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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키 꿈 넘어 도쿄 사이클까지...신의현은 계속 달린다

중앙일보 2017.03.14 06:15
평창 동계패럴림픽 노르딕 메달 기대주 신의현이 28일 오후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8. 평창=장진영 기자

평창 동계패럴림픽 노르딕 메달 기대주 신의현이 28일 오후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8. 평창=장진영 기자



11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2017 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 크로스컨트리 롱(15㎞) 좌식 종목 경기에서 한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면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들어왔다. 홈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상대 가운데에 선 그는 "1년 뒤 평창패럴림픽에서도 활짝 웃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국 장애인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창성건설). 그는 한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후보다. 11년 전 불의의 교통 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었던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스포츠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곤 이젠 노르딕스키에서 세계 정상을 넘보는 선수로 떴다. 2015년 8월부터 스키를 탔던 그는 불과 반년만인 지난해 2월 동계체전에서 3관왕에 올라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그의 질주는 곧 한국 장애인스키의 역사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 핀란드 부오카티에서 열린 월드컵 크로스컨트리에서 동메달 2개를 딴 걸 시작으로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리비프 월드컵 2관왕, 지난달 독일 핀스테라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크로스컨트리 은메달을 땄다. 모두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 최초 기록이다.
 
최종인 대표팀 코치는 "복덩어리가 저절로 굴러 들어왔다"고 말했다. 신의현의 등장에 한국 장애인스포츠는 사상 첫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도 노리고 있다. 한국은 동계패럴림픽에서 2002년 한상민(알파인스키), 2010년 휠체어 컬링팀이 은메달을 딴 게 최고 성적이다. 최근 만난 신의현은 "딱 1년 남았다. 나 자신을 믿고 이 악물고 평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 패럴림픽 노르딕 메달 기대주 신희현 선수가 28일 오후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8. 평창=장진영 기자

평창 겨울 패럴림픽 노르딕 메달 기대주 신희현 선수가 28일 오후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8. 평창=장진영 기자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신의현은 대학생까지만 해도 '장사를 잘 해서 돈 많이 버는 꿈'을 갖고 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 전날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가 모든 걸 바꿨다.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도로 반대편 차량과 충돌했고, 이때 두 다리를 크게 다치고 나흘 동안 의식도 잃었다. 결국 신의현의 부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후 3년간 신의현은 방황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로 마음을 달랠 날이 쌓여만 갔다. 그는 "죽은 목숨이었던 나를 부모님이 왜 그렇게 살려냈는지 원망할 때가 많았다.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음의 문을 닫아놨던 신의현에게 또한번의 전환점이 찾아온 건 2009년 10월이었다. 척수 장애를 앓고 있는 한 고향 선배로부터 "휠체어농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신의현은 "처음엔 '장애인이 무슨 농구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 코트를 뛰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다리를 잃은 뒤엔 숨 찰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한 경기 뛰고나니까 숨이 차고, 내 심장도 크게 뛰더라. 삶에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휠체어농구를 하면서 새로운 도전 의식도 생겼다. 2012년엔 아이스 슬레지하키, 2014년엔 휠체어사이클을 시작했다. 처지가 비슷한 동료들과 함께 땀흘리면서 꿈도 생겼다. 언젠간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다. 그리고 2015년 8월, 지인의 권유로 스키를 탔다. 물론 처음에 스키를 타는 건 쉽지 않았다. 대학생 때까지도 스키장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어렸을 때 동네에 비료 포대를 타고 눈밭에서 썰매를 탔던 게 전부였다"고 했다.
 
그러나 다양한 종목을 접하면서 얻은 운동 감각과 인터넷 동영상을 따로 찾아 챙겨보며 스스로 기술을 익히는 노력을 더했다. 그가 타는 '좌식 스키'는 허벅지 부위를 의자에 줄로 단단히 매고 스키 두 개가 달린 썰매를 강한 어깨를 이용해 탄다. 눈 없는 여름엔 스키 바닥에 롤러를 달고 대관령 고개를 넘는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 코치는 "다양한 운동을 하니까 근력과 지구력, 균형감 등이 골고루 스키를 타면서 발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의현은 "외국 선수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승부욕이 발동하니까 더 열심히 스키를 탔다. '열심히 하니까 뭔가 되는구나'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노르딕 메달 기대주 신의현이 28일 오후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8. 평창=장진영 기자

평창 동계패럴림픽 노르딕 메달 기대주 신의현이 28일 오후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8. 평창=장진영 기자

 
신의현의 당면 목표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이지만 더 큰 꿈도 있다. 신의현은 2020년 도쿄패럴림픽에서 장애인사이클 출전도 꿈꾸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국장애인체전 핸드사이클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평창패럴림픽이 끝나자마자 한 달 정도 쉬고 바로 사이클에 도전할 생각"이라면서 "내 인생을 바꿔준 게 스포츠다. 늘 도전해야 한다.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단체 종목과 내 성취감을 느껴볼 수 있는 개인 종목 모두 배울 것들이 많다. 운동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결혼한 베트남 출신 아내 김희선 씨와 11살 딸 신은겸, 8살 아들 신병철은 신의현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신의현은 "두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빠가 스키 국가대표야'라고 자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을 살리는 결정을 했던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신의현은 "부모님 덕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평창패럴림픽 땐 꼭 부모님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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