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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4대 강 사업이 남긴 딜레마

중앙일보 2017.03.07 03:06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2009년 가을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호수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바다와 호수를 잇는 운하에는 계단식 어도(魚道)가 있었다. 어도 옆에 설치된 유리창 너머로 연어가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도 자체가 관광 명소였다.
 
그 무렵 국내에서는 한강·낙동강 등 4대 강을 준설하고 16개의 보를 건설한다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됐다. 보에는 어도가 설치됐지만, 설계와 시공이 부실해 물고기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4대 강 물고기 이동에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녹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보의 수위를 1~3m 낮춰 운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보에 가둔 물을 일시에 방류해 수위를 낮추고, 다시 물이 차오르면 방류하는 이른바 ‘펄스 방류’를 여름 내내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수위를 낮춰 운영하면 보의 저수량이 준다. 물이 보에 갇혀 있는 시간, 즉 체류시간도 줄어들고 녹조를 일으키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자랄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환경이 좋으면 시아노박테리아는 이틀에 한 번꼴로 번식할 수 있다. 물이 열흘간 보에 갇혀 있으면 시아노박테리아 숫자는 30배까지 늘어난다. 그게 바로 녹조다.
 
수위를 낮추면 녹조는 줄겠지만 어도가 물 밖에 드러나게 된다. 물이 흐르지 않는 어도는 아무 소용 없다.
 
공주대 장민호 교수팀이 지난해 금강수계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금강 수계 어도 효율성 평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물고기들이 보에 설치된 어도를 이용하는 시기도 녹조철에 몰려 있다. 2015년 금강 공주보 어도에서 관찰된 강준치의 83%는 5~8월에 몰려 있었다. 강준치는 4~6월에 산란을 위해 상류로, 지류로 이동한다.
 
다른 보에서도, 다른 물고기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강 세종보에서도 몰개의 어도 이용은 90%가 5~8월에 집중됐다.
 
그런데 공주보의 경우 수위를 1m만 낮춰도 어도가 기능을 잃는다. 실제로 보 수리를 위해 수위를 낮췄던 2013년 2~4월 공주보의 어도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수질을 개선하자니 물고기가 걱정이고, 물고기를 살리자니 녹조가 문제가 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우선 어도부터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다. 강을 살리자고 시작한 사업이니만큼 물고기가 죽고 생태계가 파괴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4대 강 보가 필요한지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수자원 확보에 보탬이 안 된다면 온 국민이 딜레마에 빠져 고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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