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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꾸준히 그러나 천천히 … 옐런의 절묘한 한 수

중앙일보 2017.03.17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한·미 기준금리 연내 역전 가능성 … 가계부채 비상
옐런

옐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내 두 번 정도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국내 대출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 빚에 비상이 걸렸다. 다만 점진적 인상이 예고되면서 16일 코스피 지수는 23개월 만에 2150 선을 넘어섰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 결정
올해 추가 인상 2회 그칠 듯
각국 증시 상승세로 마감
달러 제외 다른 통화도 강세
트럼프노믹스 본격화 땐
인상 압력 더 커질 듯

‘금리를 올리되 꾸준히 천천히 올리겠다’. 재닛 옐런(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절묘한 한 수’가 빛을 발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0.75∼1%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의 인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 증시와 금융시장은 차분했다. 완연한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지만 ‘점진적 인상’에 방점이 찍히면서 시장이 통상적인 반응과 거꾸로 움직인 덕이다.
 
미국 금리의 방향은 ‘상승’으로 잡혔다. 옐런 의장은 “이번 금리 인상의 간단한 메시지는 바로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the economy is doing well)”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자리 확대가 견고하고 인플레이션도 정책 목표인 2%에 근접하고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구체적인 금리 수준에 대해 옐런 의장은 “올해 말에 1.4%, 내년에 2.1%, 내후년에 3% 금리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세 차례씩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시기는 6월과 12월로 점쳐진다.
 
그러나 시장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당초 우려보다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옐런 의장은 “경기가 과열되면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며 ‘점진적(gradual)’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하이라이트는 이날 발표된 금리 ‘점도표(Dot Plot)’였다. 점도표는 17명의 연준 위원들이 자신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금리 인상 시기(가로축)와 수준(세로축)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다. 이번 점도표를 보면 올해 1.25~1.50%를 예상한 위원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직전 기준금리가 0.50~0.75%였고 한 번 올릴 때마다 인상 폭이 0.25%포인트라면 2017년 중에 세 번 올린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다수의 위원들이 1.50~1.75% 구간을 선택해 올해 금리가 총 네 번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올해 금리 인상 횟수는 세 번으로 지난해 12월 예상치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다.
 
케이프투자증권 윤영교 연구원은 “금리 전망치가 특정한 수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이견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Fed)·한국은행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Fed)·한국은행

실제 이날 투자자들은 연준이 ‘몸값’을 올린 달러화 매입보다 주식투자를 택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54% 상승한 2만950.10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은 물론 일본·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모두 올랐다. 통화가치도 달러화는 급락하고 다른 나라 통화는 강세를 보였다. 달러와 주요 6개국 화폐의 가치를 비교한 달러인덱스는 전날 대비 1.09% 하락한 100.5를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는 유로당 1.0729달러, 엔화는 달러당 113엔대 초반으로 가치가 뛰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 역시 전날 달러당 1143.6원에서 1132원으로 올랐다.
 
다만 이런 ‘안도랠리’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연준이 올해 세 번만 금리를 올려도 그 폭은 75bp(1bp=0.01%포인트)로 상당하다. 특히 감세와 규제완화,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노믹스’가 본격화하면 올 하반기 물가를 끌어올려 금리 인상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향후 물가상승에 대한 연준의 확신은 강해졌다”며 ‘발톱을 숨긴 연준’이라고 표현했다.
 
유럽과 일본도 변수다.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QE) 기조가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이들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금리 급등을 부를 수 있다. 미국 금융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야누스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 채권을 매입해 왔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몇 개월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해 월 8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줄이고 일본이 국채수익률 목표를 제로에서 10bp로 올리면 글로벌 채권시장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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