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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부터 유학파 기자까지 … 이색 새내기 경찰 간부들 눈에 띄네요

중앙일보 2017.03.17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이동빈

이동빈

“아, 저는 태어난 곳이 중국입니다.” 이동빈(36) 경위는 자신의 ‘중국동포 말투’를 먼저 설명했다. 그는 16일 경찰 간부후보생 65기로 새내기 경찰 간부가 됐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톈진(天津)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2009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경찰대 졸업생, 간부후보생 등
총 167명 경위에 함께 임용돼

“경북 성주에서 면서기를 하셨던 외증조부께서 1923년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넘어오셨다고 들었어요. 외할아버지도 ‘네 뿌리는 한국’이라고 말씀하신 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한국에 귀화했지만 처음 마주한 한국 사회는 차가웠다. 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듯한 차별의 눈길이 느껴졌다. 중국에서 딴 학위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직장도 드물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2년 가까이 공사장을 전전하며 막노동을 했다.
 
한국의 공무원이 되길 바라신 외할아버지 뜻에 따라 2011년 제주도에서 순경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2012년엔 월간문학지 ‘모던포엠’에서 시 부문 신인작품상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이 경위는 “더 큰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간부후보생 시험까지 보게 됐다.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가 겪은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익태

박익태

이날 함께 경위에 임용된 박익태(24·간부후보 65기) 경위의 경력도 이색적이다. 9세 때 미국으로 온 가족이 건너가 UC버클리에 입학했다. 고교 3학년 때 마이클 혼다(77) 전 미국 하원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 영주권이 있었지만 모국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에 2011년 영주권을 포기했다.
 
“바로 군입대를 할 계획이었는데, 학교 다닐 때 무릎십자 인대가 끊어진 것 때문에 면제가 됐습니다. 지금도 아쉽고 죄스러워요.”
 
박 경위는 군 면제 직후엔 로이터통신 서울지국에서 1년간 계약직 기자로 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간부후보생 모집공고를 보고 경찰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날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대 대강당에서 열린 임용식을 마친 뒤 박 경위는 “내 경험을 살려 외사수사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제33기 경찰대 졸업생 117명과 제65기 간부후보생 50명 등 167명이 경위에 임용됐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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