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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포퓰리즘 공약 논란] 일자리 300만 개 기본소득 15조원…재원 대책 없이 공약 남발…예산 800조원 돼야 지적도

중앙일보 2017.03.05 00:02
‘벚꽃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대선 일정이 몇 달이나 앞당겨질 것이란 전제 아래 여야 각 대선 후보가 앞다퉈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어렵다고 입증된 ‘장밋빛 미래’를 내놓는 ‘공약(空約)’ 박람회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관련 공약이 대표적이다. 임기 내 40%, 중장기적으론 50%’(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기 내 30%, 중장기적으론 50%’(안희정 충남지사), ‘50%’(이재명 성남시장). 30, 40, 50이란 숫자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을 말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보육비가 적게 들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2~3년씩 대기를 걸어 놓아야 들어갈 수 있다.
 
5년 전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인기 공약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30%, 문재인 후보는 40%까지 각각 국공립 이용 아동 비율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02년 12.9%였던 국공립 이용 아동 비율은 30%로 올라가기는커녕 2015년 11.4%로 감소했다. 국공립 시설 비율도 최근 몇 년간 5~6%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100여 개의 국공립 시설을 신축·리모델링하고 있지만 4만2000개가 넘는 전체 어린이집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른다. 
 
문 전 대표 캠프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국공립 확충은 의지와 철학의 문제”라며 “현 정부는 거짓 공약을 내세웠지만 우리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비율을 50% 수준으로 올리려면 국공립 시설은 9000개 정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모두 신축한다면 국비와 지방비를 합친 예산 소요만 18조원(1곳당 20억원)에 달한다. 공동주택 리모델링(1곳당 8000만원)과 신축을 절반씩 한다고 해도 10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연평균 1억5000만원씩 예산으로 지원하는 어린이집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매년 1조3500억원을 신규 어린이집에 투입해야 한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국공립 시설의 대폭 증가는 예산 사정상 불가능한 구호지만 매번 반복되고 있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전반적인 질 향상에 투자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공약뿐이 아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육아휴직 3년’ 공약, 모든 국민에게 매년 30만원을 주는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제 등 포퓰리즘성 공약이 적지 않다. 
 
유 의원의 ‘육아휴직 3년’ 공약을 위해선 중소기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 시장 주장대로 전 국민에게 매년 30만원을 주면 15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육아휴직 3년? 
대선주자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재원 마련 방법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증세가 필요한데도 구체적 증세 방안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의 경우 기본소득 시행을 위해 ‘국토 보유세’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부유층에서만 세금을 걷고 대부분의 국민은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공약도 마찬가지다. 저성장 흐름과 함께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은 매 선거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번 대선에 뛰어든 후보들도 공공 부문을 포함해 집권 후 만들 수 있는 일자리 숫자를 제시하고 있다. 최다는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의 300만 개다. 269만 개(더불어민주당 이재명), 200만 개(국민의당 손학규), 131만 개(공공 부문 81만 개, 민주당 문재인)가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부문 또는 기존 일자리를 쪼개 숫자를 늘려 만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아닌 정부 주도로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남자가 출산한다’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면서 “인건비 외 수십 년간 추가로 들어가는 연금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주 52시간 노동을 지키고 초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면 일자리 100만 개가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여야 후보 중 가장 많은 300만 개의 일자리를 제시한 안상수 의원도 일자리 창출 방법과 재원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시장이 내건 연 130만원의 기본소득제 공약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시장은 청년·노인·장애인 등 2800만 명에게 연 100만원,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정부 예산을 구조조정해 28조원을 마련하고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1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JTBC‘썰전’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는 ‘북유럽 복지 강국에서도 일부에 국한해 시험하는 제도인데 우리 여건에선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반면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내수가 살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손학규 전 의원 등이 내건 육아휴직 3년제는 취지는 좋지만 기업 현실 여건과 맞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노현이(37·회계사)씨는 “현재 1년인 육아휴직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운데 과연 3년이나 쉬게 해 줄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3년을 쉴 경우 경력 단절 문제가 생기니 육아와 업무가 병행 가능한 정책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軍)퓰리즘’ 단골 메뉴 
선거마다 등장해 ‘군(軍)퓰리즘’이라고 불리는 군 복무 단축 공약도 어김없이 재등장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을,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23년 모병제 도입과 핵무장 등을 공약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복무기간 감축은 노무현 정부가 18개월 단축을 내걸고 실행에 옮겼으나 저출산 등 병력 유지의 어려움이 확인돼 이명박 정부에서 21개월로 축소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병제·핵무장과 관련해서도 “24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최전방에서 복무하겠다는 인력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핵무장도 동맹국인 미국이 분명히 반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현행 ‘6년(초등학교)-3년(중학교)-3년(고등학교)’의 학제를 ‘5년(초등학교)-5년(중·고등학교)-2년(진로 탐색 또는 직업학교)’으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대표상품 중 하나로 내놨다. 하지만 매년 변경되는 대학입시제도만으로도 사교육 확산 등 각종 부작용이 양산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청한 행정학과 교수는 “대선후보들이 내건 공약들만 보면 지금 400조원대인 국가 예산을 800조원대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정종훈·유성운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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