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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박근혜 만세” … 불면의 밤 보내는 서울 삼성동 주민들

중앙일보 2017.03.17 01:22 종합 10면 지면보기
“문재인이 빨갱이다!” 주택가의 고요를 깨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16일 0시30분쯤이었다.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약 70m 떨어진 곳에서 5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로 고함을 질렀다. 주민들 대부분이 잠든 때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 “박정희가 나라 살린 거예요. 뭘 잘못했어 박근혜가.” 주변에 있던 10여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박수를 쳤다. 이 남성은 경찰관들이 달려와 제지할 때도 “박근혜 만세!”를 외쳤다. 
하교하는 학생들이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을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하교하는 학생들이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을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지지자들은 지난 10일 밤부터 모여 낮에는 100명 가까이가 집 앞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편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자택과 경계를 맞댄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다. 후문으로 통학했던 학생들은 지지자들이 몰려든 이후 ‘ㄷ’자 모양으로 돌아 정문으로 다니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태극기 등을 나눠주며 훈계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삼릉초 4학년 윤모(10)양은 “아저씨들이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면서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와서 ‘애국하려면 너희들 때부터 잘 배워야 한다’고 했다. ‘빨갱이’ 얘기도 해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삼릉초 학부모들은 아이들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으니 학교 인근 집회신고를 막아 달라는 탄원서를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2학년 자녀를 둔 김모(38)씨는 “학교 마치면 혼자 학원에 갔었는데 아이가 무섭다고 해 요즘엔 매일 학원에 데려다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만하고 돌아가라는 담화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건물 관리인 김모(62)씨도 “박 전 대통령이 나서서 조치를 해야 평소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뒤 나오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뒤 나오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경찰은 16일 주최 측인 ‘박근혜지킴이결사대’에 학생들의 통학 시간인 오전 7~9시, 낮 12시~오후 3시까지는 집회를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또 기존 신고 집회 외의 다른 집회는 금지시켰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통학 시간에는 4~5명만 현장에 있고 나머지는 철수하겠다. 평일 다른 시간과 주말에는 침묵시위를 하고 주민과 기자에게 시비 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미용사 정송주·정매주씨 자매가 14일부터 사흘째 방문했다. 16일에는 차명 휴대전화 수십 대를 만든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도 찾아왔다. 
 
글=여성국·하준호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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