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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는 위암이 절반, 조기 발견이 열쇠

중앙선데이 2017.03.12 03:55 522호 26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박모(73)씨는 조기 위암으로 위전절제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었던 그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왔고 술·담배도 이미 30년 전에 끊었다. 하지만 그에게 위암이 찾아왔다. 박씨는 암이 생긴 것에 화를 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다행히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항암 치료도 필요치 않을 정도로 경과도 좋았지만 그가 표현한 당혹스러움은 낯설지 않다.
 

갑상선암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생
정기 검진 덕에 조기 발견 60%
치료 후 5년 생존율 70%로 좋아져
위 수술 후엔 조금씩 오래 씹어야

박씨처럼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들도 암이 발견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위암은 특이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50%가 넘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초기에는 소화불량, 속쓰림, 상복부 불편감 등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하다. 그나마 박씨처럼 우연한 기회에 위암을 확인한 경우는 행운이다. 심한 경우 음식을 섭취하기가 어렵고, 입맛도 없어지고 심지어 피를 토하거나 검은 혈변을 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위암은 한국에서 갑상선암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제일 많이 발생하는 암이란 점을 생각하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2016년 국가중앙암정보센터 발표 기준). 매년 새로 발병하는 암환자 약 22만5000여 명 가운데 위암환자만 약 3만 명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와 위암학회가 2002년부터 국가암검진 권고안을 만들고, 40세 이상 국민은 남녀 누구나 2년에 한 번씩은 위내시경이나 상부위장관 조영술을 선택해 검사받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덕분에 최근에는 조기 위암환자가 전체 위암환자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치료 후 결과도 좋아져 위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에 이르게 됐다. 수술적 절제만으로도 90%이상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위암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수술적 위절제와 항암화학요법이다. 먼저 위암이 있는 부분만을 국소적으로 잘라내는 내시경 절제술이 있다. 위암의 크기가 2cm 이하로 작고, 위벽으로의 침범이 점막에 국한돼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위의 조건뿐만 아니라 궤양이 없어야 하고 세포의 분화도가 좋으면서 주위의 림프절 침범이 없는 경우엔 내시경으로 위암 병변만을 절제하는 내시경 점막하층 박리술을 시행할 수 있다.
 
수술적 위절제 치료는 위암이 발생된 부분을 포함해 위를 충분히 넓게 잘라내고, 위암 세포가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는 주위의 림프절까지 한 번에 완전하고 안전하게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위의 3분의 2를 절제하거나 위 전체를 절제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수술적 방법에는 전통적 치료법인 개복수술 이외에도 복강경 보조수술, 로봇보조수술도 많이 시행된다. 복강경 보조수술은 절개부위를 5~6cm 정도로 최소화하고, 복부에 침투관을 여러 개 넣어 수술을 집도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로봇을 이용할 경우 로봇보조수술이라고 부른다.
 
수술에 따른 치료 결과는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경험이 많은 병원의 경우에는 수술로 인한 치사율이 0.1~1% 내외로 세계적으로 매우 낮다. 서구권 나라들의 5~10%에 비하면 우리 국민은 축복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복막을 포함한 다른 장기로의 원발성 전이가 있거나 대동맥 주위 림프절을 포함한 원격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절제가 암의 치료 경과에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이때는 약물을 이용한 항암화학요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암약물을 이용하여 암세포의 성장, 확산을 억제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거나 환자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위암세포에 특이하게 반응하는 항암약물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항암화학요법이 수술에 보조적인 수단이 되거나 수술이 안 되는 경우에 시행하는 치료방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최근에는 환자들의 암세포 특성에 맞춰서 항암제를 선택해 최대의 치료효과를 얻기 위한 ‘개별적 맞춤형 항암 치료’도 일부 시행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조기 위암환자가 증가하고 위암의 치료 성적이 올라감에 따라 위암 치료 후 장기생존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현재 암 진단을 받은 후 생존해 있는 환자 수가 전체 137만 명이다. 이 중에서 위암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22만4000여 명이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술 후 환자 관리도 중요한 영역이다. 수술 후 환자들이 가장 관심 갖는 대목은 바로 음식이다. 위절제 후에도 “수술 전과 똑같이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주로 하는데, 결론부터 애기하면 수술 전과 똑같이 식생활을 할 수는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위절제 후에는 위의 부피가 예전처럼 절대로 회복되지 않고 음식물 통로도 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위의 부피가 적기 때문에 조금씩 음식물을 나누어 먹어야 하고 입안에서 충분히 오랫동안 씹어 삼켜 소화기능을 보완해야 한다. 소화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음식물을 한 번에 과식하게 되면 섭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장폐색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장 괴사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또 당도가 높거나 탄수화물의 함량이 높은 음식물이 급하게 장내로 진입하게 되면 덤핑증후군(복부 통증, 메스꺼움, 구토, 설사, 두근거림, 식은땀, 어지러움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환자들에게 복통과 좋지 않은 대사변화를 불러온다. 따라서 수술 후 식생활을 통한 영양관리 교육을 잘 따라서 실천하면 위절제 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배재문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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