세계 경제가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본격 회복기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과거 일본식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성장 정체)을 걱정할 국면에선 탈피했다는 안도감이 생긴 덕분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가 선두에게 희망을 보여 줬다. 미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근접해 가고,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준하는 4.7%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1%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초’ 자를 뗀 저금리 상황을 이어 가 유동성이 풍족한 편이다. 연준이 3%대 금리를 예고했지만 3년에 걸쳐 질서 있게 진행될 일이다. 게다가 각국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재정·감세정책을 이어 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2015년 하반기 이후 약 1년 반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강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런 환경 아래서 실적을 키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드론과 로봇·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수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혁신형 기업에 기초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실적도 쑥쑥 좋아지면서 주가가 뛰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조선과 같은 범용 기술의 제조업과 내수 소비재 업체들은 이렇다 할 반전 드라마를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되는 주식과 안 되는 주식이 철저히 갈리는 주가 양극화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올 한 해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밀물(실적+유동성)이 들어와 배(주가)가 떠오르는 강세장 흐름을 이어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단 선진국의 1등 대장주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실적만 확인되면 점차 2~3선의 신흥시장과 중소형주들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증시 흐름이 일반 대중의 삶이나 소득과는 별 상관없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렇다. 과거에는 주가가 오르면 기업들이 증시에서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렸다. 사람 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임금도 올랐다. 사람들은 펀드 투자 등으로 재산도 불렸다. 그 효과로 내수 경기도 좋아졌다.
 
하지만 지금 그런 선순환의 고리는 완전히 끊긴 상태다. 기업들은 주가가 올라도 자금 조달과 일자리 창출에 잘 나서지 않는다. 오히려 쌓아 뒀던 돈으로 자사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기 일쑤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순익 30조원 중 10조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썼고 올해 10조원을 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인력 규모는 3100여 명 줄였다.
 
기업들이 알아서 일자리를 늘려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기업 나름의 생존법인데 뭐라 탓하겠는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과 로봇의 확산은 사람의 일자리를 갈수록 압박할 게 뻔하다. 그런 좋은 회사의 직원이 되기 힘들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 주주가 돼 성장 과실을 나눠 먹는 것이다.
 
올 들어 주가가 좀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은 그나마 갖고 있던 주식과 펀드마저 처분하고 있다. 그 주식은 외국인들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삶이 팍팍해지더라도 좋은 주식은 노후를 위해 갖고 버텨 보는 게 어떨까.
 
김광기 신문제작담당·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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