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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경주용 카와 첨단 신소재 융합

중앙선데이 2017.03.12 00:02 522호 24면 지면보기
1, 4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이 지난 1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고급시계 박람회(SIHH)에서 선보인 ‘RM 50-03 맥라렌 F1 울트라 라이트 스플릿 세컨즈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그라핀이라는 최첨단 신소재를 활용해 무게가 40g에 불과한 초경량 시계다.

1, 4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이 지난 1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고급시계 박람회(SIHH)에서 선보인 ‘RM 50-03 맥라렌 F1 울트라 라이트 스플릿 세컨즈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그라핀이라는 최첨단 신소재를 활용해 무게가 40g에 불과한 초경량 시계다.

수백 년 명가들이 수두룩한 시계 시장에서 2001년 최초의 모델을 선보인 ‘젊은’ 브랜드 리차드 밀(RICHARD MILLE)이 하이엔드 워치 분야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쉼없는 소재 개발과 기술 혁신 덕분이다. 티타늄을 업계 최초로 사용한 첫 모델부터 그랬다. 그리고 올해 초 최첨단 신소재 그라핀(Graphene)과 결합한 새 모델을 선보였다.
 

2017 SIHH에서 보여준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의 도전

2 SIHH 전시장내 리차드 밀 부스에 설치된 맥라렌의 F1 레이싱카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2 SIHH 전시장내 리차드 밀 부스에 설치된 맥라렌의 F1 레이싱카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3 전시장을 찾은 리차드 밀의 리샤르 밀 회장

3 전시장을 찾은 리차드 밀의 리샤르 밀 회장

5, 6 올해의 신상품 ‘RM 50-03 맥라렌 F1 울트라 라이트 스플릿 세컨즈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의 정면 윗 부분(윗 사진)과 옆 부분.

5, 6 올해의 신상품 ‘RM 50-03 맥라렌 F1 울트라 라이트 스플릿 세컨즈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의 정면 윗 부분(윗 사진)과 옆 부분.

 
강철보다 6배 가볍고 200배 견고한 그라핀
매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시계 박람회’가 열린다.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다. 까르띠에·반클리프 아펠·몽블랑·로저드뷔 등 리치몬트 그룹 소속 브랜드를 주축으로 총 30개 시계 브랜드가 참가한 올해 행사(1월 16~20일)에서 리차드 밀은 단 하나의 신상품을 내놨다.
 
포뮬러1(F1) 레이싱 머신 제조사인 맥라렌(McLaren)과 협업을 통해 제작한 ‘RM 50-03 맥라렌 F1 울트라 라이트 스플릿 세컨즈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다. 가로 44.5㎜, 세로 49.65㎜, 두께 16.1㎜의 크기인데, 케이스는 물론 스트랩까지 포함한 무게가 40g에 불과하다. 현존하는 기계식 무브먼트 시계 중 가장 가벼운 시계로 꼽힌다.
 
