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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에 2만원 …‘금돼지’를 아시나요

중앙선데이 2017.03.05 00:02 521호 28면 지면보기
45일 이상 숙성한 돼지고기를판매하는 ‘시간돼지’의DA 600 모둠 세트. 삼겹살·목살 외에뒷다리살을 사용한다.

45일 이상 숙성한 돼지고기를판매하는 ‘시간돼지’의DA 600 모둠 세트. 삼겹살·목살 외에뒷다리살을 사용한다.

더 이상 ‘서민 음식’이라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그러기엔 너무나 멀리 왔다. ‘금겹살’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후로 돼지고기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게다가 최근엔 프리미엄화 바람도 불고 있다. 단지 가격 인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급화, 다양화 등을 통한 돼지고기 시장의 저변 확대로 봐야 한다.
 

돼지고기에 부는 프리미엄 바람

우선 강력한 ‘숙성 바람’이 있다. 이미 쇠고기 시장에서 크게 불고 지나간 ‘에이징’ 개념이 돼지고기에도 차용되기 시작했다. 숙성은 쉽게 말해 근육(모든 살코기는 근육이다)의 ‘자가 소화’다. 이 자가 소화가 과하면 부패가 되지만, 부패하기 전까지는 숙성이다. 근섬유가 해체되어 부드러워지고, 효소의 작용으로 고기 맛과 향에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숙성 방법은 ‘드라이에이징(건식 숙성)’ ‘웻에이징(습식 숙성)’ 큰 두 갈래로 나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시간돼지’는 쇠고기 숙성으로 명성을 얻은 ‘서동한우’에서 공급하는 드라이에이징 돼지고기를 선보이고 있다. ‘로테이션 방식’이라고 부르는 숙성법을 고안했다. 초숙성, 또는 고온 숙성이라고도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업체에서는 실온에 가까운 20도 정도에서 초숙성을 시키는데 정확한 숫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천수 본부장은 “숙성을 거친 돼지고기는 수분이 빠져나가 구울 때 육즙이 배어 나오지 않고, 육색이 선분홍색으로 밝아지며, 고기에서 특유의 치즈향이 난다”고 소개했다. 그는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지방이 많기 때문에 장시일 숙성이 필요하다”며 “45일 이상 숙성했을 때만 숙성의 참맛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시간돼지에서는 삼겹살과 목살 외에도 ‘저지방 특수부위’를 세트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저지방 특수부위의 정체는 구이용으로 인기가 없는 뒷다리살이다. “비인기부위이지만 숙성을 통해 맛이 좋아지고 구이에 적합한 부드러운 고기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쇠고기의 경우도 마블링(근내지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낮은 등급의 고기라도 숙성을 통해 쇠고기 살코기 본연의 맛이 향상된다. 저부가가치를 고부가가치로-. 상업적인 숙성의 목적이다.
 
부여에 위치한 ‘서동한우’의 숙성고에서돼지고기를 숙성하는 모습.

부여에 위치한 ‘서동한우’의 숙성고에서돼지고기를 숙성하는 모습.

다만 돼지고기 숙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돼지고기의 숙성은 쇠고기 숙성에 비해 극명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단지 호들갑스러운 마케팅 수단일 뿐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7-15일로는 숙성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단기간 숙성을 마케팅 수단으로 같은 숙성육이라 이름 붙이는 데 대해 비판적이다. 서동한우는 30일 이상이던 숙성 기준을 최근 45일 이상으로 늘렸다.
 
돼지고기 프리미엄화의 두 번째 바람은 품종 다양화다. 몇 해전 유행한 ‘제주 흑돼지’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 ‘더 맛있는 돼지 품종이 있다’는 인식이 형성된 이후의 변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남고집 블랙라벨’에는 1인분에 2만원에 육박하는 돼지고기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페인 ‘베요타 이베리코’ 돼지고기다. 고급 햄인 하몽을 만들기 위해 사육되는 이베리코 돼지 중 최상 등급이다. 일반 돼지고기보다 육색이 한층 짙고 향도 강해 돼지고기인 줄 모르고 먹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시중에도 이베리코 돼지고기 전문점을 표방하는 곳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추세다. 베요타보다 낮은 등급인 세보 디 캄포, 세보 등급들을 사용한다.
 
국산 돼지도 품종이 다양화하는 추세다. 한국 돼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YLD 백색 삼원교잡종 일색에서 벗어나 제각기 다른 맛과 향을 지닌 돼지고기가 등장했다. ‘버크셔K’, 밝은 갈색 털을 가져 ‘금돼지’라 불리기도 하는 ‘듀록’, ‘얼룩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새로운 삼원교잡종 ‘YBD’ 등이다.
 
세 번째로는 서비스의 고급화 바람이다. 돼지고기도 결국은 스테이크이고, 굽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맛의 차이는 크다. ‘겉은 바삭, 안은 촉촉’한 상태로 굽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가든’이라는 이름이 붙은 고가의 쇠고기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서비스가 돼지고기집에서도 당연해지는 추세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육전식당’에서는 0.5cm 깊이로 일정한 칼집을 넣은 2.5~3cm 두께의 고기를 220도-240도 온도에서 굽는다. 하지만 잘 굽는 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직원들은 입사하자마자 고기 굽는 법부터 배운다. 최소 석 달 가량의 스파르타식 훈련이다. ●
 
 
글 이해림 푸드 라이터 herimthefoodwriter@gmail.com
사진 서동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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