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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새끼 혼자 있다고 데려오지 마세요, 구조 아닌 납치랍니다

중앙일보 2017.03.14 09:59 21면
'야생동물구조일기'의 저자 최협 작가를 만난 소년중앙 최아리 학생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야생동물구조일기'의 저자 최협 작가를 만난 소년중앙 최아리 학생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만나고 싶었습니다-『야생동물 구조 일기』쓴 최협 작가

언젠가 아빠를 따라간 한적한 시골 산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그 모습도 잘 보지 못했던 다람쥐가 기억이 나요. 이처럼 사람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우리나라 곳곳에는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죠. 이런 야생동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고 있나요? 얼마 전에 저는 『야생동물 구조 일기』를 쓴 최협 작가님을 만났어요. 강원도 철원의 야생동물치료소에서 오랜 시간 야생동물을 관찰해온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쓴 작가님이에요. 책에는 어미를 잃은 삵의 이야기가 나와요. 직접 만난 작가님은 책 속의 삵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날렵한 인상(오해는 금지입니다)에 따뜻한 눈을 하고 있으시죠. 작가님에게 들은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들려줄게요. 긴장감이 넘치기도 하고 때론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에요.
취재=최아리(서울 신천중 1)학생
진행?정리=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일러스트=길벗어린이 제공
 

『야생동물 구조 일기』 책의 첫 페이지에는 최협 작가님 본인과 재활관리사 수호 샘을 직접 소개한 그림이 나와요. 수호 샘을 보조하며 야생동물을 돌본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고 하셨는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시작은 어릴 때부터였어요.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보다 동물을 쫓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죠. 주로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쫓아 관찰했어요. 흙을 파 개미집을 떠다가 집의 어항에 넣고 관찰하기도 했죠. 뱀을 잡아 온 적도 있는데, 어릴 때라 잘 몰라서 말려 죽인 적도 있어요. 동물은 참 신기해요. 매일 먹이를 구하고 새끼를 키우는 걸 보면 사람보다 더 치열하게 산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동물마다 각자 자기 삶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이렇게 관찰한 내용은 그림을 그려 기록했죠. 기록이 점점 쌓이며 이야기가 되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물을 취재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그림책 작가가 됐죠.”
 

그림으로 기록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특히 야생 상태에서 동물을 치료하고 바로 돌려보낼 때는 그림을 아주 빠르게 잘 그려야 하지 않나요.

“그림은 잘 못 그려요(웃음). 관심 있는 분야를 자꾸 그리니까 손에 익을 뿐이죠. 아리 학생의 질문처럼, 야생동물을 현장에서 치료한 후 바로 돌려보낼 때는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아요. 치료를 위해 동물을 붙잡으면 정말 난리가 나거든요. 물지 못하게 입을 잡고 있으면 머리로 박거나 다리로 차기도 해요. 초식동물이라 해도 크게 다칠 수 있죠. 간혹 여유가 있으면 작은 메모지에 현장 스케치를 빠르게 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사진을 찍고 여유가 있을 때 그림으로 옮겨요.”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어미를 잃고 야생동물치료소로 옮겨져 사람 손에 키워진 아기 삵들. 처음엔 병아리도 무서워했지만 20일 뒤에는 날아든 참새를 공중에서 낚아채는 실력을 보여줬다. '야생동물 구조일기' 중에서. 그림=최협 작가(길벗어린이 제공).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어미를 잃고 야생동물치료소로 옮겨져 사람 손에 키워진 아기 삵들. 처음엔 병아리도 무서워했지만 20일 뒤에는 날아든 참새를 공중에서 낚아채는 실력을 보여줬다. '야생동물 구조일기' 중에서. 그림=최협 작가(길벗어린이 제공).

책에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어미를 잃은 아기 삵 이야기가 나와요. 치료소에서 자란 탓인지, 삵이 병아리를 보고 무서워했다는 이야기가 놀라웠어요.

“야생에서 자란 삵은 병아리 같이 작은 동물엔 관심도 없어요. 덩치가 작아 먹을 살이 별로 없으니까 잡지도 않죠. 원래 삵은 자신보다 큰 기러기나 두루미까지 잡아먹거든요. 그런데 책에 나오는 아기 삵은 어려서 엄마를 잃고 보호소에서 자랐어요. 처음엔 아주 작은 땃쥐나 병아리만 봐도 덜덜 떨었죠. 그럴 땐 야생본능을 불러일으키도록 일부러 굶겨요. 배가 고프면 어느새 눈에 불이 들어오죠(웃음). 이때가 되면 사람도 공격해요. 보호소에서 자란 새끼들은 이런 방식으로 점차 사냥방법을 배워나가요. 그래야 자연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잘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어미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많은가요.

“등산객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어미가 없는 새끼인 줄 알고 치료소로 데려오는 거예요. 대부분은 새끼 주변에 어미가 숨어 있어요. 왜 숨느냐고요? 천적인 사람이 코앞에 있으니까요. 결국 구조가 아니라 납치인 거죠. 어미는 새끼가 잡혀갔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를 떠나버리기 때문에 뒤늦게 돌려놔도 소용없어요. 물론 멧돼지 같은 경우엔 새끼를 만지는 순간 바로 공격해오죠. 그럼 미아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별할까요? 근처에 숨어서 밤까지 기다려보면 되요. 밤늦게까지 어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새끼가 한 번도 먹이를 먹은 적이 없다면 문제가 생긴 거죠. 이때는 구조신청을 해야죠.”
 

구조된 동물을 키우다가 방생할 때는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제가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첫날 등교할 때 부모님이 제게 대견함과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시더라고요. 그 비슷한 마음일까요.

