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단톡방에 음란사진 올리고 도주하는 '카톡 바바리맨' 활개

중앙일보 2017.03.05 14:14
'카톡 바바리맨'이 75명의 이용자가 참여 중인 오픈 채팅방에 침입해 음란한 사진과 성매매 업소의 인터넷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주소 링크를 남기고 도주한 스마트폰 화면. 김호 기자

'카톡 바바리맨'이 75명의 이용자가 참여 중인 오픈 채팅방에 침입해 음란한 사진과 성매매 업소의 인터넷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주소 링크를 남기고 도주한 스마트폰 화면. 김호 기자

영화감상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직장인 정모(29·여)씨는 지난달 초 카카오톡이 왔음을 알리는 알림 소리에 스마트폰을 열었다가 화들짝 놀랐다. 동호회원들이 참여 중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불쑥 들어온 낯선 참여자가 알몸 남성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참여자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듯 잠시 채팅방에 머무르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퇴장했다. 정씨는 "남녀 동호회원이 함께 이용하는 단톡방에 음란 사진이 올라와 수치심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분위기도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자신과 무관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침입해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고 종적을 감추는 '카톡 바바리맨'에 의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누구나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오픈 채팅방 특성을 이용한 범죄다. 한적한 골목길에서 소수의 여성을 상대로 음란 행위를 하는 전통적인 바바리맨의 범행 무대를 카카오톡으로 옮긴 새로운 유형의 바바리맨이다.
 
카톡 바바리맨은 이름과 얼굴 등 자신의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오픈 채팅방에서 주로 활동한다.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각종 취미·업무·학업·사회 활동 관련 오픈 채팅방 링크 주소를 통해 침입하는 사례가 많다.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참여하는 오픈 채팅방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카톡 바바리맨의 범행 수법은 다양하다. 채팅방에 들어오자마자 남성이나 여성의 나체 사진 또는 음란 동영상을 올리고 퇴장하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채팅방 입장 후 기다렸다가 참여자들의 대화가 가장 활발할 때를 노려 같은 행위를 하고 도주하는 사례도 있다.
 
성매매 업자가 카톡 바바리맨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에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들은 주로 남성들의 성욕을 자극하는 음란물을 업소 인터넷 홈페이지와 연결하는 링크 주소와 동시에 올린다. 카톡 바바리맨의 범행이 채팅방 참여자의 성매매나 충동적인 성범죄 등 또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높은 초·중·고교 입학철에는 아무나 입장할 수 있는 오픈 채팅방이 집중적으로 개설되면서 카톡 바바리맨의 활동도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카카오톡에는 이런 오픈 채팅방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마트폰 오픈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바바리맨 범죄의 특징은 피해자의 숫자가 많다는 점이다. 하굣길 여학생이나 퇴근길 여성 직장인 한 명을 노리는 기존 바바리맨과 달리 수십명의 채팅방 참여자가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 채팅방 성격에 따라 여성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피해자가 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 바바리맨보다 쉽게 범행할 수 있지만 법정형은 훨씬 무겁다. 공연음란(형법 제245조)죄를 저지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지지만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단속은 쉽지 않다. 오픈 채팅방이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이용 가능한 데다 카톡 바바리맨이 대포폰이나 가짜 이메일 계정을 이용할 경우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범죄 피해자는 많지만 "누군가 신고하겠지…"라는 생각만 하고 정작 자신은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범죄를 여러 명이 목격하면 개인의 책임감이 분산돼 도와주지 않거나 방관하는 심리 현상인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다.
 
전문가들은 카톡 바바리맨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픈 채팅방의 링크 주소를 노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픈 채팅방을 개설할 때 비밀번호 역할을 하는 참여 코드를 입력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찰청 함영욱 사이버수사기획팀장은 "카톡 바바리맨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다"며 "피해자들이 채팅방에서 이뤄진 범행 모습을 증거로 남기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