비결은 우선 ‘그라핀’이라는 신소재다. 흑연을 아주 얇게 떼어내 만든 것이다. 이 혁신적인 나노 소재를 기존의 카본 TPT™에 합성해 만든 그라프 TPT™는 강철보다 6배 가볍고 200배 견고하다. 무게는 줄이고 경도는 높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라핀을 연구한 사람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젬 교수다. 그는 2004년 최초로 그라핀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젬 교수가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하고 2015년 맨체스터대학에 국립그라핀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연구는 본 궤도에 오르는데, 여기에 리처드 밀의 파트너사인 신소재 기업 NTPT, 맥라렌의 계열사인 맥라렌 어플라이드 테크놀로지가 가세하면서 시계 업계 최초 상용화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맥라렌 테크놀로지 그룹과 멕라렌-혼다 역시 1인승 경주차에 그라핀을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사실 리차드 밀은 F1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창립자인 리샤르 밀(Richard Mille) 회장이 F1 레이싱 마니아이기도 하거니와, 시계 제작의 영감을 F1 경주용 차의 설계 및 개발과 관련된 컨셉트와 소재에서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샤르 밀 회장은 자동차·항공·무기 등 최첨단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는 마트라(Matra)사에서 그룹 내 모든 시계 브랜드 수출을 총괄하면서 ‘존재하는 한계를 모두 뛰어넘는 시계’를 제작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키워온 인물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든 뒤 그는 제작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대신 재료면에서, 기술적으로 또 디자인적으로 ‘극강의 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모든 기술적인 것, 특히 자동차와 항공학에 대한 애정을 시계로 표현한다”고 밝힌 대로, 지난해 SIHH에서 리차드 밀은 항공업계 선두주자 중 하나인 에어버스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RM 50-02’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모델은 에어버스의 제트 터빈 날개에 쓰인 티타늄-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비행기 창문 형태로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RM 50-03’은 75개만 한정제작되며 가격은 약 13억원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경기중 직접 착용
리차드 밀의 지향점은 기능성이다. 리샤르 밀 회장은 ‘손목 시계는 금고에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손에 차는 것’이라는 지론을 설파한다. 그런 만큼 가볍고 단단하고 충격을 받아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물론 디자인도 멋있어야 한다.
 
이를 알리기 위해 리차드 밀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내세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을 홍보대사나 앰배서더 라는 말 대신 ‘브랜드 파트너’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히 브랜드의 ‘얼굴 마담’을 넘어 경기 중에도 리차드 밀을 착용함으로써 하이엔드 워치의 놀라운 내구성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인다.
 
자메이카 출신의 요한 블레이크(28)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00m와 2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땄고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400m 릴레이 2연패에 성공한 육상 스타다. 그는 2012년 7월부터 리차드 밀과 인연을 맺었는데, 리차드 밀이 전세계 단거리 육상선수들을 위해 디자인한 특별한 캘리버를 개발하는데 함께 참여했다. 요한 블레이크를 위해 헌정한 모델인 ‘RM 61-01’은 개발 단계부터 스포츠용으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내충격성이 탁월하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PVD 및 티탈릿 가공을 한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베젤과 뒷면의 블랙 세라믹 소재는 열전도율이 매우 낮고 스크래치에도 강하다. 크라운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도 눈에 띈다. 자메이카의 국기색인 초록색과 노란색을 수작업으로 도색한 센스는 덤이다. <사진8>
 
프랑스 오픈에서 파죽지세로 9연승을 올리는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한 스페인 태생의 테니스 챔피온 라파엘 나달(31)은 2010년 리차드 밀의 파트너가 됐다. 그는 사상 최초의 스켈레톤 베이스 플레이트가 장착된 TPT 쿼츠 및 카본 NTPT 소재의 뚜르비용 ‘RM 27-02’를 착용한 채 강서브를 날리고 스매싱을 한다. 그의 시계는 케이스 밴드와 베이스 플레이스를 나사로 조립하지 않고 단일한 일체형으로 처음 만들어 ‘유니바디’라고도 불린다. 레이싱 카의 섀시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진9>


PGA 투어에서 시속 310km 이상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날리기로 유명한 미국의 골프선수 버바 왓슨(39)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0년 리차드 밀과 손을 잡았는데, 2010년 리차드 밀이 그를 위해 헌정한 ‘RM 38-01’에는 특허받은 메카니컬 G센서가 세계 최초로 결합돼 있다. 17mm에 불과한 작은 공간에 50개 이상의 움직이는 부품들은 사용자에게 자신의 스윙 가속도를 볼 수 있게 한다. 마지막 순간에 축적되는 힘을 20-G까지 기록할 수 있어 스윙 파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 이후 만들어진 ‘RM 055’는 케이스 베젤에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한 물질로 알려진 ATZ를 사용해 잘 긁히지 않는다. <사진10> ●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리차드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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