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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이번엔 연금보험금 축소 지급 논란

중앙일보 2017.03.14 17:34 경제 6면 지면보기
생명보험사들이 1990년대 중반 판매했던 개인연금보험의 배당금을 적게 산정했다는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보험업계는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주요 생보사들이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판매한 ‘세제 적격 유배당 연금보험’ 상품의 보험 배당금 산정방식을 살펴볼 계획이다.

90년대 중반 판매한 유배당 개인연금보험
2003년 규정 개정…금감원, 조사 착수

유배당 연금보험은 보험사가 약속한 이율(예정이율)과는 별도로 보험사가 돈을 잘 굴려서 얻게 된 수익(배당금)을 보험 가입자(계약자)와 나눠 갖는 상품이다. 매년 말 배당금을 적립해 뒀다가 가입자들이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 지급한다. 이렇게 쌓아두는 ‘배당준비금’에는 예정이율에 ‘이자율차(差) 배당률’을 더 한만큼의 이율이 붙는다. 이자율차 배당률은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에서 예정이율을 뺀 것이다.
현재 개인연금 상품은 연말에 세제 혜택(현재 세액공제)을 받고 연금을 받을 때 저율(3.3~5.5%)의 연금소득세를 낸다. 그러나 1994~2000년까지 판매된 개인연금은 연금소득세가 없다. 당시 고금리 시대라 예정이율이 높았고(연 8% 수준),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도 없는 데다, 배당금을 덤으로 얹어 준다고 해서 인기리에 팔렸다.
판매 초기엔 괜찮았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환위기로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다. 예정이율보다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 이자율차 배당률이 마이너스가 된 셈이다. 일부 생보사들이 이를 적용해 예정이율보다 낮은 이율을 매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예정이율은 8%인데 이자율차 배당률이 -3%라고 해서 5%를 적용하는 식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배당’은 말 그대로 이익을 보험 가입자와 나눠 갖는다는 취지인데 생보사들이 수익률 저하까지 가입자에게 떠안겼다”며 “꼼수로 소비자와의 약속(예정이율)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화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이자율차 배당률이 마이너스가 돼도 이를 ‘0’으로 간주해 예정이율을 지켰다.
금융당국은 2003년부터 배당준비금에 반드시 예정이율 이상을 적용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규정을 개정하기 전 적용한 이율이 약관에 명시된 것과 부합하는지 따져보고 있다”며 “조만간 현장검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감독 당국이 문제제기를 하면 배당준비금을 늘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금보험을 중도해지했거나 사망 등으로 배당금을 타 간 경우를 빼면 가입자 대부분이 아직 연금을 받을 시점이 아니다”며 “금감원 방침이 나오면 그에 맞춰 계산해 배당준비금을 늘리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안이 자살보험금의 사례처럼 논란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규정이 불명확할 때 해석을 달리한 것인데 마치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보험금을 적게 지급한 것처럼 비춰 졌다”며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보험사의 이미지 실추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란ㆍ심새롬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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