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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수영복은 어떻게 탄생했나.

중앙선데이 2017.03.12 00:02 522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임성민 출판사: 웨일북 가격: 1만3500원

저자: 임성민출판사: 웨일북가격: 1만3500원

올 봄에도 ‘와이드 팬츠’의 인기가 이어질 듯하다. 바지 길이가 발목이 아닌 종아리까지 오는 ‘와이드 크롭 팬츠’, 통이 넓어 치마처럼 보이는 ‘큐롯 팬츠’ 등 옷 가게마다 통 넓은 바지가 진열되어 있다. 살랑이는 봄 기운 따라 소재도 가벼워지고 색깔도 다양해졌다.
 

『지식인의 옷장』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바지라면 꽉 끼는 스키니진이 대세였다. 통바지와 나팔바지는 극히 촌스러운 아이템이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패션산업의 주기는 범인(凡人)이 따라잡기엔 다소 빠르다. 패션 리더가 되려면 유행 아이템을 사기만 하면 되는 걸까. 운동화에 청바지, 검은 목 폴라티만 주구장창 입었던 스티븐 잡스의 패션은 왜 그가 작고한 후에도 회자되는 걸까.
 
책은 알쏭달쏭한 패션 현상을 진단한다. 역사와 용어 정의 등도 정리했다. 같은 용어인 점퍼라도 한국과 미국에서는 완전히 다른 옷을 일컬음을 알 수 있다. 책은 저자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의 내용을 옮겼다. ‘패션과 나’라는 강좌다. 패션 앞에 서면 작아지는 이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패션의 태도에서 인생의 태도를 배웠다는 수강생 강의 평가가 인상적이다.
 
저자는 패션 세계 입문자에게 일갈한다. “알고 보면, 달라보인다. 지식은 곧 자신감이다. 패션을 알고 나면 냉장고 문 다음으로 많이 여는 옷장의 문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당신의 옷장은 패션을 아는 자의 옷장, 지식인의 옷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을 설명하는 글귀기도 하다.
 
현상 중 하나, 왜 여자들은 새 옷 쇼핑을 하러 가서 이미 갖고 있는 헌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고르고 있는 걸까. 옷장에 이미 그런 옷이 미어터지게 있음에도 말이다. 저자의 해석은 이렇다. “요즘 입을 옷이 없어서 옷을 사야 한다는 말은 진짜 입고다닐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익숙해진 현실의 옷이 아니라 패션 판타지를 누리고 싶다는 뜻이다.”
 
판타지는 잘 꾸며진 옷 매장의 분위기와 팔등신 마네킹이 선사한다. ‘이 옷을 입으면 모델처럼 멋질 거야.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에 한 패션회사가 의류 매장의 마네킹이 일반적인 여성의 신체 사이즈를 반영하지 못하고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평균적인 신체 치수를 토대로 마네킹을 만든 적이 있다고 한다. 결과는? 바뀐 게 없다. 사람들은 패션을 통해 판타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패션은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커리어 우먼’이 등장하던 1980년대는 ‘빅 룩’이 인기였다. 복고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어깨 뽕이 들어간 재킷을 떠올리면 된다. 비키니 수영복은 46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영복 대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당시 남태평양의 비키니 섬에서 진행된 미국의 핵폭탄 실험만큼 충격적이라는 의미로 ‘비키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키니는 이후 종교계를 비롯한 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착용이 금지되다, 60년대 들어 대중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탐사를 갈 때 지구를 대표하는 물건 가운데 하나로 비키니를 들고 갔을 정도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자라’의 탄생기도 흥미롭다. 자라의 창업자이자, 지난해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호 순위 2위를 차지한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처음 매장을 오픈했을 때다. 그는 당시 그리스 영화 ‘희랍인 조르바’에 빠져 매장 이름을 ‘조르바(Zorba)’로 지었다. 그런데 근처에 있더 술집 이름과 같아 ‘자라(Zara)’로 수정했다고 한다.
 
패션을 알게 되니 즐겁지만, 정작 오늘 어떻게 옷을 입어야 멋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 저자는 가볍게,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즐기라고 조언한다. “패션에는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고 더 나은 스타일링에 대한 기준은 없다”는 것.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이 일본의 B급 문화 아티스트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패션계의 속성이다. 그러니 틀린 것은 없다. 옷 입을 때 눈치 보지 말자.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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