“맞아요(웃음).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 탯줄과 태반까지 달고 구조된 새끼도 있었죠. 직접 탯줄도 잘라주고 똥도 치워주며 키웠는데, 뒤도 안보고 가버리니 허전하죠(웃음). 그런데 빨리 도망가는 동물들이 오히려 잘 살아요. 천적인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뜻이니까요. 방생할 때 위치추적기와 번호 표식을 달아주는데, 추적기를 통해 동물의 생활반경이나 건강상태 같은 걸 대략 알 수는 있어요. 방생한 동물과 간혹 마주치는 일도 있어요. 잘 살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반갑죠. 반면 방생한 후에 로드 킬을 당하거나 총을 맞아 죽어서 들어오는 동물도 있어요. 마음이 아프죠.”
 
날개 잘린 독수리 암수에게서 태어난 새끼 독수리. '야생동물 구조일기' 중에서. 그림=최협 작가(길벗어린이 제공).

날개 잘린 독수리 암수에게서 태어난 새끼 독수리. '야생동물 구조일기' 중에서. 그림=최협 작가(길벗어린이 제공).

유독 마음이 더 쓰였던 동물도 있나요.

“치료소에는 자연으로 아예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도 있어요. 총을 맞아 날개가 잘린 독수리가 있었어요. 멸종위기종인 독수리를 하늘에서 떨어질 때까지 재미삼아 쏘는 밀렵꾼이 꽤 많거든요. 그런데 보호소에서 키우는 날개 잘린 독수리 암수가 짝을 이뤄 새끼를 낳게 됐어요. 3월 3일에 태어나 삼삼이라고 이름 지었죠. 엄마?아빠와 달리, 삼삼이는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정말 열심히 키웠어요. 태어나서 45일 정도 되면 새끼가 두 발로 서야 하는데, 삼삼이는 잘 서질 못했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해도 잘 안됐죠. 그러자 삼삼이가 먹이를 먹지 않는 거예요. 강제로 먹이기도 하고 공중에도 띄워보고, 정말 별짓을 다 했지만 삼삼이는 힘들어만 했어요. 결국 엄마?아빠 앞에 데려다줬더니 그제야 눈을 감더군요. 사실 삼삼이가 태어나기 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죠. 날개가 잘린 독수리 이야기부터, 암수가 만나 부모가 되는 시행착오를 겪는 일까지요. 제겐 기억에 많이 남는 일이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지금 책으로 준비 중이에요.”
 

야생동물과 관련 있는 직업으론 또 뭐가 있을까요. 청소년들은 수의사나, 사육사 같은 직업군 외엔 잘 모르거든요. 

“수의사와 야생동물 수의사는 또 조금 달라요. 동물의 종은 무척 다양한데, 야생동물은 그보다 더 종류가 많기 때문이죠.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려면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해요. 보통 해외의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밖에도 동물을 구조하는 사람, 사육하는 사람, 재활사가 따로 있죠. 또 제인 구달처럼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동물학자도 있고, 저처럼 동물행동을 기록해서 그림책으로 내는 일도 직업의 하나이죠.”
 
'야생동물구조일기'의 저가 최협 작가가 소년중앙 최아리 학생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진영 기자

'야생동물구조일기'의 저가 최협 작가가 소년중앙 최아리 학생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진영 기자

야생동물을 위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기’ 정도 아닐까요. 버려진 반려동물이 다 죽는 것은 아니에요. 사는 경우도 꽤 많죠. 살기 위해 이들은 새로운 자기 영역을 만드는데, 개의 경우 그 지역에서 자신보다 작은 동물은 다 물어죽여요.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에 가는 것도 해선 안 되는 일이에요. 야생동물들은 사람이 데려간 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리고 개 냄새를 맡은 동물들은 모두 자기 영역을 떠나버리죠. 국립공원 안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에 오지 말라고 팻말이 붙어 있는 이유예요. 사람 역시 산에 갈 때는 풍경과 어울리는 색을 입어야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준비하고 계신 다음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1년 반쯤 전부터 솔부엉이 취재를 시작했어요. 삼각산 국립공원 안에 사는 솔부엉이 가족이에요. 솔부엉이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 가을에 동남아로 돌아가는 여름 철새예요. 솔부엉이는 암수가 만나 짝을 지으면 죽을 때까지 평생 같이 살아요. 먹이를 잡아 서로 먹여주는 등 금슬이 좋기로 유명하죠. 솔부엉이 암수가 만나 집을 구해 새끼를 키우는 이야기를 곧 책으로 낼 예정이에요. 솔부엉이 부부가 낳은 새끼들 이야기도 나와요. 새끼 두 마리 중에 한 마리가 20미터 높이 나무 아래로 떨어진 사건도 있었죠. 그런데도 부모 부엉이가 포기하지 않더라고요. 엄마는 위에서, 아빠는 아래에서 새끼를 키웠어요. 낮에는 나뭇잎 더미 속에 새끼를 숨겨 놓고 밤에는 먹이를 주며 보살피더군요. 결국 위에 있는 새끼는 비행연습을 하다 뛰어내리고, 밑에서 자란 새끼는 날개짓 연습을 해서 위로 뛰어올라갔어요. 그렇게 두 녀석이 다시 만난, 솔부엉이 가족 이야기예요.”






 
'야생동물구조일기'의 저자 최협 작가.

'야생동물구조일기'의 저자 최협 작가.

[프로필] 최협 작가는…
어릴 때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고 동물 그리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면서도 동물관찰을 계속해왔고, 강원도 철원에 있는 야생동물치료소를 찾으며 본격적으로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첫 책 『따르릉 야생동물 병원입니다』(2011, 길벗어린이)를 시작으로 『야생동물 구조 일기』(2016, 길벗어린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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