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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對峙<대치>

중앙선데이 2017.03.05 00:19 521호 29면 지면보기

홀로 우뚝 서 있는 산은 눈을 자극한다. 그렇듯 뚝 떨어져 서 있는 두 산이 마주 보는 경우는 어떨까. 그를 일컫는 한자 낱말이 대치(對峙)다. ‘작은 고개’ 정도로 峙(치)를 이해하는 때가 많지만 여기서는 우뚝 솟은 두 산이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대립(對立)이다. 서로 힘이 비슷한 두 개체가 이해(利害) 등을 다투는 상황을 지칭한다. 이럴 때는 아주 딱딱한 상태여서 곧 충돌을 예고하는 분위기를 이룰 때가 많다. 대항(對抗)과 대결(對決)은 결국 그다음 수순이다.
 
 동양의 예법은 균형을 중시한다. 그를 표현하는 성어가 分庭抗禮(분정항례)다. 보통은 남북으로 난 집안 정원에서 주인은 동쪽, 손님은 서쪽을 이용한다. 그렇게 동서 양편으로 나뉘어 주인과 손님의 예가 펼쳐진다. 서로 함부로 상대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게 철칙이다. 다툼의 대상이 직접적인 이해라고 해도 이렇게 나뉘어 서서 엄밀한 예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며 제 의도를 관철한다. 그래서 보통은 이 성어를 줄여 항례(抗禮)로 적기도 한다. 원래는 짝을 이룬다는 뜻에서 伉禮(항례)라고 적었다.


 주선(周旋)이라는 말도 그에 덧붙여 생각해 볼 대상이다. 이 말은 우리 쓰임새에서 “누구를 소개하다” “일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다” 등의 뜻으로 등장할 때가 많다. 그러나 원래는 예법과 관련이 있는 항례(抗禮)라고 봐야 한다. 손님이 주인의 집에 들어서서, 혹은 손님을 맞는 주인이 제 입장에서 알맞은 예를 펼치는 동작이다.
 
 집 문을 들어선 뒤 계단에 올라 상대를 맞이하는 모든 절차에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그로써 번진 새김이 ‘응수(應酬)하다’ ‘교제(交際)하다’ 등이다. 더 나아가 남에게 누군가를 소개하며 일을 이루도록 이끈다는 새김도 얻었다.
 
 규정과 형식의 얘기다. 다투다보면 ‘열’이 받쳐 극한까지 내달리는 우리사회에서는 이런 예법이 자리 잡지 못한다. 대통령 탄핵을 사이에 둔 두 흐름의 대립이 심상찮다. 내부 싸움에 골몰하면 뒤끝은 뻔하다. 도요새와 큰 조개 싸움이다. 옆에서 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어부의 알찬 소득, 즉 어부지리(漁父之利). 그 어부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그래도 계속 싸울까.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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