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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엘리트를 옹호하기 위하여

중앙일보 2017.03.17 02:23 종합 29면 지면보기
자크 아탈리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나는 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가. 이유는 차고 넘친다. 매일 저녁 주린 배를 쥐고 잠드는 10억의 사람이 있고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인구는 20억에 이른다. 강간당하고, 할례의 희생자가 되고, 매 맞는 여성들이 있고, 청년 실업자들이 고통받는 한편 천박하기 짝이 없는 풍요가 있으며 부당한 전쟁, 노숙자들, 일부 기자의 무능력과 자기기만이 있다. 게다가 형편없는 정치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프랑스의 경우 차일피일 미루는 버릇으로 용기 있는 결단과 국가 개혁의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린 위정자들이 있다.
 

엘리트는 힘·돈 아닌 노력의 소산
함부로 규정하고 비난해선 안 돼
최고 지식 통한 사회 발전 위해
진정한 엘리트의 권위 지켜줘야

화를 삭일 수 없는 이유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오늘은 ‘엘리트 고발’이라는 또 다른 주제 앞에서 제대로 분노하고 싶다. 엘리트를 겨냥한 조롱이 유행처럼 되어 버린 요즘은 엘리트라는 말 자체가 모욕이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자신은 엘리트 축에 속하지 않는다고 방어 차원에서 하는 말에도 엘리트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묻어날까.
 
부자, 유력자, 당선자, 기자, 교수, 지식인 그리고 ‘열심히 배워서 아는’ 사람들을 죄다 한통속으로 치부하는 광경을 보는 것도 이제는 진절머리가 난다.
 
이 사람들을 전부 같은 타락의 구덩이 속에 넣고 섞는 것은 수치스럽고도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부자와 유력자의 행위를 비판할 수 있다. 그들이 돈으로 그렇게 되었든, 아니면 맡고 있는 권한으로 힘을 받았든 그 비판은 정당하다.
 
그러나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취득한 학위와 성과에 의지해 현재 자리까지 올라온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는 오히려 배움으로 얻은 지식과 학위를 영광스레 여기고 그것들을 기어이 획득하는 사람들을 존경해야 하며 그들을 본받아야만 할 것이다. 기나긴 연구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고,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기업을 일구어 내는 이들, 각종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장인들에게는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들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는 일 없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와중에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탁월성을 비방하는 풍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미래 세대에게는 연구하라, 지식의 수준을 높이라고 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뻔뻔함과 배짱만을 높이 쳐주고 있다. 큰소리로 외쳐대는 이들과 요란스러운 소동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인다. 본질이 아닌 가짜 문제에만 열 올리며, 이 세상에 좋은 영향이라고는 전혀 줘본 적 없는 이들만을 따라 다닌다.
 
학업과 창작, 혁신과 집념의 성취를 일구어 내며, 결국은 모든 사람이 그들과 같은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공하는 이들과 맞설 때,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국가에는 그저 쇠퇴의 책임만이 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진실로 엘리트라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이들은 대체로 서양에서 나타난다. 반면 동양에서는 엘리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내고야 마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긴다.
 
그리고 유독 프랑스에서, 이렇게 엇나가는 모습이 난립한 미디어와 정당들 사이에서 자주 목도된다. 게다가 이런 탈선에 저항해야만 할 사람들이, 민중 선동 움직임 앞에서 너무나 자주 굴복하고 만다. 왜 그럴까. 이 지경에 이르기 전부터 그들이 이미 이러한 이탈을 위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민정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지배한다.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비루함에 대한 옹호는 익명성이 필연적으로 향해 갈 수밖에 없는 귀결이다. 우민정치는 미디어 안에서 승승장구한다. 많고 많은 정당이 이 선동을 진실한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제 우리는 열심히 공부해 얻은 학위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자주 엘리트라는 혐의를 덮어쓰게 된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세계화를 지지하는 엘리트, 스스로를 엘리트라 칭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의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그 결과 응당 지니고 있어야 할 권위조차 잃고 만다.
 
이런 연유로 나는 여기에서 저 엘리트를 옹호하고 싶다. 그저 이 땅 어디쯤에서 빚어져 나온 산물이기에 앞서 지식과 창조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 열심히 공부해 취득한 학위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엘리트의 자리에 올라 학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제공한다는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들, 너무나 많은 경우에 엘리트 집안의 자녀들에게만 주어지는 우수한 대학 교육의 수혜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나 아닌 타인들도 정당한 엘리트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 나라가 최고 국가, 최고 지식 그리고 최고 수준의 혁신, 연구, 창작, 사회적 결집, 정의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오로지 저 지식만이 우리들을 관용과 겸손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고, 야만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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