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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패션읽기] 목 늘어진 티셔츠 입어도···예쁜 억척 아줌마 고소영

중앙일보 2017.03.14 00:01
고소영이 돌아왔다.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할로 10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찍은 게 2007년(드라마 ‘푸른 물고기’, 영화 ‘언니가 간다’)이니 예능이나 CF 출연이 아닌, 작품을 들고 나온 것은 꼬박 10년 만이다.
 
톱스타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극 자체에 대한 평가 외에 대중이 들이대는 잣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여배우의 패션과 미모다. 오랜 공백을 깨고 등장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고소영, 이영애(SBS ‘사임당 빛의 일기’), 엄정화(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김희선(방송사 미정 ‘품위있는 그녀’) 등 톱 여배우라면 대중이 들이대는 돋보기를 피해가기 어렵다.
 
10년 만에 TV로 돌아온 고소영에 대한 시청자 반응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완벽한 아내’를 보고 있자면 “어쩜, 나이를 거꾸로 먹었나봐” “피부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같은 혼잣말이 술술 나온다. 자체 발광 피부 덕분에 평범한 아줌마 역할도 일단은 빛이 난다.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고소영이 맡은 ‘심재복’은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해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정 주부다. 직장에서 무능하게 찍힌 남편은 설상가상 바람까지 피우는데, 그 현장을 또 직접 목격하는 기구한 운명이다. 집에서는 늘 펑퍼짐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머리를 질끈 묶고 있고, 이사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거나 초등학생 아들에게 게임 그만하라고 악을 쓰는 모습은 영락없는 옆집 아줌마다.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고소영은 심재복 캐릭터에 현실감을 주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목이 늘어진 티셔츠, 낡아서 면바지인지 츄리닝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바지, 남편 옷을 입은 듯 펑퍼짐한 조끼 등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실내복을 늘 입고 있다. 허리와 엉덩이가 구분 안 가는 체형은 내복, 스타킹, 스킨스쿠버 재질의 속바지 등 대여섯겹을 안에 입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심재복은 명품 근처에도 가기 어려운 캐릭터다. 이에 대해 고소영과 그의 스타일링팀은 정공법을 택했다. 드라마 스타일링에서 명품 브랜드를 배제한 것. 고소영의 스타일링을 맡은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는 “심재복이라는 역할 컨셉에 맞게 명품 브랜드를 최대한 배제하고 무채색 계통의 베이직한 아이템으로 옷을 준비했다”며 “기본적인 코트, 터틀넥과 가디건, 에코백 등으로 30대 주부가 실제로 입을만한 레이어드 룩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초반에 입은 회색 코트에 회색 목도리, 네이비 코트에 네이비 목도리를 톤온톤으로 매치한 룩이 대표적이다. 현실감 있는 룩을 만들기 위해 스타일팀이 연일 동대문 시장을 뒤졌다는 후문이다. 권해미 스타일리스트는 “허름한 느낌을 주면서도 예쁜 옷을 찾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자주 돌았다”며 “네이비와 와인색이 섞인 목도리, 집안에서 입는 트레이닝바지와 청바지, 티셔츠 등 1만~2만원씩 주고 사온 것도 많다”도 말했다.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가능한 많이 입자는 데도 고소영과 스타일팀이 뜻을 모았다고 한다. 남편 옷을 입은 듯 큼직한 후드티와 스웨트셔츠 등은 오디너리피플, 노앙 등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택했다. 렉토, 더 캐시미어, 타임, 르베이지, 미샤, 아이잗바바, 슈콤마보니 등 국내 브랜드도 대거 등장한다. 해외 명품 의류 홍보관 같았던 대작 드라마들과 구분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내심 궁금했다. 과연 고소영이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완전히 포기할 것인가. 고소영이 누군가. 일거수 일투족이 장안의 화제가 되는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자, 공항패션으로 국내에 히트 시킨 명품 브랜드가 한 둘이 아닌 미다스의 손 아니었나.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 [사진 KBS]

 
지금까지는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격인 장면이 한두 장면 등장했다. 남편의 애인을 만나는 자리에 나가기 위해 부자인 친구로부터 옷을 빌려 입는 장면. 돌체앤가바나의 검정색 더블 버튼 재킷에 여성스러운 꽃무늬 블라우스와 치마를 매치하고 하이힐을 신었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실제 집에서 응용할 만한 팁도 보인다. 정윤기 대표는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등 무채색 계통을 톤온톤으로 코디하면 베이직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며 “패션을 강조하고 싶으면 스카프나 핸드백, 슈즈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늘 신던 구두 대신 화이트 스니커즈나 슬립온을 신으면 스포티하면서 멋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완벽한 아내’에 ‘예쁜 고소영’은 없었다. ‘아줌마 심재복’이 있을 뿐이었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설명이다. 예쁜 고소영은 없지만, 멋있는 아줌마 심재복은 있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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