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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1년에 260억원씩 빚 갚는다 … 유바리시의 ‘미션 임파서블’

중앙일보 2017.03.06 01:23 종합 18면 지면보기
1980년대까지 탄광도시로 유명했던 유바리시의 광산은 모두 문을 닫았다. [도산코 홈페이지]

1980년대까지 탄광도시로 유명했던 유바리시의 광산은 모두 문을 닫았다. [도산코 홈페이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중부 유바리(夕張)시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재정이 파탄난 지방자치단체다. 2006년에 평균 연간 재정 8년치인 353억엔(약 35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중앙정부에 파산 신청을 했고, 이듬해 재정재건단체(현 재정재생단체)로 지정됐다. 한때 일본 굴지의 탄광·관광 도시로 인구가 10만명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8000여명에 불과하다. 말이 지자체이지 시는 독자적 재량권도 없다. 예산 편성도, 사업도 전부 중앙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함께 책정한 재정 적자 해소 시기는 2027년 3월이다. 20년에 걸친 전례없는 변제 계획이다. 4일 현재 채무 잔고는 238억엔이고, 시는 시간당 24만8000엔씩 갚아 나가고 있다.
 

36세 스즈키 시장 ‘지자체 회생 전략’
석탄산업 저물며 지역경제 내리막
관광사업 무리한 투자로 빚더미에
공무원 대폭 줄이고 임금 40% 삭감
학교 통폐합, 도서관·시민회관 폐쇄
“줄일 건 다 줄여 10년 후 빚 완전청산”

유바리시는 왜 파탄했을까. 앞으로 재생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달 일본 포린프레스센터 협조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36)시장을 만났다. 사이타마(埼玉)현 출신인 그는 30세이던 2011년 4월 전국 최연소 시장에 당선됐다. 1999년 고교 졸업 후 도쿄도청에 들어가 대학 교육을 마친 뒤 2008년 유바리시에 파견 근무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1년 당시 30세로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유바리시 시장.

지난 2011년 당시 30세로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유바리시 시장.

유바리시의 재정은 왜 파탄났나.
“ 유바리는 석탄 도시로 번성했다. 60년에는 인구가 11만6000명으로 홋카이도에서 7번째나 됐다. 그러다가 에너지 정책이 값싼 해외 석탄 수입과 석유 쪽으로 바뀌면서 24곳이던 탄광이 90년을 끝으로 완전히 문을 닫았다. 나중에 탄광회사가 가진 주택·병원·상하수도·발전시설 등 여러 인프라를 시가 인수하는데만 584억엔이나 들었다.”
 
탄광 폐쇄 후 시의 자구책은 없었나.
“정책을 ‘탄광에서 관광으로’ 바꿨다. 80년대는 유원지를 포함해 어뮤즈먼트 파크도 개발해 연간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효과가 있었다. 90년에는 정책 전환이 훌륭하다고 해서 당시 자치상(현 총무상)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다른 지자체한테 유바리를 배우라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잘 된 것은 일시적이었고, 관광 정책도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탄광 실직자를 받아줄 수 있는 관광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여기에 시에서 민간의 분식회계 같은 것이 있었다. 몇 년간 적자를 흑자로 처리하면서 적자액이 한 해 표준 재정규모(당시 44억엔)의 약 여덟배가 됐다. 자주적으로 재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당시 거품경제 붕괴로 유바리시 외에도 재정이 좋지 않은 지자체가 있었을텐데.
“유바리는 차입금 규모가 너무 컸다. 유바리 다음으로 적자금액이 큰 지자체라고 해야 재정 규모의 1.3배 수준이었다. 유바리 시는 세수가 약 8억엔인데 매년 26억엔을 갚아가고 있다. 유바리의 변제 기간은 전례없는 장기간이지만 단기간이기도 하다. 통상 80년이 걸리는 규모를 20년만에 하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었다.”
 
시는 재정 재건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
“399명이던 시 직원을 100명으로 줄였다. 파탄 당시 직원 급여를 연간 기준으로 40% 삭감했다. 시 의회 의원도 18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시장 급여도 70% 삭감했다(현재 25만9000엔). 이렇게 해도 안돼 각종 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모두 폐지했다. 영화제 개최에도 1억엔이 들었지만 지원을 없앴고, 도서관·시민회관도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6개를 1개로, 중학교 3개를 1개로 통폐합했고, 종합병원도 진료소로 낮춰 민간에 이관했다. 이런 식으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던 변제를 하기 시작했다.”
 
변제는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유바리는 일본 역사상 어디에서도 해 본 적이 없는 행정개혁과 긴축재정을 했다. 당연하지만 인구가 파탄 전에 비해 30% 줄었다(2006년 1만3045명→2016년 8851명). 유바리가 (행정)서비스를 낮추니 주민들이 다른 지자체로 옮겨갔다. 변제에는 우등생이지만 지금까지는 지역 재생에 돈을 투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마이너스 사이클이 된다. 시의 체력이 떨어지면 서비스도 나쁘게 되고 결국 사람이 떠나가 돈을 갚을 수 없다. 돈도 갚고 지역도 재생하는 것, 다시말해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지 않으면 안된다고 중앙정부에 얘기를 해서 3월에 검토가 이뤄진다. 향후 10년치 계획을 만들어 중앙정부에 제시해 같이 해보자고 한 단계다.”
 
유바리시는 멜론을 특산물로 내세우고 있다. 당도가 높은 유바리 멜론은 지난해 5월 경매에서 멜론 2개가 300만 엔(약 3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유바리시]

유바리시는 멜론을 특산물로 내세우고 있다. 당도가 높은 유바리 멜론은 지난해 5월 경매에서 멜론 2개가 300만 엔(약 3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유바리시]

중앙정부의 특별교부금 지원으로 향후 10년간 100억엔의 규모의 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보도가 있다.
“시장에 취임한 후 인구가 줄더라도 전부 악은 아니라고 했다. 일본 전체의 인구가 줄고 있고, 도쿄도 2020년 올림픽 이후 감소하게 된다. 유바리는 유바리에 적합한 도시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컴팩트 시티(compact city·집적 도시)’라고 불리는 것을 우리도 만들고 있다. 유바리의 인구가 반감해도 남은 사람이 행복하고 편리한 상황을 만드려는 것이 정책의 기둥이다. 그동안 고령화와 육아에 대한 단독 사업이 불가능했다. 시침이 10년간 멈췄기 때문에 이런 것을 움직이려고 한다.”
 
유바리시가 향후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지역 재생 모델이 될 수 있겠는가.
“2013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영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로 뽑혔을 당시 그쪽에서 일본을 ‘과제 선진국’이라고 했다. 1000조엔을 넘는 재정난, 저출산 고령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들었다. 과제의 선진국 가운데 유바리는 과제의 선진 지역인 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일본에서 작은 지자체인 유바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큰 곳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 채무는 1초당 81만5천엔이 늘고 있고, 유바리는 1초당 69엔을 갚고 있다. 유바리는 반드시 재생한다.”
 
도쿄도와의 협력은 지속되고 있나.
“일본에서 가장 돈이 많은 도쿄도와 가장 돈이 없는 지자체가 연계하려고 한다. 도쿄도 직원이 유바리에 파견돼 있다. 도쿄도청에서 유바리 홍보 이벤트를 열고 있고, 도쿄도 운영 지하철에서 유바리 영화제 포스터를 무료로 붙이고 있기도 하다.”
 
오영환 도쿄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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