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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출입증, 사람 알아보는 보안장치

중앙일보 2017.03.17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사람이 광고판 옆을 스치기만 해도 그 사람이 갖고 싶었던 상품이 광고판에 불쑥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회사원에겐 여행 상품을, 식구가 많은 가장에겐 가정용 레저 자동차를 추천한다. 광고판에 달린 카메라가 얼굴을 알아보고 인물 정보를 파악한 뒤 맞춤형 상품을 광고판에 띄우는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이 장면은 2054년 미국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37년 뒤를 상상했지만, 영화 속 세상은 이미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그것도 한국에서.
 

에스원, 인공지능 ‘워크스루’ 공개
반응시간 빨라 멈추지 않고 통과
이목구비 특징 뽑아내 본인 인증
얼굴 가리거나 하품하면 인식 못해

보안전문업체 에스원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게이트 ‘워크스루’도 궁극적으로 이런 기능을 추구한다. 올해 9월 출시되는 이 제품은 1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보안엑스포 2017에서 처음 공개됐다. 기존의 얼굴인식 게이트는 카메라가 얼굴을 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초 정도 걸렸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인식 시간을 줄여 게이트 앞에 멈춰 서지 않고 그대로 걸어가도 출입 인증을 할 수 있게 설계됐다.
 
에스원은 16일 세계보안엑스포2017에서 ‘워크스루’를 공개했다. 출입자가 게이트 사이를 걸어만 가도 얼굴을 알아보고 출입 인증을 한다. [사진 에스원]

에스원은 16일 세계보안엑스포2017에서 ‘워크스루’를 공개했다. 출입자가 게이트 사이를 걸어만 가도 얼굴을 알아보고 출입 인증을 한다. [사진 에스원]

우선 워크스루는 얼굴이 등록된 사람만 출입을 허락하기 때문에 등록 절차가 필수다. 등록할 때는 얼굴의 정면은 물론 좌·우로 15도, 위·아래로 15도씩 숙여 5개 방향에서 사진을 찍는다. 사람이 옆을 보거나 갸우뚱하게 전화를 받으며 게이트를 통과해도 얼굴을 인식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에서 촬영하는 것이다.
 
등록을 마친 뒤 곧바로 워크스루를 지나가니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얼굴을 알아보고 문이 열렸다. 안경을 쓰거나 가볍게 미소를 지어도 무리 없이 통과됐다. 하지만 목도리로 턱밑을 가리거나 하품하듯 입을 크게 벌리면 출입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심정환 에스원 SP사업부 차장은 “사람의 얼굴에서 수집한 정보는 일종의 비밀번호로 사용된다”며 “표정이 크게 바뀌거나 얼굴 일부를 가리는 것은 잘못된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에는 등록된 사람을 인증할 때마다 이목구비의 미세한 변화를 학습하는 AI 기능이 있다. 에스원이 자체 개발한 AI 기능은 간밤에 라면을 먹어 얼굴이 붓거나 세월이 지나 이마에 주름이 생겨도 얼굴 속 특징을 찾아낸다. 성형 수술로 얼굴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또 인종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들도 파악한다. 정해균 에스원 융합보안연구소 디바이스개발팀장은 “외국인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지만 해외에서 오래 살면 미세한 생김세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며 “얼굴인식 AI도 사람처럼 다양한 얼굴을 학습하면서 정밀하게 분별해내는 능력을 스스로 키운다”고 설명했다.
 
‘워크스루’는 등록한 얼굴 사진에서 이목구비의 모양과 크기, 오른쪽 눈과 왼쪽 눈, 눈과 눈썹, 코와 입 사이의 거리 등 27가지 특징을 뽑는다. 이 27가지 정보들은 600여 개의 전자식 데이터로 조합된다. 가령 ‘양미간은 2㎝이고 코는 화살코’라든지 ‘이마는 5㎝이고 귀는 부처님귀’와 같은 600개의 정보들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 정보들은 한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일종의 비밀번호 ‘템플릿’이 되고 이 템플릿들은 단말기 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이후 사람이 출입문에 들어서면 워크스루에 달린 카메라가 출입하려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빠르게 전자식 데이터로 뒤바꾼다. 이 데이터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템플릿과 일치하면 문이 열리고 일치하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얼굴인식보안인증 방식의 장점은 사용하는 데 편리하고 심리적 거부감이 적다는 점이다. 지문이나 손혈관 인증 방식은 여러 사람이 사용한 기계에 손을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불결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얼굴인식 방식은 카메라를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홍채 인식 방식도 키 큰 사람은 허리를 숙여 카메라 가까이 눈을 갖다 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다.
 
생체인식 기술

생체인식 기술

다만 얼굴인식 방식은 너무 어둡거나 밝아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선 제대로 인증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얼굴인식 기술 기업들이 외부 조명의 구애없이 얼굴을 알아보는 기능을 개발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보안인증 전문기업 슈프리마가 세계보안엑스포에서 공개한 ‘페이스스테이션 2’가 대표적이다. 문영수 슈프리마 부사장은 “120개의 발광다이오드(LED)가 사람 얼굴에 적외선을 쏘고 적외선에 반사된 잔상을 카메라가 담는 방식으로 조명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 갤럭시S8과 아이폰8에 얼굴인식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한다. 셀프카메라를 찍듯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다. 스마트폰용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퍼스텍과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세계보안엑스포에서 모바일 뱅킹에 활용될 수 있는 얼굴인식 기술들을 전시했다.


전문가들은 얼굴인식은 지문·홍채·혈관 등 다른 생체인식에 비해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는 지난 2013년 전체 생체인식 시장에서 얼굴인식 관련 기업의 매출액이 32.5%를 차지했지만 2018년에는 46.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자유롭게 인증 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인터넷 뱅킹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 모바일 얼굴인증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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