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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직업, 월세 얼마 내나’까지 조사한 고교

중앙일보 2017.03.17 01:25 종합 10면 지면보기
경기도 오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버지의 직업과 소득, 주거형태 등을 묻는 조사서를 학생들에게 돌렸다가 뒤늦게 회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학교는 “장학금 대상자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장학금 대상 파악한다며 돌려
학부모 반발 일자 조사서 폐기

1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오산의 A고등학교는 지난 2일 전교생에게 ‘학생생활 기초조사서’를 배포, 부모에게 답변서를 받아 오도록 했다.
 
조사서에는 가족사항과 교우관계·건강상태·가정형편·진로사항 등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가정형편의 세부 항목이 문제가 됐다. 우선 가정형편을 ‘상’ ‘중’ ‘하’ 가운데 골라 표기하도록 했다. 또 ‘아버지의 직업은’ ‘월 소득은’ ‘주거형태(자가·전세·월세)’ ‘월세인 경우 보증금과 임차료’ ‘차량 소유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했다. 특히 ‘학비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이유’와 ‘장학금을 받으려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조사서 배포 다음 날인 3일 학부모들이 “과도한 정보 수집”이라며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학교 측은 문제가 되자 같은 날 수거된 기초조사서를 폐기했다고 한다.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내지 말도록 했다. 이어 8일 학부모에게 사과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학교는 이 사실을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도 보고했다. 또 해당 학년 부장교사들에게 학교장 주의·경고 조처를 했다.
 
이 학교 교감은 “재학생 70%가 가정형편이 어렵다”며 “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서는 각 학년 부장교사가 학교에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작성해 배포한 것”이라며 “제출된 조사서는 모두 폐기했다”고 했다. 
 
오산=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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