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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 첫 주말 맞은 TK의 민심은?

중앙일보 2017.03.12 13:49
'정확한 판단 VS 탄핵 결정 아쉬워.'
대통령 탄핵 후 첫 주말을 맞은 '박정희·박근혜의 정치적 고향' 대구·경북(TK) 민심은 여전히 엇갈려있다. 탄핵이 당연하다는 목소리와 탄핵 불복, 탄핵 결정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뒤섞여있다. 

탄핵 결정 반긴다 VS 탄핵 결정 아쉽다
대통령 탄핵 후 첫 주말 탄핵 민심 뒤섞여



10일 오전 10시 30분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10일 오전 10시 30분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탄핵 결정이 내려진 다음 날인 지난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3000여명의 시민이 '박근혜 구속하라' '축 탄핵 국민승리'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모였다. 시민들은 "국민이 승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학생 윤동규(21)씨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좋은 기분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면서 "매일 뉴스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낯을 붉히는 모습만 보다가 이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나온 김달수(56)씨는 "당연히 찾아야 할 국민 권리를 찾은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국정농단, 불통, 민주주의 절차 무시 등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0) 할머니는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자존심이고 주인"이라며 탄핵 결정을 반겼다. 서문시장 상인 윤옥선(63·여)씨는 “최순실을 통해 인사를 하고 정책을 짠 것 자체가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김충환 사드배치반대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이 정부가 추진하던 모든 정책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산 문명고 재학생의 학부모 오일근(45)씨는 “국정 교과서는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철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 독립예술전용영화관인 오오극장이 탄핵인용 기념 무료 상영 이벤트를 연다. 10일 상영하는 모든 영화는 무료다. 사진=오오극장 제공

대구 독립예술전용영화관인 오오극장이 탄핵인용 기념 무료 상영 이벤트를 연다. 10일 상영하는 모든 영화는 무료다. 사진=오오극장 제공



반면 탄핵 결정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탄핵 결정이 난 지난 10일 오전 11시 경북 구미시 구미역 대합실. 시민들이 숨죽인 채 TV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장면을 지켜봤다. 헌재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하자 한 시민이 박수를 쳤다. “맞다카이. 정확하게 판단한기라”며 기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시민이 “뭐라카노. 짜증나게”라더니 대합실을 나가버렸다.
구미역에서 6㎞가량 떨어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만난 김용일(41·인천시 연수구)씨는 “딸(박근혜)의 탄핵으로 아버지(박정희)의 업적이 퇴색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병억(78) 생가보존회장은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여럿 있어 기대를 걸었는데 탄핵 결정이 나와 안타깝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탄핵 결정 직후 달성군 옥포면 강림리 경로당 앞에서 만난 김만수(85)씨는 “주변 사람을 잘못 만나 이 꼴이 난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령 박씨 집성촌인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성원리 박교원(51) 이장은 “(탄핵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거칠게 반응하는 목소리도 있다.
12일 오전 대구시 중구 삼덕동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앞에서 만난 김모(34)씨는 “TK 출신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대구·경북은 결국 손해 아닌가. 그렇게 반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문했다. 
  
8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탄핵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최우석 기자

8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탄핵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최우석 기자



대구·경북 지역의 여론 주도층에서는 “탄핵을 계기로 ‘보수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형기(64)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수구 보수 온상이란 말을 듣던 이 지역이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해(48)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낡은 모델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진정한 지역의 리더십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조광현(56)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탄핵을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사회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이담(59) 대구변호사회장은 “헌재의 결정을 수용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구미·성주=김윤호·최우석·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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