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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사랑하게 된 여배우, 복잡한 감정과 방황의 여로

중앙일보 2017.03.14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과 불륜의 사랑에 빠진 젊은 여배우가 나온다.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 이 영화가 내 자서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홍 감독과 김민희의 실제 사연에서 떼어 놓고 보기는 힘들 듯하다. 극 중 영희의 고통과 고민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동시에, 스크린 바깥의 김민희가 어떤 선택을 하든 홍 감독이 진심 어린 축복을 하리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영화는 2부로 나뉜다. 스캔들 때문에 홀로 서울을 떠난 영희가 친한 언니(서영화)를 방문해 외국에 머무는 모습이 1부, 이후 한국에 돌아온 영희가 강릉에서 천우(권해효), 명수(정재영), 준희(송선미) 등 지인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2부다. 1부의 영희가 쓸쓸한 느낌이라면, 2부의 영희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극 중 영희는 상원과 e메일로 연락하거나, 상원의 소식을 건너 듣는 것으로 나온다. 꿈속에서만 상원을 만날 뿐이다. 영희는 분노에서부터 고마움까지 상원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토로한다. 이런 대목에서 김민희의 연기가 단연 눈길을 끈다. 연기를 넘어 자신의 실제 감정을 표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선희’(2013)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등 홍 감독의 최근작들은, 방황하는 젊은 여성이 남성들과 갈등을 겪으며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을 ‘귀엽게’ 드러냈다. 그 여성들은 어떤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외톨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세상의 비난을 받지만, 자신의 곁을 지키는 친구들로부터 진심 어린 위로를 얻고, 그 결과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나답게” 사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 점이 영희에게 내리는 눈부신 축복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마지막, ‘해변에 혼자’ 있는 영희의 뒷모습이 아주 쓸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그래서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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