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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태극기 집회 좀 멈춰달라"...탄원서 낸 삼릉초 학부모들

중앙일보 2017.03.15 15:48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 바로 뒤편에 위치한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주변 집회를 금지해 달라’며 학교 측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15일 오후 2시 삼릉초등학교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바로 앞에서 과격시위가 열려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냈다. 총회는 각 교실에서 학급별로 진행됐으며 절반 이상의 학부모가 참석했다. 한 학급당 인원은 20명 내외다.
 
총회를 마치고 나온 학부모 박모(40)씨는 “경찰이 주민들의 요구가 없어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도를 봤다”며 “학부모들은 집회 금지를 수차례 요구해 왔다. 이번 탄원서에도 법적 조치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3학년 자녀를 둔 김모(45)씨는 “아이들이 걱정돼 등·하굣길을 늘 함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복귀한 지난 12일부터 초등학교 주변에서는 지지자들의 집회시위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집회 현장에서 발생하는 욕설과 고성은 학교 운동장 안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일부 시위자들은 등ㆍ하교길의 초등학생들에게 ‘태극기 배지’를 나눠주거나 ‘역사 교육을 똑바로 받아야 빨갱이가 안 된다 ’며 다그치기도 했다. 하굣길에 만난 5학년 박모(11)양은 “어제 학교 가는 길에 할아버지들이 억지로 태극기 배지를 나눠 주었다. 무섭기도 하고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 받고 뛰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삼릉초등학교는 지난 13일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ㆍ하교를 위한 협조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발행했다. 통신문 안에는 “최근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로 어린이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방과 후나 휴일에 후문 근처에서 돌아다니지 않기’,‘낯선 사람을 따라가거나 이야기하지않기’등의 안전수칙이 담겨있었다.
 
자택 주변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탄원서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법적인 절차를 검토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국ㆍ하준호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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