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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敵은 문재인, 1위 때리기 협공에 겸손 모드로 대응

중앙선데이 2017.03.12 00:50 522호 5면 지면보기
급변하는 대선 레이스, 대세론 유지될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광주광역시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김희중 대주교와 간담회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팽목항을 찾은 데 이어 이틀째 호남에 머물렀다.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광주광역시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김희중 대주교와 간담회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팽목항을 찾은 데 이어 이틀째 호남에 머물렀다. [뉴시스]

정치권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오전 11시21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다. 헌재 결정은 단지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란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대통령 부재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60일 이내에 곧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에 몰입해 있던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도 새롭게 펼쳐질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문 캠프 막판 돌출변수 대비 긴장
경제·안보 챙기며 대세 굳히기 나서
안희정·이재명 “판 완전히 바뀔 것”

개헌 고리 ‘반문 연대’ 확산 주목
안철수 “빅텐트 현실화 힘들어”
文, 미래로 가는 개헌으로 정면 대응

 
현재 정국의 키워드는 하나로 모아진다. “문재인이냐, 아니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말 촛불집회가 본격화된 이후 석 달여 동안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대세론을 형성해 왔다. 그랬던 그가 대선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도 선두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쏠려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12월 대선이 5월로 앞당겨진 만큼 뒤집힐 여지가 많지 않다고 보면서도 막판 돌발변수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대선후보들은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 구축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대선이 다자 구도로 짜일 경우 문재인 대세론을 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개헌을 비롯한 매개체를 곁들이며 문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만 성사시킨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탄핵 이후 화합과 통합에 방점
급변하는 대선 정국에 임하는 문 전 대표의 대응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몸 낮추기와 화합 메시지 (2)경제와 안보 챙기기 (3)미래 비전 제시하기 (4)영입작업 본격화로 대세론 굳히기 등이다. 당장의 단기 전략부터 중장기 전략까지, 보여 주는 전략부터 물밑 전략까지 두루 고민해 마련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지난 10일 헌재 결정 이후 문재인 캠프의 분위기는 평소와 거의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더 조용하고 차분해졌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캠프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한 관계자는 “최대한 반응을 자제하기로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긴급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탄핵소추위원들을 박수로 격려하자고 제안하자 박병석 의원 등이 급하게 제지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캠프는 더욱 몸을 사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문 전 대표 측근은 “당분간 겸손 모드, 차분 모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며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연이틀 화합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일 탄핵 결정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제 나라를 걱정했던 모든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11일에도 광주광역시 북동성당 미사에 참석한 뒤 “상처와 분열·갈등을 치유하고 마음을 함께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참모는 “앞으로도 문 전 대표의 발언은 화합과 통합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와 안보 등 현안을 적극 챙기는 행보는 대선후보로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어차피 향후 대선 정국에선 후보의 내공 검증이 주된 이슈로 떠오를 것인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지난 7일 경제자문그룹과 함께 제1차 경제현안 점검회의를 한 데 이어 분야별로도 소그룹 토론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핵심 의제로 삼고 그동안 준비한 공약을 가다듬어 하나씩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비전 제시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된다. 여기에는 지지도 1위 후보인 만큼 민주당 경선과 본선에서의 2단계 승리 전략 못지않게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 운영의 마스터플랜도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고려됐다. 이번 대선이 보궐선거의 성격을 띠고 있어 대선 직후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국정을 떠맡아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 측은 ‘적폐 청산→국가 대개조→새로운 대한민국’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지지층과 지지유보층의 표심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세워 두고 있다.
 
이 같은 세 가지 전략과는 달리 영입 가속화를 통한 세 불리기는 실속을 챙기기 위한 물밑 행보로 분류될 수 있다. 당장 민주당 경선 국면에 들어가는 만큼 당 현역 의원과 주요 인사들을 최대한 확보해 조직의 우위를 굳혀 가겠다는 심산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난 7일 전격 영입한 게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더 나아가 본선 국면에 대비해 명망 있는 중도 보수 인사들도 두루 접촉하며 합류를 설득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 주자들 ‘동상이몽’ 극복이 과제
경쟁 주자들의 협공도 본격화되고 있다. 너나없이 지지도 1위인 문 전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붓는 모양새다. 민주당 경선이라는 1차 관문에서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탄핵 이후엔 판이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판 대결을 벼르고 나섰다. 안 지사는 대연정 등 그동안 강조해 온 통합의 메시지가 탄핵에 따른 권력 공백기에 사회적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시장도 선명성을 더욱 강조하는 한편 차별화된 정책 제시를 통해 반전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은 맞불 전략을 들고 나왔다. 대선후보 경선 일정도 민주당과 거의 비슷하게 짜고 첫 경선지도 호남으로 잡으면서다. 특히 호남 민심의 추이가 민주당과의 기세 싸움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호남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도 ‘문재인 때리기’에 화력을 모을 방침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문모닝’과 ‘문나이트(아침부터 저녁까지 문 전 대표 비판에 집중하기)’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이 같은 견제는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 연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에 대해서도 “연못에 돌멩이를 던져야 파문이 일 것 아니겠느냐”며 “탄핵 이후 국면을 맞아 뭔가 변화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문제는 주자들의 ‘동상이몽’이다. 모두가 자신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고 자신이 최종 후보가 돼 문 전 대표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기를 밀라고 얘기하는 한 빅텐트 연대는 절대 (현실화)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보수진영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외하곤 어느 후보도 지지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장애물이다. 아무리 개헌이란 연대 틀이 갖춰져도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안 전 대표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국민의당 후보가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빅텐트는 스몰텐트로 축소되고 대선은 결국 다자 구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 주류가 최근 개헌 이슈에 적극 대처하기로 내부 전략을 바꾼 것도 변수다. 문 전 대표 측근은 “어차피 개헌이 이슈화될 거면 정면 대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도 분권형 개헌 공세에 맞서 미래로 가는 개헌,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이란 큰 틀에서 나름의 개헌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민주당이 지난 8일 개헌 의총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개헌’을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민주당 내 개헌파 의원들의 제3지대 합류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총 후 “개헌파 의원들과 사전에 다 합의한 내용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의 확장성 한계로 인해 중도 보수 표심이 여전히 유동적이고 개헌 찬성 여론 또한 만만찮다는 점에서 반문 연대가 성공할 경우 충분히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내부 잡음·구설이 위기 부를 수도
어찌됐든 문 전 대표가 탄핵 국면의 최대 수혜자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것이 대선 승리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 여전히 변수는 많다. 권투로 치면 12라운드 중 10라운드쯤 와 있는 셈이지만 일방적으로 앞서가던 선수가 막판 카운터펀치 한 방에 무너지는 경기도 적잖다. 그게 냉엄한 승부의 세계다.
 
무엇보다 북한 등 안보 이슈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2012년 대선 때 문 전 대표가 큰 홍역을 치른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서였다. 이번에도 경쟁 후보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문 전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과 위안부 소녀상 등 현안도 수두룩하다.
 
그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친구이며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중도 보수층이 특히 외교안보 이슈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가 발언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문재인 캠프 주변에서 “문재인 대세론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문재인”이란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치인은 물론 학계·경제계·언론계 인사들이 너도나도 캠프 문을 두드리는 와중에 일부 영입 인사의 전력과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대 대세론이 그랬던 것처럼 내부 잡음과 구설이 계속될 경우 민심이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한 참모는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참모는 “야구도 큰 경기일수록 타격이 강한 팀이 아니라 에러를 적게 하는 팀이 이기게 마련”이라며 “경선을 앞두고 자칫 안이해지기 쉬운 캠프의 기강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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